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 김찬휘 공동대표(왼쪽부터), 심상정 원내대표,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이 3월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광장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총선 출정식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경규 의원이 말하는 조국혁신당의 재벌 친화, 노동 정책의 기만성 등등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필요없다. 노동자 정당인 당신들이 잘 해야할 문제지 애초에 노동자 정당을 정체성으로 하지 않은 민주당 강성파에 요구할 것이 못된다. 만일 민주당이 개악을 하게 되더라도 그들의 지지 기반이 평범한 사람들이니만큼 저항에 부닥칠 것이 분명하다.
정의당 본인들이 똑바로 못해 국회에서 밀려난 탓에 다른 정당들이 노동자들을 공격하게 한 책임은 생각 안 하는가?
워낙 정책적 존재감이 없는 정의당에 대한 마지막 정책적 기억은, 심상정 당시 대선후보의 연금개혁안이었다. 심 후보는 재정건전에 기초한 연금개혁이라는 논리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선거 때마다 갈대 같던 한국노총이 지난 대선 결정적으로 이재명 지지로 결정하게 된 계기가 바로 당면한 국민연금 쟁점에서 심상정이 이재명 등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점이 없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공약 경쟁을 통해 한국노총으로부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심상정이었지만 국민연금납부액 인상을 주장하며 선제적으로 다른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적극성까지 보인 것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나는 정의당이 오랜기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을 보아왔기에(손웅정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아시안컵 우승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지금같은 방식으로 연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래서 이번 기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실패한 모델을 과감히 용도 폐기하고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길 바란다.
정치 프로답게 행동하라
민주당이 비록 (당의 리더들의 경우) 한국 사회 기득권의 일부이거나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등 사회의 주류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윤석열 정권의 친미·친일, 민주주의 파괴 등에 분노하는 대중들에게 민주당은 보편적으로 익숙한 반대파이며,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대안으로 존재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과 같은 걸출한 대중 정치가들이 존재하는 대척점에 5·18 역사 왜곡, 독재 찬양 후보자들이 판을 치고, 한국 땅에 '욱일승천기'를 게양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에 넣자는 발상을 하는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도 민주당을 찍게 한다.
그렇기에 민주노동당의 리더들(원로들)은 '결국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대중들을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대안으로 쟁취'하고자 했다.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언제고 중심이 되었어야 할 노동이라는 쟁점을 누군가 주도하겠다고 하면 그것이 하늘에서 뚝떨어진 생소한 것일 리 만무하다. 민주화 투쟁, 미국·일본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과 투쟁의 역사가 전통인 만큼 노동과 환경과 같은 주제들도 응당 기존 전통을 발전·계승해서 대중화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보다 70년 역사의 한가운데에 민주당이 (그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역사적 공간에서 노동자·대중들은 때로 민주당과 겹쳐지거나 발맞추어 나가기도 했고, 민주당이 미덥지 못할 때 민주당과 경쟁, 때로는 충돌하며 발전해왔던 것이다.
그래 왔던 노동 대중을 기반으로 한 정의당은 중요한 정치 투쟁의 전선에 서있기는커녕 반대 편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거나 정권 퇴진 광장을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내주며 주변화를 자초해 지지 기반을 상실했다. 필요하면 민주당과 어깨걸고 싸우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중들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필요하면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할텐데 그런 접점을 회피하니 정치가 제대로 될 턱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무도한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하기에 더 시끄러워져도 모자랄 판에 양경규 의원은 조국 수호와 윤석열 호위로 갈라지기 시작했던 양극화 된 서초동-광화문 시위식 극한 투쟁을 걱정하고 있다(설마 올 선거가 한동훈식 '이조심판'도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지민비조'하게 되기까지 정의당은 앞장서서 싸우는 투사였는가? 꼬투리를 잡혔을지언정 학력 몰수와 가족 해체, 수백 번 압수수색과 잦은 검찰 수사, 피습에 이르기까지 '탄압'을 생중계 당한 조국 일가나 이재명처럼 뜨거운 맷값을 지불하고 불쌍해서라도 사람들이 자신들을 지지하게 만드는 스토리라도 만들었나? 그런 중심에 들어서기는커녕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게 정의당 아니었나.
노회찬을 잃은 7년여 사이에
한때 정의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요한 본체였고 맏이였지만 기본 정신을 망각했다. 이번 선거에 1명이 살아올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정의당은 왜 민주노동당이 노동 중심성을 가지고 출발했는지, 비판적 지지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이라든지, '부자에게 세금을' '무상급식' 등 20년 전 고민들을 복습하면서 노회찬 정신을 어떻게 구현하겠다는 것인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되었다.
노회찬을 잃은 7년여 사이에 몰라보게 망가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다시 비탈길로 접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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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의 정체 묻기 전에 정의당 정체부터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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