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 모 고등학교에서 복장 규정을 준수할 것을 안내하며, 3회 이상 복장 규정을 어길 경우 학생생활교육위원회(소위 선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안내문
화면 캡처
필자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이 개학 이후 2주가 넘도록 반발하고 있지만, 학교는 오히려 교복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선도 대상(흔히 선도위원회로 불리는 학생생활교육위원회 회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복 수선이 어려울 경우에는 수선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확인증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한다.
학생들의 반발이 큰 첫째 이유는 물론 체육복 등교를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이겠지만, 그다음 이유는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운영에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그 흔한 설문 조사 하나를 진행하지 않았다. 체육복 등교 금지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참고할 자료를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자율·균형·미래를 강조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취임 이후 학생인권 옹호는커녕 학생의 책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학 이후 2주간 이어지고 있는 '체육복의 난'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잘 모르겠다. 학교에서 계속 독선적으로 교복 등교를 강요하고 체육복을 입고 등교했다는 이유로 정말 몇몇 학생들을 선도위원회에 회부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지만, 학교는 신경 쓰지 않을 분위기다. 혹은 학교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해 체육복 등교를 선심 쓰듯 허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학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조용해질 것이다.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우리 학교 친구들이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구조적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결국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독선적으로 내린 결정이 학생들에게, 또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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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 등교 금지' 통보 후 학교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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