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김포시장이 지난 11월 6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관련 논의 후 백브리핑을 진행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16일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편입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김기현 대표가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한 지 20일도 채 안 돼 특별법을 발의할 정도로 초고속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당에서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본다. '김포시 서울편입'이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이 아니라 상황 반전을 노리고 급조한 총선용 카드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민심은 김포시 서울편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과반 이상이 김포시 서울편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김포시민조차 리얼미터 11월 12일 발표 여론조사에서도 61.9%가 반대하고 있다.
여당이 '김포시 서울편입'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로 김포의 지리적 취약점을 들고 있다. 김포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을 역임한 홍철호 당협위원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가 인천과 한강, 서해 등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섬과 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통 등 각종 정책에서 소외되거나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서울과 인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울 편입은 전혀 다른 문제다. 김포가 서울 편입에 따른 편익과 자치도시로 남는 편익을 비교하고 따져봐야 한다. 김포에 터를 잡고 사는 50만 명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김포의 지리적 취약점을 극복하려면
김포의 상황을 '김포라이제이션(Gimpoliz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는 강대국 틈에 끼인 핀란드의 굴욕적인 상황을 일컫는 핀란디제이션(Finlandzation)에서 유래한 것으로 김포의 지리적 취약점에서 비롯됐다. 핀란드가 자신들의 지정학적 취약점을 극복하고 강소국가로 거듭났던 것처럼 김포가 지리적 취약점을 극복하고 강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경학적 관점에 따라 김포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첫째, 수도권 서‧북부 관문 역할이다. 1392년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면서 김포에는 전국에서 몰려오는 교역선으로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했다. 한강 끝 후미진 곳의 작은 고을에 불과하던 곳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온갖 물품들을 사고파는 커다란 장이 열렸다. 당시 조선은 이를 감당하기 위해 3개의 포구(강녕포, 조강포, 마근포)를 나란히 설치하고 인조시절에는 김포군으로 통합‧승격시켰다. 이렇듯 김포는 수백년 전부터 한반도 물류의 중심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 이후 남‧북은 한강하구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입안·발표하고 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2019년 8월 KDI 북한경제리뷰에 "한강하구를 남북자유무역지역으로 키우자"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통해 "한강하구의 남북접경 지역이 활성화하면 물류거점뿐 아니라 남북한 국제분업 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형태의 남북자유무역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경기연구원은 2017년 한강하구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보고서에서 인천공항과 개성공단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김포-강화-해주'로 연결되는 남북1축 간선교통망을 제안하고 있다. 연구 보고서는 김포시 통진읍이 남북1축 간선교통망과 인천공항-개성공단 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남북 경제교류의 주요 거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 곳을 통일경제특구로 지정·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둘째, 김포-파주-고양을 잇는 '남북 경제협력 특구'를 하루속히 추진해야 한다. 국회는 지난 5월 24일 '평화경제특구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20대에서 박정 의원 등이 발의한 '통일경제특구법안'을 수정한 것으로 12월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남북경제 교류는 대한민국 미래 경제에 천금 같은 기회를 제공하며 핵심 지역은 김포다.
경기도는 2014년 개성과 김포를 잇는 다리를 정식으로 중앙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다리가 건설되면 김포에 제2개성공단 조성까지 가능하다. 한‧미 FTA, 한‧중 FTA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개풍군 일대를 제2의 개성 신도시마저 조성할 수 있다.
지금은 북핵 제재 등으로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으나 북핵 문제가 타결되고 한반도 정세가 풀리면 개풍과 김포는 남북경제 교류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 '개성-김포 철도망' 부설도 가능하다. 경의선이 충족하지 못하는 서북부권 남북 물류를 가능케 하며 인천까지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군산, 목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김포-서울 교통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이는 '김포라이제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우선, '한강로~올림픽대로 여의도 구간'의 버스 전용차선(BRT)을 하루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는 사업의 성격상 시간과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장 시민들의 교통난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 또한, 장기적 대책의 하나로 제2의 올림픽대로 건설도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측은 측은 서울 강서 개화동에서 강동구 고덕동까지 총 39.1km를 지하화함로써 올림픽대로의 교통난을 해소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올림픽대로 지하화는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여의도~잠실간 20km의 지하화로 최초로 제안된 바 있으며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에서도 검토된 사안이기도 하다. 현재 올림픽대로 강서구간은 김포 한강 신도시와 인천 검단 신도시, 서울 강서 마곡의 도시개발 등으로 수용한계를 넘어섰다. 자동차로 김포에서 여의도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린다.
따라서, 폭증하는 차량 통행을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김포 한강로 전호 IC ~ 올림픽 대로 여의도 남단' 약 10km를 우선적으로 해서 제2의 올림픽대로 건설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검단 신도시, 부천 대장 3기 신도시 등으로 서울 서부권은 교통 포화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국토부 등 중앙부처가 이 지역의 교통 인프라 대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편입으로 문제 해결? 다른 '정치'가 필요해
교통난 등으로 서울시 편입을 주장한다면 그야말로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서울에 편입된다고 교통난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포가 스스로 전략적 가치를 모두 버리고 서울에 편입하자는 것은 핀란드가 소련에 복속해 버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과거 핀란드 수상 등 정치인은 소련 모스크바에 가서 굴욕을 참아가며 자신들의 독립과 생존을 위해 노력했다. 핀란드 국민들은 그 누구도 이들을 욕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합쳐 자신들의 지정학적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함으로써 오늘날 강소국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 후 소련 해체후 핀란드가 되려 '약소국의 힘'을 갖게 되면서 북유럽의 무시못할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문제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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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 기획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기도의회 외교안보포럼 회장과 한신대학교 초빙교수직을 역임했다. 현재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의 외교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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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의 서울 편입? 다른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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