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도
이번 주제는 <몰랑몰랑 육감도>입니다. ‘육감도’는 제가 만든 단어이며, ‘육’자는 여섯‘육’이며 고기‘육’자이고, 감은 감각‘감’자를 쓰고, ‘도’는 그림‘도’이며 섬‘도’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육감적인 살들이 접촉하고 어울렁더울렁 하는 건강한 이상향’ 같은 것입니다.
이혁발
- 그림에 등장하는 형태는 여체이기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식물 같기도 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 같기도 한데요. 이 형태들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자연에 가까이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식물들의 엄청난 번식력이었어요. 예쁘장한 꽃들의 그 엄청난 번식력, 땅속에서 날카롭고 뾰족한 뿌리로 뻗어나가는 잔디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놀라웠죠. 자두나무도 3갈래로 끊임없이 뻗어 나갑니다. 조용히 서 있는 듯한 모든 식물이 온갖 방법으로 번식에 온몸을 불사르는 것을 알았죠. 인간의 욕망도 본능적인 번식력의 발현인 것이죠. 이 형상들은 인체를 기본으로 하지만 모든 생명의 번식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본능적 감각을 형상화한 거죠. 감각이 살아있는, 싱싱하고 행복한 공간인 이상향 속에 사는 이 생명체들은 내 58년 삶의 경험과 35년 화업이 녹아있는 결과물이죠."
- 부드러운 곡선의 형상들 속에서 창이나 가시, 뿔 같은 형상도 등장하는데, 말씀하신 '따사로운 육감도'에서는 등장할 수 없는 형태 아닌가요?
"곡선은 부드러움, 따사로움, 관능 등을 상징합니다. 직선은 날카로움, 공격, 아픔, 상처 등을 상징합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공간에도 직선과 곡선은 공존합니다. 사랑에도 아픔이 있잖아요. 가시가 있잖아요. 불행이 없다면 행복이 있을 수 없죠. 여체는 곡선이고, 남성은 직선입니다. 직선이 조금씩 있어야 곡선의 아름다움이 돋보입니다. 날카로움이 있으면 곡선의 부드러움이 더 부드러워 보입니다. 서로 상생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