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소위를 통과한 반쪽짜리 특별법안을 규탄하며 오는 25일 본회의 전까지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증금 회수 방안 마련과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범위를 확대하는 수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게다가 센터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에 거주하고 있어 대환대출을 지원받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확인됐다. 센터에 접수된 고충 사례의 약 절반은 빌라를 포함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근린생활시설에 살고 있는 사례도 3.9%였다. 주택용도가 아닌 공간을 임차했다는 것에서 이미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드러나는 것일 수도 있는데, 현재의 대책은 이들에 대한 지원은 애초에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해 서울의 근린생활시설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한 분은 마지못해 경매 낙찰까지는 받았지만, 근린생활시설이라 대출이 어려워 자신이 장기연체자로 등록되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목돈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전세사기 피해자들 상당수가 대환대출 지원의 실효성 문제로 기존 대출을 갚지 못하고 높은 연체 이자를 지불하고 있었으며, 몇몇은 연체 기간이 길어지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었다. 정부 대책의 많은 부분은 대출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조차도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환대출 기금 총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격요건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전세사기 대책을 정부가 여러 차례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은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았고 그 피해는 계속해 확대되는 양상이다. 주거불안, 신용불량 위험, 생계 불안이 커지는 피해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여야가 지금이라도 전세사기 특별법의 합의점을 찾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의 여야 합의에 포함되지 못한 피해 부분이 많아 걱정과 우려가 크다.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 피해자의 다양한 상황들... 여야 합의에선 빠졌다
구체적으로, 먼저 이번 법안에는 최우선 변제금 보장과 선지급 후 구상권 청구 방안이 빠졌다. 통과된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 구제 법안이라기보다는 피해자의 '향후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법안에 가깝다. '최우선 변제금 보장'은 최우선 변제금만큼도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원 조치이지만, 이조차도 정부의 반대로 이번 특별법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이는 전세사기 피해 조사를 통해 최우선 변제금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파악하여 다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법 통과가 끝이 아니다. 피해자 전수조사 한번 없이 정한 피해자 기준은, 현실에서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센터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처음 제시한 피해자 범위에서 억울하게 배제되는 사례가 있었다. 현재 법안이 최종 통과되어도 위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별법상 전세피해자지원위원회가 유연한 판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후 법 개정을 포함한 유연한 조치도 필수적이다.
전세사기 피해 고충 온라인 접수 센터에 들어온 고충을 보면, 정책과 정책이 전달되는 현장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지연이자를 내며 버티다가 정책이 늦어져 신용불량자가 되는 게 현실이며,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목돈을 마련하려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는 피해자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정책이 불필요하게 지연되거나, 피해자(정책 이용자)들이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 일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