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자연인의 집
표명렬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집 환경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떠나기 전부터 상상 해본다. 정성을 다해 심어놓은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을지? 꽃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해풍에 넘어지지나 않을지? 잡풀들이 무성하여 '데레사 동산'을 다 차지해버리지 않을지? 주로 걱정거리다.
"그 나이에?"라며 걱정해주시던 분들이 지금은 "용기가 가상타"며 부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1년에 서너 번씩, 꼬박 5시간여를 온전히 아내와 다정다감 보낼 수 있는 이 '건강여행'이야말로 여태까지 내가 경험해 봤던 어떤 여행보다 값지고 행복하다.
기차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버스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이 조금씩은 다르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푸른 산과 들, 높은 하늘과 떠가는 구름, 산 밑의 작은 집들을 느긋이 바라보며 우리는 각기 자기 나름대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험하며 살아왔던 갖가지 추억 등 시공을 넘나드는 생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쳤다 접었다 한다.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기도 한다.
6대 조까지의 조상님들 묘가 가까이 계셔서 자주 뵙고 인사드릴 수 있어 좋다. 우리가 믿고 있는 절대 신과 조상님들께서 이렇게 자주 한양 천리 먼 길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게 도와주신다 생각하며 늘 감사한다. 건강해야 갈 수 있고 건강을 위해서 가는 이 '건강여행'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힘써 건강에 유의하며 조심조심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귀촌 이후 3번째인 이번 검진 결과도 매우 좋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만족해 하셨다. 모든 수치와 상태가 정상으로 나왔다며 계속해서 처방한 약 잘 먹고 걷기운동 열심히 하면서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 관리하라 했다.
비록 반쪽짜리 귀촌 생활이지만, 자연인들처럼 주변의 사회적 환경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살면서 치유의 길을 모색해보자고 결행했던 결과가 드디어 효과를 발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기뻤다.
이에 4주 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 '데래사'씨의 좌우명격인 "자유, 평등, 평화"가 오롯이 감싸 주고 있는 우리들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어디를 둘러봐도 푸른색이요, 사방이 조용하다.
참새들이 "짹짹" 우리를 반겨주며 까치가 지붕 위를 날아가면서 우리들의 귀가를 환영한다. 개미들도 신난다며 길게 줄 지어 으쓱이며 간다. 백일홍 꽃이 만발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준다. 분꽃들이 영산홍 나무 사이에 끼어 수줍은 듯 방긋방긋 인사한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공기가 확실히 다르다. 일기예보 상으로만 보면 서울이나 이곳이나 '먼지' '미세먼지'가 똑같이 '좋음'으로 나올 때가 많은데, 그 품질이 완전히 다름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숨이 확 트이고 금방 머리가 맑아져 기분이 상쾌해진다.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도착하자마자 곧장 대청소를 했다. 거의 1개월 넘게 비워두었음에도 먼지 하나 묻어 나오지 않는다. 벽장 안의 옷들도 보송보송 하다. 맑은 공기가 이토록 중요함을 절절히 실감한다.
남해안의 서부 쪽에 위치한 이곳 완도, 해남, 강긴 주변에는 공해를 배출할 만한 생산 공장이 거의 없다. 교통망이 발달되지 못해서 관광객들이 들끓지 않아 오히려 분위기가 좋다.
국립수목원이 '남파랑길' 따라 가까이 있어 유산소 걷기 운동 하기도 아주 편리하다. 바다 건너 바로 앞에는 유서 깊은 고찰 '미향사'가 자리 잡고 있는 달마산 산맥이 길게 펼쳐 보인다. 대흥사도 멀지 않다. 이곳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청정 휴양지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천 평이 훨씬 넘는 뒷산에는 3년 전 심어놓은 편백나무가 배꼽만큼 빽빽히 자라고 있다. 장차 '마주봉'에 이르는 치유의 산책로가 완성되어 이 일대가 세계적인 '노인천국'으로 발돋움 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은퇴한 분들이 여생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면소재지라서 농협은행 및 마트, 우체국, 보건소, 경찰지서, 작은 독서실 등이 있고 전천후 볼링장, 체육관 등 운동과 생활 편이에 필요한 모든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서울행 고속버스를 비롯하여 모든 버스가 일단 정차하는 정류장도 있다. 상급병원이 멀다는 불편이 있긴하지만 장차는 상상도 할수 없는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런 문제가 말끔히 해결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의식하거나 눈치 볼 필요 없는 이렇게 좋은 곳에 우리들의 작은 쉼터를 마련하게 되다니! 우리는 또 한번 마주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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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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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서울로, 80대 중반에 시작한 건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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