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투표를 거쳐 캄보디아 새 총리에 오른 훈센 총리의 장남 훈 마넷 신임총리(가운데)가 새로 임명된 내각 관료들과 노로돔 시하모 국왕을 접견하기 위해 프놈펜 왕궁을 방문, 대관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훈 마넷 총리 공식 페이스북
훈 마넷의 신임 총리 취임 선서식이 있던 같은 날 새로운 내각 명단이 공식 발표되었다. 지난 2월 외부에 유출된 바 있는 장관급 인사 후보 명단과 거의 100% 일치했다. 30여 개 정부 부처 중 23개 부처 장관이 전격 교체되었다. 그중 신임 장관 절반 이상이 젊은 40대라서 주목을 끈다. 예상대로 장관급 인사 30여 명 가운데 10명 이상이 현 권력층의 자제들로 채워졌다.
1992년부터 내무부 장관을 지낸 72세의 사 켕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교육청년부 현 차관인 42세의 아들 사 소카(Sar Sokha)에게 내무부 장관 자리를 물려줬다. 77세의 띠어 반 국방부 장관 역시도 2018년부터 씨엠립 주지사를 맡고 있는 42세의 아들 띠어 세이하(Tea Seiha)에게 장관 자리를 물려줬다.
훈센 총리의 막내아들이자 평소 권력욕이 강한 훈 마니(40) 현 청년연합 회장은 공무부 장관으로 지명되었으며, 유일한 여성 부총리인 멘 삼 안(Men Sam An) 국회관계감사부 장관의 아들 펭 풋네아(Peng Puthnea)는 공공사업교통부 장관으로 내부 승진했다.
퇴임한 차이 탄(Chhay Than) 기획부 장관의 아들 차이 리티센(Chhay Rithisen)은 농촌개발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기획부 장관은 빈 친(Bin Chhin) 관방부 장관의 아들 빈 트롯쩨이(Bin Troachhey)가 임명되었다.
고(故) 속안 부총리의 아들 속 소켄(Sok Soken)은 관광부 장관에, 고(故) 찌어 심(Che Sim) 전 상원의장의 아들인 쩌어 소메티(Chea Somethy)은 재향군인청소년재활사회부 장관직을 맡게 되었다.
10명의 새 부총리 그룹에는 훈센 총리의 조카사위인 넷 사보은(Neth Savoeun) 경찰청장과 퇴임하는 순 찬톨(Sun Chanthol) 교통부 장관, 현 아운 폰모니롯(Aun Pornmoniroth) 재무부 장관과 헹 추온 나론 (Hang Chuon Naron) 교육청소년체육부 장관이 포함되었다.
이번 훈 마넷 새 내각에 포함된 여성 정치인은 단 3명뿐이다. 그 중 포웅 사코나 (Phoeurng Sackona) 문화예술부 장관과 잉 칸타 파위(Ing Kantha Phavi) 여성부 장관은 유임되었으며, 퇴임한 산업과학기술혁신부 장관 참 프라시드(Cham Prasidh)의 43살 딸 참 니몰(Cham Nimol)은 상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또, 사이 춤(Say Chhum) 상원의장의 아들인 43세 세이 삼 알(Say Sam Al)은 지난 2013년 이미 환경부 장관이 된 바 있으며, 국토관리도시계획부 장관 겸 부총리 자리에 올랐다.
최근 퇴임한 딧 문티 (Dith Munthy) 대법원장의 아들인 44세의 딧 티나 역시 작년부터 재직하던 농림수산부 장관에 유임되었다.
캄보디아를 이끌게 된 훈 마넷 신임 총리는 지난 7월 총선에서 프놈펜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1999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각각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 국가들은 훈 마넷이 미국과 영국에서 오랜 시간 유학한 경험이 있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집권 시 아버지 때와 달리 캄보디아의 정치·사회 제도에도 민주주의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닦아 놓은 기존 체제를 더욱 더 공고히 할 것이란 의견과 분석이 훨씬 더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정치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자유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국민들과 권력을 나눈다는 점에서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권력을 쥐게 된 자들의 입장에선 생각이 다르다. 자유민주주의는 그저 귀찮고 짜증 나는 정치적 사슬이자 스스로를 얽매는 족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집권당 대표·국회의원직 그대로 유지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