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반복하던 중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전신마취 수술을 하게 되어 연가를 신청하였으나 학기 중 연가 사용은 안 된다며 거부했어요. 출근한 후에 바로 조퇴하라고 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연가를 사용하려 했지만 거부당했어요."
이는 전교조로 접수된 연가 거부 사연의 일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이 '소중한 내 연가, 관리자에 의해 거부당한 사연'을 제보받아 일부를 공개했다. 제보된 사례에는 ▲가족의 검진 및 긴급돌봄 ▲가족‧친구의 결혼식·졸업식 ▲자녀의 입학식‧졸업식 ▲군입대나 결혼식 준비 ▲이사 등 중대사도 포함돼 있었다.
현행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연가는 다음의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본인 또는 배우자 직계존속의 생신‧기일, 질병‧부상 등으로 일시적 간호 또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병가를 모두 사용한 이후 요양을 해야 할 경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수업 및 일반대학원 시험에 참석하는 경우, 그리고 '기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소속 학교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다.
제보된 사례처럼 가족 긴급돌봄, 동생의 결혼식, 자녀의 입학식, 이사 등의 경우는 예규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교장의 승인 없이는 연가 사용이 불가능하다. '기타 상당한 이유'에 대해 인정할 권리가 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연가권이 교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거부되는 불합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교육부는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이하 예규)' 개정에 나섰다. 교장이 승인할 연가 사유를 몇 가지 추가 나열하고, 연가 신청 시 사유를 기재하게 하는 것이 예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전교조는 교장이 승인할 연가 사유를 추가할 것이 아니라,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는 한 연가 사유와 상관 없이 교사의 연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11월 4일 교원 1만6000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에 전달하였다. 교사노조연맹 역시 지난 11월 5일에 연가승인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서명을 받아 교육부에 전달하였다.
노시구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원에 대한 연가사용 제한은 차별적 조치이므로 11월 17일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라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는, 연가 신청을 받았을 때 행정기관의 장은 공무 수행에 특별한 지장이 없으면 승인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교사를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공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한 자유로이 연가를 사용하며, 연가 사유를 기재하거나 심사받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공익사업장인 철도, 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혈액공급, 한국은행, 우정사업의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이는 휴가권이 노동자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예고된 개정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관리자에 의한 연가 거부 사례
- OO학교,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하던 중 보호자 동의가 필요한 전신마취 수술을 하게 되어 연가를 신청하였으나 학기 중 연가 사용은 안 된다며 거부. 출근 후 바로 조퇴하라고 함.
- 부산OO초등학교, 아이의 질병으로 인해 대학병원에서 하루종일 정밀검진을 해야 해서 연가사용을 요청하였으나 교장이 거부해서 수일에 걸쳐 조퇴를 하여 검진을 나누어서 진행. 수일에 걸쳐 아이가 수면제를 복용해야 했으며 수면제 복용후에는 정상적인 어린이집 활동이 어려웠음.
- OO초등학교,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라는 전화가 와서 조퇴를 올리자 누구는 가족 없냐고, 누가 이런 일로 집에 가냐고 큰 소리로 면박. 아이 예방 접종으로 오후에 조퇴를 올리니 애는 혼자 키우냐? 가족 없냐며 면박.
- OO초등학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연가를 사용하려 했지만 거부당함.
- 서울 OO중학교,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자식 같은 막냇동생의 고등학교 졸업식으로 연가 사용하려고 하자 동생은 연가 사유에 해당되지 않고 젊은 비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연가를 쓰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며 다른 선생님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거부. 결국 출근 후에 다시 조퇴함.
- 경남OO중학교, 3월 2일 첫째아이 입학일이어서 입학식에 참여하려고 지참을 신청했으나 학교장은 '그럼 우리 학교 입학식은 안 중요하냐'며 화를 내며 거부.
- 세종OO고등학교, 12월 26일 월요일 입대를 앞두고 그 전 주 목요일, 금요일 이틀 동안 자취방 정리하려고 연가를 요청하였으나 학생이 나오는데 교사가 안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교사 마인드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면서 인격적인 모독과 함께 연가를 반려. 결국 짐정리를 못해 추가적인 비용 발생.
- 세종OO중학교, 결혼식 전날인 금요일에 연가를 사용하려 했지만 승인하지 않음. 퇴근 후에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교장을 설득해서 승인받았다고 통보받음.
- 대전 OO유치원, 입원으로 인한 병가를 사용하려고 하자 '유치원이 바쁜데 입원해서 어쩌냐'라고 거부. 유아의 독감 전염으로 인해 병가를 사용하려고 하자 '담임이니 독감인 거 티 내지 말고 나와서 근무해. 원 행사가 중요하지'라며 거부.
- 수원OO고등학교, 발가락 골절로 병원을 가기 위해 조퇴를 상신하였으나 학교장에게 사전 구두보고를 요구하여 학교장을 찾아가 설명하였으나 처음에는 지필평가 기간에는 안 된다고 거부함. 사정을 설명하고 승인 받음.
- OO초등학교,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코로나 상황에 맡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연가를 쓰겠다고 했으나 관리자가 거부. 결국 아이를 데리고 출근.
- 수원OO고등학교, 코로나19로 아들이 혼자 집에 계속 있어서 오후 수업이 없는 날에 조퇴를 하려고 했으나 다른 학교 교장 눈치가 보인다며 거부. 자녀 문제로 7교시에 조퇴하려고 하였으나 해당일에 소방훈련이 있다며 거부.
- OO학교, 연가 사용시 학교장이 사유를 적으라고 하여 사유를 적는 란이 없다고 답하니 비고란에 사유를 적으라고 함.
- 경북OO고등학교, 시아버지 기일 날 제사준비로 연가를 신청하였으나 아침부터 제사 지내냐며 연가 불허. 이사로 인하 연가 신청하였으나 휴일을 놔두고 연가를 쓰는 것은 교사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거부. 부모상 이후로 연가 사용을 요청하였으나 불허.
- OO학교, 집에 급한 사정이 있어서 수업이 제일 적은 날에 수업교체 후 연가 사용을 신청하였지만 불허하고 조퇴를 권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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