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작업은 그 과정이 상당한 지적 쾌감을 줍니다"

[인터뷰] 16번째 개인전 여는 이혁발 작가

등록 2021.08.24 10:03수정 2021.08.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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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질병이 대유행을 하며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평범하고 자연스러웠던 행동조차 덜컥 멈추고 현행 법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어느새 일상 속까지 깊숙이 들어온 지침은 오감마저 지휘하고 제어하는 느낌이다. 온 국민의 준법과 인내가 고착화 될까 걱정이다. 미덕과 절제로 살다보니 기회만 되면 도전하고 확장하려고 벼르던 자유와 사랑과 평화의 구호가 숙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꾹꾹 눌러 가둬도 감각의 세계는 살아있고 꽃은 피어난다. 원래의 본능과 금기의 영역을 열어 가공하고 재발견하여 만화방창 하니, 아니 점잖진 못 할 세계를 그린 작가가 있다. 유림의 고장 안동에서 성을 여는 이혁발 작가다.


이혁발 작가는 행위미술에 관한 책을 4권이나 쓰고, 회화, 설치미술, 행위미술, 사진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론 겸비, 행동하는 미술인이다. 하여 일반인의 궁금증도 많지만 자신도 대중들이 좀처럼 열지 않는 담론으로 외로운 작업을 하다 보니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평론가 윤진섭은 그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인간 본성의 원초성에 대한 뜨거운 긍정을 통해 이혁발은 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유교적 금기와 억압에 대해 발언한다. 그 비판의 칼날은 성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과 모순, 그리고 위선을 겨냥한다.'
 

작가가 건설한 '육감도'라는 감각의 제국에서 현실과 이상과 환상의 세포를 배양하며 가꾼 그만의 또 다른 만다라가 이번 전시 내용이다. 때는 거스를 수 없는 '언택트' 시대라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줄 작가의 인터뷰를 싣는다. 이번 인터뷰는 질문과 답변 모두 이 작가가 진행하는 '셀프 인터뷰'로 이뤄졌다. 
 
격정적 순간-마타 ‘육감도’라는 감각의 제국에서 현실과 이상과 환상의 세포를 배양하며 가꾼 그만의 또 다른 만다라
격정적 순간-마타‘육감도’라는 감각의 제국에서 현실과 이상과 환상의 세포를 배양하며 가꾼 그만의 또 다른 만다라이혁발
 
육감이 꿈틀대는 이상세계를 회화로 구축한 '육감도' 건설자, 이혁발

- 코로나가 번성하는 이때에도 참 열심히 작업하시는군요. 3월에 안동(안동문화예술의전당), 5월에 부산(open art's space MERGE?), 그렇게 개인전을 2번 하셨는데, 9월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또 하신다고요?
"네, 이번 9월 8일(수)부터 12일(일)까지 인사동의 경북갤러리(02-737-8882)에서 16번째 개인전을 합니다."

-'육감도'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시던데, '육감도'라는 게 무엇인가요?  
"이번 주제는 <몰랑몰랑 육감도>입니다. '육감도'는 제가 만든 단어이며, '육'자는 여섯'육'이며 고기'육'자이고, 감은 감각'감'자를 쓰고, '도'는 그림'도'이며 섬'도'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육감적인 살들이 접촉하고 어울렁더울렁 하는 건강한 이상향' 같은 것입니다."
 
육감도 
 이번 주제는 <몰랑몰랑 육감도>입니다. ‘육감도’는 제가 만든 단어이며, ‘육’자는 여섯‘육’이며 고기‘육’자이고, 감은 감각‘감’자를 쓰고, ‘도’는 그림‘도’이며 섬‘도’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육감적인 살들이 접촉하고 어울렁더울렁 하는 건강한 이상향’ 같은 것입니다.
육감도 이번 주제는 <몰랑몰랑 육감도>입니다. ‘육감도’는 제가 만든 단어이며, ‘육’자는 여섯‘육’이며 고기‘육’자이고, 감은 감각‘감’자를 쓰고, ‘도’는 그림‘도’이며 섬‘도’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육감적인 살들이 접촉하고 어울렁더울렁 하는 건강한 이상향’ 같은 것입니다.이혁발
 
- 그림에 등장하는 형태는 여체이기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식물 같기도 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 같기도 한데요. 이 형태들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자연에 가까이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식물들의 엄청난 번식력이었어요. 예쁘장한 꽃들의 그 엄청난 번식력, 땅속에서 날카롭고 뾰족한 뿌리로 뻗어나가는 잔디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놀라웠죠. 자두나무도 3갈래로 끊임없이 뻗어 나갑니다. 조용히 서 있는 듯한 모든 식물이 온갖 방법으로 번식에 온몸을 불사르는 것을 알았죠. 인간의 욕망도 본능적인 번식력의 발현인 것이죠. 이 형상들은 인체를 기본으로 하지만 모든 생명의 번식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본능적 감각을 형상화한 거죠. 감각이 살아있는, 싱싱하고 행복한 공간인 이상향 속에 사는 이 생명체들은 내 58년 삶의 경험과 35년 화업이 녹아있는 결과물이죠."


- 부드러운 곡선의 형상들 속에서 창이나 가시, 뿔 같은 형상도 등장하는데, 말씀하신 '따사로운 육감도'에서는 등장할 수 없는 형태 아닌가요?
"곡선은 부드러움, 따사로움, 관능 등을 상징합니다. 직선은 날카로움, 공격, 아픔, 상처 등을 상징합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에도 직선과 곡선은 공존합니다. 사랑에도 아픔이 있잖아요. 가시가 있잖아요. 불행이 없다면 행복이 있을 수 없죠. 여체는 곡선이고, 남성은 직선입니다. 직선이 조금씩 있어야 곡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날카로움이 있으면 곡선의 부드러움이 더 부드러워 보입니다. 서로 상생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기도 하죠."
 
고독한 실존 직선이 조금씩 있어야 곡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날카로움이 있으면 곡선의 부드러움이 더 부드러워 보입니다. 서로 상생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기도 하죠.
고독한 실존직선이 조금씩 있어야 곡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날카로움이 있으면 곡선의 부드러움이 더 부드러워 보입니다. 서로 상생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기도 하죠.이혁발
 
- 정물, 누드 그림 위에 드로잉을 함으로써 중층적으로 이미지가 쌓이는 형태가 나왔는데요, 당연히 의도적이죠?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그 사건은 여러 사건의 과정들이 쌓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말끔한 풍경화처럼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상태, 사건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거죠. 그 풍경 안에는 수많은 식물이나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한 격렬한 사건들의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죠. 얽히고설킨 여러 사건의 충돌로 하나의 세계가 구성되고 삼라만상이 움직여나가고 있는 거죠. 중층화면의 사용은 이 '세상에 대한 사실화'입니다."

- 화업 초기부터 성을 소재로 작업해 오시고, 한국의 대표적 에로틱 작가였던 최경태 씨와 함께 거론되곤 하셨는데요. 성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을 소재로 하는 작업은 작업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줍니다. 특히 열정이 넘치던 젊은 시절엔 더했죠. 나이 들어 성 욕망이 줄어드니 그 즐거움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에 미술 작업은 삶을 더 높은 경지로 높이는 자기 수련 과정,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구축해 나가는 성취감도 있습니다."
 
그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미술 작업은 삶을 더 높은 경지로 높이는 자기 수련 과정,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구축해 나가는 성취감도 있습니다.
그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미술 작업은 삶을 더 높은 경지로 높이는 자기 수련 과정,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구축해 나가는 성취감도 있습니다.이혁발
 
- 행위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시고 이번 전시회 개막일 날도 행위를 한다면서요? 회화도 하면서 행위작업도 하는 이유가 있겠죠?
"네, 9월 8일 날 7시에 <옷-몸 철학의 관점에서>라는 작품을 합니다. 행위작업을 하는 것은 좀 더 뜨겁게 산다고 할 수 있죠. 하고 싶은 이야기, 분출하고 싶은 이야기가 회화와 설치미술로 만족이 안 되기에 그 에너지가 행위작품으로까지 나온다고 봐야죠. 무당의 피가 내재해 있는지도 모르고요.


행위작업도 그림 작업처럼 그 작업 자체에서 즐거움이 있습니다. 몸을 움직여서 작품을 하고 나면 느끼는 몸이 주는 짜릿한 쾌감은 다른 작품을 할 때 느낄 수 없는 것이죠. 회화나 설치작업은 내 몸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행위미술은 내 몸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엄청난 차이가 있죠. 또한 개념미술에서 출발한 행위미술이므로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 쾌감도 있습니다. 작품을 구상하고 실연 전까지 이뤄지는 개념적 작업과정이 상당한 지적 쾌감을 줍니다."
#행위미술 #행위미술가 #이혁발 #오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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