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독산성 마라톤대회대회출전한 마라톤 동호회원들과 함께
박온서
달리기를 하면 몸도 뜨거워지고 땀도 나니까 달리기로 시작한 하루는 몸과 마음이 가볍다. 늘 찌뿌둥한 피곤함으로 곰 한 마리가 어깨 위에 매달려 있는 듯 몸이 무거웠는데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는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무게감으로 가벼워졌다.
달리기의 매력은 많다. 다른 운동처럼 이런, 저런 옵션이 필요 없다. 전문적인 레슨도 필요 없다. 선수가 아니라면 건강을 위해, 체중감량을 통한 가벼운 발걸음을 만들기 위해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운동화와 티셔츠 한 벌이면 충분하다. 다른 운동에 비해 비용도 많이 안 드니 저비용 고효율 운동이다.
달리는 동안 누구의 시선도 구애받지 않고 혼자서 달릴 수 있다. 오롯이 혼자다. 호흡도, 속도도, 거리도 신경쓰지 않고 자기방식대로 달리면 된다. 달리는 동안 사방이 뻥 뚫려 있는 자유를 느끼며 주위 풍경을 눈에 담는다면 그 사람은 이미 달리기 고수(高手)가 된다.
일상의 풍경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달리기는 나를 만나는 운동이다.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숨이 차고 헐떡거리다 잠시 다리쉼을 하면 그 호흡의 고마움을 알게 되고 땀을 흘리고 갈증을 해소하면 물맛을 비로소 알게 된다. 온몸으로 공기에 저항하는 나만의 시간, 때로는 햇빛에 시달려도 좋다. 종아리를 타고 오르는 근육통에 잠시 보폭과 속도를 줄이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지친 숨을 가다듬고 온몸으로 달리는 이 시간이 자신의 한곳에 집중하며 온몸으로 사는 나만의 시간일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공기의 저항을 느끼며 달리는 내 몸뚱아리, 그 생명력으로 내딛는 원초적인 기쁨을 지천명이란 나이에 다다라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빠른 속도에 매몰되어 달리는 차창에서는 미처 두 눈에 담을 수 없었던 자연풍광을 두 눈에 담는 달리기의 풍경은 또 어떠한가? 준족이 아니어도 좋다. 낯선 동네풍경은 덤이다. 딱딱한 아스팔트가 아니라 굽이치는 풍경에 흙길을 내달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생각, 저 생각 잡념을 물리치며 달리는 나만의 시간, 달리는 내내 오롯이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동안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달리기를 하고 나서야 알았다. 달리기는 내 몸에 귀를 기울이며 나를 만나는 운동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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