[주장] 지속가능한 성장? 연공서열제 폐지가 먼저다

등록 2021.08.02 13:58수정 2021.08.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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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이 세대 간 갈등을 심화할 거라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문제가 되는 건 '정년연장'이 아니라 '연공 서열제'다. 부모 세대가 4~5년 더 일하게 된다고 청년 세대가 분노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하는 일은 없는데 호봉이 높다고 자신 연봉의 몇 배를 가져가는, 이른바 '월급 루팡' 현실을 청년 세대는 불공정하다고 판단한다.

청년 세대의 분노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앞서 정년이 연장돼야 하는 건 필연적이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선 세대 간 공정한 임금 체계를 먼저 재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정년연장이 도입됐을 때 부작용이 최소화되고 지속 가능한 노동 시작이 정착될 수 있다.

청년 세대는 '연공 서열제'의 불공정을 지적한다. 연공 서열제가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주범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 연차 노동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껴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공기관들의 부담이 대표적이다. 정년연장이 도입되면 이러한 기업 부담이 가중돼 청년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잇따른다. 게다가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이 30%에 육박하면서 고 연차가 늘어나는 지금의 임금 체제와 고용 구조에 대한 반발은 계속해서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반발은 MZ 세대의 노조 문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2030 노조의 경우 최근 연공 서열제도의 불공정을 비판하며 성과급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연공 서열제는 또 하나의 불공정이자 자신의 밥그릇을 뺏는 주범이라 인식되는 셈이다.

'연공 서열제' 폐지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연공 서열제는 소득과 소비의 주축을 담당해야 할 청년층 때의 임금이 가장 적을 수밖에 없는 체제다. 이러한 현실은 기업의 생산성이나 경제적 성장 자체를 가로막는다. 젊은 층이 낮은 소득과 고용 불안에 떠밀려 내 집 마련이나 결혼 등의 미래 계획을 포기하게 된다면 저출생과 저성장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공 서열제가 유지된 상태에서 정년연장이 도입될 경우 신규 채용은 차치하더라도 기업 자체의 경쟁력 또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인재가 아닌 고 연차가 끌어가는 기업과 사회엔 혁신이나 변화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연공 서열제의 시초이자 상징이던 도요타가 기업 성장을 고려해 올해부터 직무급제로 전환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연공 서열제'를 먼저 폐지하고 '정년연장'을 도입하자. 정년연장은 저출생, 고령화란 시대적 상황에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갈수록 심화하는 60세 이상의 소득 크레바스나 고령층 빈곤 문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이는 연공 서열제에서 비롯되는 기업의 재정 부담을 해소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직무급제나 임금 피크제 등으로 임금 개혁이 이뤄진다면 여유가 생긴 재정으로 신규 채용은 물론 노동자의 처우 개선까지 논의할 배경이 마련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공공이 먼저 연공 서열제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직무급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발표한 코트라의 시도처럼 공공기관이 앞장서 노사 간의 임금 개혁 합의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훗날 정년연장의 도입 과정에서도 지속 가능한 노동 시장을 꾀할 발판이 마련된다.
#정년연장 #저출산 #고령화 #데드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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