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시장 골목을 누비는 당나귀. 등에 짐을 실어 나르고 있다.
김연순
후회가 밀려왔지만 몰랐던 걸 어쩌랴. 남편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고 점차 말을 잃었다. 뭘 물어도 대답을 안 했다. 한참을 생각하다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숙소로 돌아가 주인에게 인터넷 뱅킹으로 환전수수료를 포함한 돈을 보내주고 모로코 돈을 받기로 했다. 제안하니 민박집주인도 흔쾌히 응해 주셨다. 현금을 받아 들고 나오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호기롭게 택시를 타고 페스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블루게이트로 향했다. 블루게이트 앞은 현지인뿐 아니라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에게 밀려 메디나로 들어섰다. 잠시 구경하는데 중식당을 발견했다. 밥이 몹시도 그리웠던 차라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볶음밥과 볶음면, 그리고 토마토 계란 수프를 주문했다. 배가 고파 그런지 다 맛있었지만 뜨끈한 토마토 계란 수프가 들어가니 속이 다 뜨끈해지면서 마치 하루를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배를 채웠는데 이상하게도 기운이 나기는커녕 돌아다닐 힘이 없었다. 블루게이트를 바라보며 차 한잔하고 싶었다. 카페들이 많았지만 모두 만석, 빈자리는 없다. 조금 기다리다 빈자리가 보이는 한 노천카페로 들어갔다. 주문한 민트 티가 입 안에서 화사하고 향긋한 향을 터뜨렸다.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해가 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블루게이트를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외관의 색이 파란색이 아니고 초록색이다. 들어갈 때는 분명 파란색이었는데 말이다. 알고 보니 메디나로 들어가는 문의 외관은 파란색, 메디나에서 밖으로 나오는 문의 외관은 초록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