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마을 전경. 오른 쪽에 수락산이 보인다. 계획된 달동네라 한 쪽에 주차를 하고도 차가 지나다닐 수 있다.
오창환
일요일 아침 어반스케치 모임인 '선데이서울'이 이번 주에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양지마을에서 모이기로 했다.
양지마을을 비롯한 당고개역 인근의 달동네들은 1960년대 서울의 판자촌을 철거할 때 정부가 준 부지에 형성된 마을이다. 이 마을들은 무질서하게 형성된 여느 달동네와 달리 도시 계획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계획적인 달동네'다. 원래 8평에서 10평 넓이의 집 4개를 붙여 사각형으로 주택부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차로 동네를 돌아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재개발 얼마 남지 않은 곳을 그림으로 남기다
당고개역 인근의 마을들이 이미 많은 지역이 재개발이 되었다. 동네 주민들의 말씀을 들으니 양지마을도 재개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아침 8시 집결인데, 날씨도 춥고 대중교통도 불편해서 차를 갖고 갔다.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면 집에서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상계 3동 4동 주민센터 뒤쪽으로 올라가니 양지마을이 나온다. 먼저 온 스케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도 그림 그릴 곳을 찾았다.
그런데 날씨가 워낙 추워서 그냥 차 안에서 그리기로 했다. 차에서 그리는 경우 따뜻해서 좋은 반면, 멋진 풍경이 있는 곳에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운데 마침 좋은 풍경이 있는 자리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이 마을 이름이 양지마을인 이유는 수락산 자락 남쪽 기슭에 위치해 있어 해가 잘 들기 때문일 것이다. 건너편에는 불암산이 보이고 불암산 기슭의 또 다른 달동네와 그 달동네를 일부 개발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차에 앉아서 핸들이며 대시보드며 룸미러 등 자동차 안과 창 밖의 불암산과 양지마을 전경을 그렸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니 스케쳐 두 분이 앉거니 서거니 하며 불암산 자락을 그리고 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추워진 날씨 때문에 나처럼 차에 동승해서 그림을 그리는 스케쳐가 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것을 한 장에 그리니까 나의 그림은 자동차 내부와 외부가 보이는 180도의 파노라마 그림이 되었다.
그림은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을 평면에 옮기는 것이고 그렇기에 '카메라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 점이 바로 그림의 매력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인간의 눈으로 대상을 보는 원칙에 가장 충실한 그림이 어반스케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어반스케치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점인 듯하다.
첫 번째 그림을 마치고 모둠 사진을 찍었다. 다들 너무 떨어서 당고개 인근의 칼국수 집에 가서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양지마을로 올라가서 한 장씩 더 그리고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