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민수씨의 고시원, 저녁 식사, 카페에서 공부하는 김민수씨
고나린
저녁 7시, 퇴근한 김씨는 곧바로 고시원으로 향했다. "잠만 자는 용도예요. 사람답게 살긴 어렵고요." 사람답게 살기 어려운 방의 월세는 55만 원. 작은 침대, 책상, 옷장이 한 몸처럼 붙어있었다. 옆방에서는 계속해서 물소리와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김씨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저녁을 늘 간단히 조리해 먹는다. 메뉴는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닭가슴살과 공용 주방에서 간단히 구울 수 있는 버섯이다. 밤 9시, 식사 후 쪽잠을 청한 김씨는 카페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가방을 메고 문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자정까지 조용한 토익 공부가 계속됐다. 주말엔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거나 못다 한 공부를 한다고 했다.
"몇 년 전에 고학벌 친구들과 경쟁하는 대외활동을 했었는데 조금 위축되더라고요. 학벌을 극복하려면 2배는 열심히 살아야죠."
김씨는 대학 재학 중에 서울에서 하는 대외활동을 하러 달에 한 번씩 기차에 올랐다. 고향에는 대외활동이 거의 없고, 스펙을 쌓으려면 큰 단체나 기업에서 해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수도권에 사는 팀원들은 수업을 다 듣고 활동 장소로 모였지만, 김씨는 아예 학교를 빠져야 하는 날이 많았다. 오전에 활동이 있는 날은 새벽 6시부터 하루가 시작됐다. 하지만 대학생 신분에서 가장 부담됐던 건 서울에 갈 때마다 최소 6만 원씩 깨졌던 돈이다.
"분명 일을 하고 있는데 저축을 할 수가 없어요."
경제적 부담은 서울에 올라온 지금도 그를 괴롭힌다. 최저임금인 월급에서 월세, 식비, 휴대전화 요금, 생활비, 자격증 응시료, 각종 문제집, 인터넷 강의, 가끔 청주에 내려갈 때 타는 기차 비용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 김씨는 마케터로 일할 수 있는 규모가 큰 회사만 있다면 청주로 다시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생존'하는 대신, 돈도 아낄 수 있고 심적으로도 편안한 고향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② 5월 대졸 신입 채용 공고 2500건 분석해 보니
2019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 거주 구직자 약 80%가 구직활동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한다. 비수도권에 사는 청년이 훨씬 많음에도 채용공고가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럼 2023년은 어떤 상황일까.
취업포털 '사람인'에 5월 한 달간 올라온 대졸 신입 채용공고 약 2500건을 분석했다('사람인'은 작년 한 해 동안 네이버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취업포털이다). 공고 수를 비교하는 걸 넘어, '어떤 공고'가 많고 적은지 살펴봤다. 5월 31일부터 약 열흘간 엑셀과 파이썬을 이용해 수도권,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강원, 제주 총 6개 지역 채용공고의 기업 형태, 직무, 업종을 비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