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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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라는 오래된 슬로건이 연상되는 계절이다. 이 말의 의미는 단지 선거를 하는 민주주의 국가를 설명하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1인 1표의 선거를 통해 통치자, 권력자를 교체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념과 가치를 경합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와 유권자인 시민들의 정치참여 등을 전반적으로 포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정치는, 그리고 선거는 어떠한가.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이의 '더 나쁜 정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은 움직임이 가볍고, 기성 주류 정치는 한없이 가벼운 입을 보여주며 정치가 가진 무게가 한없이 빠지고 있다. 세상의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데 정치는 세상을 너무 쉽게 본다. 기존 정치의 형편없음을 날 선 언어로 싸움을 붙이면 새로운 것처럼 보이고, 양당에서 윤석열 또는 이재명과 싸우면 정치의 '큰' 리더십으로 마땅히 인정받는다. 이러한 정치의 구도 때문인지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 양쪽 모두에 몸을 실었다가 빠져나온 인물들이 용기 있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정치를 시작해, 배지를 달기 위해 이념과 신념 없이 공천권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런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상대와 경쟁을 하는 정치인들은 우리 정치에 필요한 이들이다.
하지만 지금 그 대결 구도 한 편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존 정치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이준석의 경우 '보수정치에서의 세대교체'라는 새로운 어젠다를 일부 가져오긴 했으나 젊은 '연령'을 내세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정치나 사회 비전은 새롭지 않았다.
이준석 자신의 몸집을 부풀린 정치방식은 한국 정치를 오히려 나쁘게 만들었다. 그가 세대교체론을 환기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빼곤 아무것도 없다. 본인이 '성역'과 싸운다는 명분을 앞세워 팬덤을 만들 때 주요하게 사용한 방식은 혐오가 분명했다.
이동권을 획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겠다는 장애인 시민들과 비장애인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만들고, 강력범죄 피해자 80% 이상이 여성인 한국에서, 여성들이 사회적 안전망을 요구하는 여성운동을 폄훼하며 합의하기 어려운 분노를 조직했다. 그리고 그는 늘 자신이 옳다는 자신만만한 소리를 했다.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정치를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진실로 가장 정치가 필요한 공간을 찾아가 폐허를 만들고 깃발을 꽂는 방식으로 자신의 인기와 지위를 무기처럼 썼다. 그것도 세대교체라는 참 반대하기 어려운 낯을 가지고 말이다.
'말이 칼이 되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