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으로 뻗은 나무등걸에 싸질러놓고 간 수달의 똥. 아름답고 향기마저 풍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야생에서 나온, 꼭 필요한 먹이만 먹고 배설한 똥이기에 냄새도 없을뿐더러 그 형태도 다 달라서 독특한 매력이 있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향기가 솔솔 풍길 정도다. 그만큼 간절히 그들을 찾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생선 가시와 물고기 비늘이 점점이 박힌 저 앙증맞은 수달의 똥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하식애 절벽 앞으로 가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수놈)와 '현이'(암놈)를 찾았다. 그러나 아직 이른 시간인지 녀석들도 보이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팔현습지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400년 원시 숲을 이루고 있는 왕버들숲으로 들었다. 혹여나 수리부엉이 부부가 이곳에 와서 뱃속에 들어있는 '펠릿'(소화가 안 된 덩이를 다시 뱉어내는 것)을 뱉고 있지나 않은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왕버들숲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갔다. 그러나 수리부엉이는 그곳에도 없었다.
찾았던 수리부엉이와 그 '펠릿'은 못 만나고 대신 수달의 똥을 이곳에서도 만났다. 한 곳이 아니었다. 세 곳에나 똥을 싸질러 놓았다. 한 마리가 아니란 소리다. 똥을 요리 보고 조리 보고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물결이 인다. 파동 소리도 들리더니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감적으로 야생의 친구란 것을 알았다. 조용히 폰을 꺼내 켰다. 그리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파동은 더 가까워지더니 이내 뭔가가 머리를 쑥 내밀었다. 수달이었다. 그렇게 오매불망하던 수달이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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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 수달 가족의 유영 ⓒ 정수근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었다. 뒤이어 또 한 마리가 머리를 쳐들고 이쪽으로 유영해 온다. 녀석도 나를 봤다. 한참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러면서 마치 "저 녀석은 뭐야? 왜 우리 화장실에 서 있어?"하는 듯했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살피더니 이내 획 들어간다. 그러면서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탐색의 시간인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살피더니 이내 저 멀리 사라진다. 녀석들은 강 한가운데 철새들의 무리 속까지 들어가 주변을 휘저어놓는다. 놀란 철새들이 혼비백산 달아난다.
수리부엉이가 울었다 그리고 날아올랐다
수달이 저 멀리 유영해 가는 것을 보고 왕버들숲을 돌아 나왔다. 돌아 나오는 데 익숙한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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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 수리부엉이의 세레나데 ⓒ 정수근
"우~~우 우~~우" 가만히 들으니 그것은 수리부엉이 울음소리였다. 짝을 찾는 저 익숙한 소리. 이 시간에 들리는 저 소리는 녀석이 사냥을 나간다는 신호다. 곧 하식애 둥지를 떠나 사냥을 위해 날아오른다는 신호다.
다급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점점 선명하게 들린다. 저 멀리 하식애에서 벌써 이동해 왕버들숲 가까운 나뭇가지 위에 앉아 특유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수리부엉이 수놈 '팔이'이 노랫소리였다. 이렇게 가까이서 녀석을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다시 폰을 꺼내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눌렀다. 선명한 녀석의 세레나데를 담을 수 있었다. 소리뿐만이 아니라 녀석이 사냥을 위해 날아올라 저 멀리 반대쪽 아파트촌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까지 그대로 담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