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잘 마시기 위해 산 개완세트차 마시는 맛
김지언
차에는 없는 커피만의 매력은 바로 카페인이다. 카페인이 몸속에 들어오면서 없는 에너지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준다. 긴장감이 떨어진다 싶으면 커피를 마시고 또 마셨다. 그렇게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잤다.
반대로 남편은 카페인에 취약했다. 조금만 커피가 들어가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수면제를 복용했다. 그래서 나는 카페인에 약한 남편 대신에 장금이처럼 맛있는 커피를 마셔주는 사람이 됐다.
그러다 코로나19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1년 2개월 정도 재택근무라는 신세계를 맛보게 해줬다. 코로나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일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홈카페를 추구했다.
다른 곳에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카페에 갈 일이 별로 없기도 했다. 무엇보다 밖에서 마시는 커피가 맛있지 않았다. 그걸 왜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괘씸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서 늘 텀블러에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디카페인 커피를 가지고 다녔다. 밖에서 커피를 사 먹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실 거리를 바꾸는 일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쓴 박혜윤 작가의 책은 가랑비에 옷이 젖는 듯한 인사이트를 주었다. 특히 작가의 집에는 커피와 술, 인터넷이 없다는 게 어떤 동기 부여가 됐다.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그것을 끊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매일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래서 나도 박혜윤 작가를 따라서 커피 끊기를 시도했다.
매일 마실 거리를 커피 대신 차로 바꿔나갔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았다. 커피를 디카페인 커피로 바꿔보는 작은 시도부터 해보는 게 좋겠다. 나 역시 2~3년 정도 디카페인과 카페인 커피를 번갈아가며 마셔왔다. 그렇지 않고 일단 커피부터 끊었으면 얼마 가지 못해 다시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나는 커피 다음으로 좋아하는 메뉴인 밀크티 위주로 카페인을 줄여 나갔다. 찬장에 쌓인 차로 티시럽을 만들어 최대한 밀크티 마시는 걸 간편하게 바꿨다. 밀크티를 마시다가 지겨워지면 맹물에 차만 우려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나름 매력 있었다. 어떤 날에는 보리차를, 보리차에 옥수수차를 블렌딩해서 마시는 등 창의적으로 마실 거리를 바꿔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