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농담이 있다. 한 허접한 인물이 어찌어찌 공천을 받아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국회에 첫 등원을 한 날, 그는 세 가지 사실에 놀랐다. 그와 같이 허접한 놈이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 그와 같은 허접한 놈들이 국회에 천지였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이런 허접한 놈들이 국회에 천지인데도 나라가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씁쓸하지만 농담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모든 뉴스와 공방이 대장동으로 가득하다.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이 블랙홀은 오직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는 용도로만 소비된다. 불로소득으로 일확천금을 얻은 이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니 여느 때처럼 똑같이 분노의 대상을 특정하여 희생양을 삼으려는 정치권이 분주하다. 악의적이거나 또는 무지에서 나오는 억지와 선동은 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한다. 심지어 나름 지식인들의 집단일 경실련까지도 특검를 통해 희생양을 찾아내라고 기자회견을 하였다.
또 다시 희생양 찾기 프로젝트다. 늘 이런 방식의 해결을 택해서 권력자들이 국민을 개나 돼지로 만들었다. 희생양을 찾아 분노를 집중시키고 국민적 분노가 포말처럼 사라지면, 권력자들은 다시 똑같은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불공정한 불로소득을 탐하고 이권을 독점해왔다.
희생양을 찾는 프로젝트는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오히려 정의로운 사회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광기어린 소음으로 희생양 하나를 찾는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공정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대사회에 희생양을 잡아 번제를 드린다고 정의와 평화의 세상이 왔었던가?
도시개발사업은 땅장사다
도시개발사업은 한 마디로 땅장사다. 사업모델이 단순하다. 불모의 땅을 헐값에 사서 아파트나 상가를 지을 수 있는 비싼 땅으로 만들어서 파는 사업이다. 헐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파는 것이니 성공하면 당연히 일확천금이다.
땅장사는 품귀현상의 마스크 장사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부도덕한 일이다. 땅은 항상 품귀상태이기 때문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화가 가능한 땅은 특히 품귀상태이다. 이런 희소한 품목의 장사로 대박이 가능한 사회는 공정한 사회는 아니다.
부도덕하고 공정하지 않은 땅장사를 합법의 영역에 가져다 놓은 법이 있다. 도시개발법이다. 2000년에 제정되었고, 1966년 제정되었던 토지구획정리사업법과 연속된다. 55년 동안 땅장사를 합법화 해놓은 셈이다. 그 55년 동안 대장동이 반복되었고, 가끔 뉴스의 블랙홀이 되었고, 희생양이 특정되었고, 국민은 개와 돼지를 반복하였다.
땅장사를 합법화하려고 만든 법은 아니었다. 마을에 함께 사시는 분들이 도시화가 안 되서 살기가 불편하니 지주들끼리 합의해서 개발을 하시면 좋겠다는 명분의 법이었을 것이고, 택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택지개발을 통해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적은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어주겠다는 멋진 법이었을 것이다.
다만 현실이 달랐다. 10만 원하던 땅이 30만 원가량으로 오르면 촌부들은 이게 뭔일인가 싶어서 땅을 팔았다. 도시개발이 가능한 땅들은 외지의 투기꾼들에게 넘어갔고, 사업이 시작된다는 소문이 돌면 200만 원이 되었을 것이다.
외지의 투기꾼들과 주민이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도시개발법에는 외지인에게 좋은 규정이 있었다. 토지와 토지주 전체가 아니라 각각 50%와 66%의 동의만 확보하면 나머지를 쫓아낼 수 있었다. 돈이 되는 일이니 여러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외지인 민간업자의 합법적인 땅장사 사업모델이 생겨난 것이다.
민관합동개발의 허상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관합동개발이 가능해진 것은 2012년 7월이다. 도시개발법 제11조1항의 11호가 '지방공기업이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출자에 참여하여 설립한 법인'도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의 개정이유를 보면 '도시개발법에 민간 참여를 제약하는 요소가 많아 도시개발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민간 자본을 통한 창의적인 도시개발을 유도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기에 민간의 도시개발 진입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이들의 다양한 개발역량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도시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에 상호협력적인 도시개발 체계를 구축하여 도시개발사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럴듯한 미사어구로 덮여있지만 껍데기를 걷어내면 민간업자가 땅장사를 하는데 불편한 도시개발법을 개정해서 민간업자의 땅장사에 고속도로를 놓아주겠다는 것이었다.
땅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인·허가관청과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이니 인허가 리스크도 상당부분 줄어들고, 토지수용을 할 수 있으니 동의하지 않는 지주들로 인해 사업이 늦어지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아무래도 지방공기업이 출자한 회사가 하는 개발사업이니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도 심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도시개발법이 땅장사를 합법화한 법이고, 지속적으로 민간업자가 땅장사를 하기에 적합하도록 개정되어왔다. 이것이 대장동 사태의 본질이다. 이를 어떻게 정의로운 것으로 바꿀 것인가? 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몇몇 사람을 구속한다고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도시개발법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작금의 국민적 공분을 해소하는 올바른 길은 민간업자의 땅장사가 불가능하게 도시개발법과 관련법률을 개정하는 일이다. 개정의 방향도 매우 단순하다. 도시개발사업으로 만들어진 토지의 판매가격을 원가(토지비+대지조성비+금융비+사업비)에 적정이윤만을 더해서 결정하도록 개정하거나 적정이윤을 넘어선 추가이윤에 대해서는 환수하는 법률을 보완하면 된다.
도시개발법의 목적은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도시개발을 도모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의 조성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이다. 민간업자의 땅장사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다.
토지소유주들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면, 도시화를 하지 않은 현재의 토지형상을 보존하는 것과 비교하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도 유한한 자원인 토지를 통해 부를 축적해서는 안 된다. 땅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다. 마스크가 투자의 대상이 아닌 것과 같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도전하는 불순한 생각이라는 비판이나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반론과 적자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도전도 있을 것이지만, 의지와 우선순위 선택의 문제이다. 작금의 국민적 분노와 보수 세력까지도 공분하는 분위기라면 땅장사를 통해 일확천금을 버는 것을 막는 것이 반론의 우려보다 중하다.
늘 위와 같은 문제점이 있다는 논리를 설파하면서 민간업자의 땅장사를 합법화하고 고속도로를 깔아준 현행 도시개발법을 만든 이들이 이권에 개입하고, 국민을 개와 돼지로 취급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소음 속에서 희생양을 찾아 비본질적인 마무리를 해 온 권력들이다.
이틀 동안 국정감사장에서 누군가를 쉴드치고 누군가를 공격하느라 거품을 물었던 허접한 국회의원들은 본업으로 돌아가서 민간업자의 땅장사가 불가능하도록 도시개발법을 개정하는 일을 하는 것을 권한다. 그대들이 애타게 찾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그 분'은 민간업자의 땅장사에 고속도로를 깔아놓고 이를 제어할 입법권한을 방치한 국회의원 너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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