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전날에 그린 제주 다끈개 포구 전경. 풍랑이 일고 있고 먹구름이 가득하다.
오창환
지난 3일 아침,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에서는 해마다 입춘굿을 크게 하는데 구경도 하고 취재도 할 겸 제주여행을 계획했다. 작년 연말에 전국의 탈꾼들이 연합해서 탈춤 공연을 하면서 만난 제주도 춤꾼들이 꼭 한번 제주에 오라고 했으니 심심치는 않을 것 같았다.
체류하는 3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예정된 일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아침부터 세차게 내리던 비가 제주공항에서 도착할 때쯤에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첫 번째 갈 곳은 공항 북쪽 해변에 있는 용담포구다.
공항에서 버스로 가면 30분이면 가고 걸어서 가면 40~50분 걸린다. 난 당연히 걷는 쪽을 택했다. 이번 여행은 스케치 여행이니 급할 것도 없고 바쁠 일도 없다. 과정이 목적인 여행이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나그네라고나 할까.
용담포구의 옛 이름은 '다끈개'라 하는데 제주도 포구들은 갯가에 살짝 만을 이루는 곳에 있기도 하고, 드물게는 건천(乾川) 하류에 위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은 해안선이 전체적으로 완만하여 포구를 만들만한 '개'가 없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정으로 갯가의 바위를 쪼아 '닦아' 지금의 포구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포구를 '다끈개'라 하였고 그 동네의 이름을 다끄네라 하게 된 것이다. 다끄네동네는 제주공항 확장공사로 지금은 철거되어 버렸지만, 다끈개 포구는 지금도 여전히 구실을 한다(큰바다영 제공 - 고광민 선생의 포구 이야기 참조).
내가 용담 포구로 간 이유는 사진작가이자 대학선배인 고경대 작가가 추천해 준 곳이기 때문이다. 고경대 작가의 부친이신 고영일(1926-2009) 선생님은 제주일보 전신인 제주신보에 기자로 입사하셔서 1945년부터 1961년까지 근무하시다가 5‧16 군사쿠데타 후 신문사를 떠났다.
그 후 선생은 제주카메라클럽을 창설하고 제남신문과 '월간 제주'에서 일하셨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사진작가로서 사랑하는 제주를 수만 장의 사진으로 남기셨다. 기록으로 보나 예술로 보나 엄청난 작업이다.
고경대 작가는 고영일 작가가 찍은 1960-1970년대 제주 사진에 나오는 곳을 찾아가 같은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2015년 서울 갤러리 브레송에서 첫 사진전 <부전자전父傳子展>을 열었다.
고 작가님은 KBS 제주의 '탐나는 제주' 프로그램에서 <사진 속 제주 다시보기>를 진행하는데 고영일 작가님이 찍은 사진과 자신이 찍은 사진을 현재와 비교하여 소개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