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취임 이후 첫 공조통화를 하며 역내 안보상황 점검 및 한미동맹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0년 9월 13일 밤 11시가 다 된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휴대전화로 모르는 전화번호가 떴습니다. 받을까 말까 살짝 고민하다가 결국은 수신에 손가락을 댔습니다. 결국 그 일이 만 3년이 지난 지금, 제가 국방부 장관이 된 신원식씨에게 고소를 당하는 일의 출발점이 될 줄은 그때까지 정말 몰랐습니다.
38년 전, 후임 이등병의 죽음이 조작되었다는 제보
전화를 건 낯선 남자는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자기가 오늘 술집에 들어가 한 잔을 하던 중 우연히 가게에서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 국회의원이 나오더랍니다. 그 사람, 어딘가 낯익은 얼굴인데 가만히 더듬어 보니 자기가 38년 전 군 복무할 때 중대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고통스러운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제보자는 전화를 들어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했다고 합니다. 혹시 군 복무 시절에 있었던 사망사고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을 알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듣게 된 이름이 바로 제 이름이었다며 그는 자신의 38년 전 사건에 대해 저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10월 24일. 그러니까 만 38년 전 그때 육군 8사단 21연대 모 대대에 배치된 그는 당시 소대 최고참 병장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때 공지합동훈련이 있어 그는 포천에 위치한 승진훈련장에서 3일에 걸친 훈련에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사고가 발생한 날은 그 훈련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자기 소대에 입대한 지 불과 석 달밖에 안된 이 아무개 이등병이 훈련 중 불시에 날아온 박격포를 맞고 사망한 것을 자신과 전우들이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당시 중대장을 비롯한 부대 간부들이 박격포 오폭이 아니라 유탄발사기 불발탄 폭발사로 조작했다는 제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대장이 방금 자신이 술집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본 국회의원인데 바로 당시 국민의힘 국방위 소속 신원식 씨라는 것이었습니다.
고백하건대, 솔직히 저는 처음 이 제보를 받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1980년대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박격포를 맞아 숨진 사람을 불발탄 폭발 사고로 왜곡·조작할까. 정말 그렇게 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습니다.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생뚱 맞은 이야기 같았습니다.
여하간 일단 그 분에게 제보 방법을 안내했습니다. 정식 제보를 위해 '대통령 소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진정 접수 사이트 링크를 휴대전화로 보내줬습니다. 그런데 위원회 출범 후 2년 이내 진정 접수가 마감인데 마침 내일까지가 마감이니 반드시 내일 안으로 해야 한다며 못 박아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말 마지막 날 접수된 사건, 바로 문제의 <진정 1699번 이 아무개 일병>(사망 후 이등병에서 일병으로 추서됨) 사건이었습니다.
밝혀진 진실, 그러나 부인하는 신원식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