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화천산천어축제 앞에서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가 반대 목소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시셰퍼드 코리아
참 의아한 일이다. 산천어 축제장에 들어서면 모두 마취라도 되는 듯하다. 죽어가는 물고기를 물 없이 비닐에 담아 다니는 행위는 축제장에서 몇 발자국만 떨어져도 용인되지 않았다. 우리는 축제 시작 한 시간 전,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비닐봉투에 움직이는 물고기 장난감(고양이용 충전식 장난감으로, 툭 건드리면 진짜 물고기처럼 펄떡거린다)을 넣고 축제장인 화천천으로 들어가는 터널 입구에서 피켓과 함께 이를 들었다.
펄떡이는 무언가를 들자, 행인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한 어린이는 비닐 주머니와 시위하는 활동가를 번갈아 지켜봤다. 또박또박 피켓 글을 읽는 중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은. 동.물.학.대.를. 배.웁.니.다.' 지나가던 중년 여성들은 물고기 장난감이 꿈틀거리자 "이게 동물학대 아니냐"며 경악스러운 얼굴로 쳐다봤고, 한 중년 남성은 "이거 살아있는 거요?"라며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인형이라고 말하고 나니 행인들은 머쓱해했다.
'살아있는 걸 들고 있는 줄 알았다' 말하거나, 안도한 얼굴로 활동가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시선을 주고, 소리를 내고,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문제로 보이는 것을 비난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 보이는 어류에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했다. 화천천으로 향하는 터널이 망각의 터널이라도 되는 걸까, 밖에서는 동물학대로 보이는 것이 안에서는 버젓이 자행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화천군이 만든 '윤리적 진공상태'
우리가 화천군을 비판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람들의 감각이 터져 나오는 그 지점에 소음과 산만함이라는 댐을 짓고, 매년 수십만 명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화천군이 '산천어 패대기 워크숍'을 벌인다고 그들을 고소한 게 아니다. 화천군은 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 대신 지자체의 권위를 사용하여 사람들 사이에 무감각을 확산하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고 나아가 그 행위를 즐기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이 윤리적 진공상태에서 화천군은 60억 원(2019년 기준)에 육박하는 돈을 번다.
그들이 디자인한 거대한 지퍼백 안에서 사람들의 감각은 산천어와 함께 천천히 질식한다. 화천군은 무더기로 죽은 감수성을 가방처럼 손에 쥐고 달랑달랑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걸 팔아 이듬해 축제에서 사용할 산천어 치어 10만 마리를 생산한다. 악독하기 짝이 없다.
2년 전 최문순 화천군수는 자신에 대한 동물보호법 고발 건이 각하된 이후 "이번 검찰 결정으로 화천산천어축제를 향한 논란이 완전히 종식되길 기대한다. 흠집내기식 비난이 금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부자에 대한 경계와 배제, 그것은 최 군수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축제를 지배하고 있는지 방증한다. 합리적 근거가 있는 의견조차 '흠집 내기'로 치부하며 일축하는 그가 말도 못 하는 동물의 고통을 이해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희망을 거는 것은 장난감 물고기에도 걱정하는 시선을 보내던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숨을 잔인하게 앗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던, 그저 지역 축제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으려는 것뿐이었던 사람들 말이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산천어가 고통받고 있다는 깨달음, 그런 축제는 거부하겠다는 실천적 앎. '인지'의 문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산천어의 저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