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 중에 활동사진 밝게 웃던 아이가 그립다
황금련
그날 수업을 마치고 활동지랑 아이가 만들고 놀 만한 재료들을 챙기고 엽서에 편지를 적었다. 이렇게만 줘도 되나 싶어서 고민을 하다가 또래 아이를 키우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요즘 초등학생들 뭐 갖고 노니? 좋아하는 게 뭘까?"
"스티커북도 좋아하는데 퍼즐 맞추기가 시간도 잘 가고 매일 해도 지겹지 않아. 애가 몇 학년인데?
"3학년."
"우리 아들이랑 동갑이네."
"그럼 잠깐 아들 좀 바꿔줘 봐."
잠시 후, 아이가 수줍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OO야, 퍼즐 조각 맞추는 거 좋아해? 캐릭터가 엄청 많은데 어떤 거 좋아해?"
"음......"
"아! 보기를 줄테니까 한번 골라 볼래? 1번 신비 아파트, 2번 흔한 남매, 3번 마음의 소리 4번 명탐정 코난. 이 중에서 좋아하는 캐릭터 있어?"
"2번 흔한 남매!"
"아, 너희 또래 친구들이 흔한 남매를 좋아하나? 다른 친구들도 다 이거 좋아해?"
"네!"
"고마워. 그럼 500피스도 어렵지 않아?"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며칠 지나니까 금방 맞출 수 있었어요,"
"우리 OO이 덕분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고마워. 다음에 만나면 맛있는 거 사줄게."
"네."
그 동생 아들 덕분에 쉽게 고를 수 있었다. 서점 퍼즐 코너를 서성이던 나는 '흔한 남매 퍼즐 500피스'를 집어 계산하고 OO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머니! 아파트 동, 호수 남겨 주세요. 오늘 수업한 활동지와 OO에게 줄 선물 집 앞에 놓고 갈게요. 오늘은 시간이 안 되고 금요일 오전에 놓고 톡으로 알려 드릴테니 OO에게 전해주며 힘내라고 전해주세요."
잠시 후 카톡을 확인한 엄마에게 이런 답장이 왔다.
"우와!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어제와 오늘 오전까지 잘 있더니 갑자기 답답하다고 울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래도 확진되어 아픈 아이도 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이겨내야겠죠. 이 더위에 일부러 나오시는 거 아니세요? 혹시 지나는 일이 있으시면 들려주시면 감사하죠. OOOO 아파트 107동 O호입니다. 염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 제자 아이가 울었다는 말에 울컥했다.
'어린애가 얼마나 답답할까? 빨리 선물을 품에 안겨주고 싶었다. 그래도 아이니까 이런 선물 받으면 기뻐서 힘듦도 잠시 잊을 수 있겠지?'
금요일 낮에 약속이 있어서 지인과 만났다. 잠시 그 아파트에 들러 선물을 놓고 가자고 말하고 아파트로 가니 마침 밑에 출입문이 열려있었다. 바로 7층으로 올라갔다. 아이의 집 문 앞에 선물 쇼핑백을 놓고 내려와서 카톡을 남겼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아이의 엄마에게 답장이 와있었다.
"선생님, 정말 감동이에요. OO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최애 '흔한 남매' 퍼즐이라니. 더위에 다녀가시고 너무 감사드려요. OO가 폴짝 뛰며 웃네요. 아주 신이 났어요! 감사하다고 전해 달래요. 선생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정말 감사해요."
아이가 신이 났다는 말에 나까지 신이 났다. 큰 선물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지니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당연시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정이 사라지고 삭막해질까 두렵다.
멀리 있는 모르는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서로 불편한 일이 없도록 하고, 힘든 일이 없나 들여다보려는 마음이 더욱 필요한 시절이다. 빨리 코로나 감염병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다.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예쁜 아이들 얼굴을 보며 웃으며 수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