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우리가 소위 '김영란법'이라 부르는 청탁금지법은 일정한 대상자들을 상대로 하는 선물의 가액(3만원, 5만원, 10만원 등)을 정해두고 있다.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아무것도 안 되고, 그런 것이 없다 해도 정해진 금액 이상은 무조건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의 물가를 고려하면 매우 낮은 금액이라서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제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법을 지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법치주의" 국가에 살고 있고,
둘째, 그 목적과 의도를 이해하기 때문이며,
셋째, 진의(眞意)의 구별 같은 자의적인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여 효율적인 집행을 하기 위해서다.
필자가 어릴 적 스승의 날은 너무나 당연하게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는 날이었지만,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사탕 1개도 드리지 못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법이니 고마운 마음은 카드나 편지를 쓰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선생님께 초콜릿을 선물하려고 한다면 그 선생님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받으면 위법이고 내치면 어린 아이에게 매정한 사람의 예를 보이게 된다. 법과 마음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이 난제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성역 없는 수사로 유명해진 검사 윤석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스타가 된 검사 윤석열. 우리는 그가 경제, 외교, 문화 등에 전문성이나 식견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적이 없다. 그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가장 큰 이유는 내로남불의 정치에 진절머리가 났기에 "법치주의"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의 이미지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답답할 정도로 남의 말 안 듣고 남의 눈치 안 본다는 그의 뚝심 같은 것에 대한 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신뢰는 이번 대담을 통해 완전히 바닥을 쳤다. 2년 전 국민이 기대했던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비록 엑스포도 실패했고, 경제는 난맥이고, 외교 참사는 다반사라 하더라도, 최소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법치주의의 실현은 보여 주었어야 한다.
정치 공작과 몰카가 문제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고가의 선물을 수수했다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의혹 없는 수사를 통해 법치주의를 실현하면 되는 것이다. 박절하지 못한 부인의 내심은 검찰이나 법원에 가서 읍소해 볼 수 있는 것이지, 국민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변명할 일은 아니다. 수사하고, 재판하다 보면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최종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법적인 판단을 받을 기회 자체를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한다면 그것이 독재와 어떻게 다른가.
결국 윤석열의 법치주의도 일각에서 이야기 하는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법치에는 '성역'이 존재하고, '충성'이 가득하다.
여전히 '김건희 특검법'의 재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 이번 신년 대담이 재의결의 결과에 더욱 견고한 명분을 쌓아 준 것은 아닐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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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변호사입니다. 반려견 두 마리, 다정한 남편과 함께 매일 초심으로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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