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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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장은 해당 글에서 '부동산'과 '주택공급'이 민간시장에서 이익을 노리고 '장사'할 수 있는 회사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은 비영리 민간주체가 참여하기보다 SH로 획일화하면 된다고 밝혔다.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대자본들이 주택개발 정책을 주도한 결과, LH와 대장동의 투기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산재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급할 수 있는 로또 수준의 이익이 오갔다는 사실은, 개발이익의 욕망 속에 6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용산의 비극이 떠오른다. 이번 보궐선거 때조차 용산참사를 두고 '임차인들 폭력적 저항이 본질'이라 주장했던 오세훈 시장의 생각은, 정말 10년 전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였다.
민간이 아닌 공기업 주도의 독점적이고 경직적인 개발이 야기될 수 있는 사태도 오랜 시간 충분히 경험했다. 3기 신도시 투기 사태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기업의 매커니즘은 공급된 이후에 입주자가 잘 살아갈지 고려하기보다 (지방)정부가 내세운 주택 물량 공약을 맞추는데 집중되어 있다. 결국 가장 쉽고 편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누구도 선호하지 않는 부지만 주로 개발되고 자연스럽게 공실로 이어진다. 오세훈 시장은 '골목 끝으로 내몰렸다'고 표현하며 사회주택의 위치를 지적했지만, 접근성과 공실률의 문제는 공기업의 주택에 집중되어 있다. 비단 위치만이 문제이겠는가. 쓰레기가 쌓인 공공임대주택이나 입주자의 낮은 만족도는 오랜시간 고질적으로 쌓여온 공공임대주택의 비판 지점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공공과 민간이 협업해서 비영리 사회주택 모델을 개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 및 주거 정책에서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각각 경험하며 대안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고 다를 것 없다. 주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도시 서울의 시장이라면, 공공과 시장의 역할을 상호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시장이 해왔던 역할은 시장이 그대로 하고, 공공임대주택은 공공만이 하겠다'는 발상은, 2021년의 리더가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부적절하다.
한국의 사회주택은 민간의 비영리 및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2015년부터 조금씩 개척해왔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박원순의 서울시 행정 모두가 사회주택을 추진할 만큼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했다. 그 결과 사회주택의 공실률은 1% 이하로 공기업의 매입임대주택 공실률의 1/10 수준이다. 건축상도 다수 수상하며 판박이의 공공주택 이미지 개선에 이바지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입주자 만족도가 80점을 상회하며 입주자 중심의 주택 정책을 증명해냈다. 마지막으로 민간개발처럼 수천억원을 챙기지 않고 부동산 상승분을 모두 공공에게 귀속시키며 예산을 절감하고 공공성까지 확보했다.
물론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기에 사회주택 정책 역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시장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을 때 적극적인 개선안을 고민하며 시정조치를 하는 것이다. 행정의 프로세스는 멈추고 귀도 닫은 채, SNS를 이용해서 계속 비판만 하는 모습은 적절하지 않다. 짧은 임기 동안 전임 시장의 정책을 비판하며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싶은 유혹은 누구든 빠질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리더로서, 시민의 주거 문제만큼은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주거 불안을 겪고 있는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은 대승적이면서도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장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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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1인가구, 비전형노동의 한복판에 있는 청년이자, 사회주택을 짓고 운영하고 살기도 하는 주거 덕후이다.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며, 시민의 힘을 키우는데 관심을 가지고 산다.
현재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등 청년, 주거, 노동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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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골목 끝으로 내몰렸다? 오세훈 시장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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