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밥상을 마주할 때면, 내 입맛에 꼭 맞는 반찬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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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맛집만 골라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음식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기왕이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소문난 식당을 찾아가면 사람들이 식당 입구부터 빼곡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기다림에 한숨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기대가 되기도 했다.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첫째 아이가 좀 컸을 무렵, 남편과 나, 아이 셋이서 국내 여행을 떠났다. 점심은 유명한 갈빗집에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하니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기다릴 수 있었지만 아이는 배고픔을 참기 힘들어했다. 결국 황급히 다른 식당을 찾았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은 관광지로 진입하는 차들로 도로가 가득 차서 식당 근처조차 가지 못했다. 주변 식당들도 주차된 차로 꽉꽉 차 있었다. 우리는 외곽으로 빠져나와 허름해 보이는 한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이미 점심 때가 한참 지나 있었다.
식당 안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생선구이 백반을 주문했다. 별 기대 없이 배나 채우자는 생각뿐이었다. 이윽고 밥상이 차려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는 윤기가 돌았으며, 통통한 조기는 노르스름하게 잘 구워져 있었다. 함께 나온 된장찌개와 시래깃국은 남편과 아이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신나게 숟가락질했다. 평소에 생선을 즐겨 먹지 않던 아이였는데, 그날은 손가락에 붙은 생선 살까지 쪽쪽 야무지게 찾아 먹고 있었다. 어느새 밥과 반찬 그릇이 깔끔하게 비워졌다. 숟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 가족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났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맛집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게 된 게. 맛집을 피해, 사람이 없는 식당들 위주로 다니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까 봐 미리부터 식당으로 달려갈 필요가 없었다. 밀려들어 오는 사람들을 보며 급하게 먹을 필요도 없었다. 전과 달리 여유롭고 한적하게 식사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식당에서도 엄청난 맛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국물을 한 술 입에 넣는 순간 남편과 이 맛이라며 눈빛을 교환할 때,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국수를 만난 기분이 들었을 때, 고소한 나물 반찬이 자꾸 젓가락을 잡아당길 때가 바로 그런 순간들이었다.
때로는 식당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여행지에서의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근처 시장에서 이런저런 음식들을 다양하게 사 와서 맛보기도 했고, 간단하게 장을 봐와서 요리해 먹기도 했다. 집에서 자주 해 먹는 메뉴라도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사뭇 다른 맛으로 느껴졌다.
날이 너무 춥던 어느 날에는 포장마차 앞에 서서 꼬치 어묵을 하나씩 사 먹기도 했다. 다양한 음식들을 먹었음에도, 아이들은 2박 3일 여행 동안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 그 꼬치 어묵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