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 책표지, 소설을 읽으며 소설의 배경이 되는 벨기에와 탈북자의 아픔과 살아가는 이유를 상상했다.
김보민
미국에서 살면서 아주 가끔 남한과 북한 중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대부분 짓궂은 장난이랍시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곤 했다. 싸우스 코리아(South Korea)와 노쓰 코리아(North Korea)라는 단어를 수시로 듣게 된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엄마, 왜 한국은 두 개야?" (역사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엄마, 왜 사람들이 노쓰 코리안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는 거야?" (도대체 이런 말은 누가 한 거지)
"엄마, 왜 우리는 노쓰 코리아에 갈 수 없어?" (나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가 휴전 상태라 갈 수 없다는 정도로 갈음한다)
"엄마, 왜 노쓰 코리아는 가난해?" (정치경제 체제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한국의 비약적인 성장까지 압축해서 들려줘야 하기에 대답이 길어지는 질문이다)
"엄마, 왜 싸우스 코리아는 노쓰 코리아를 도와주지 않는 거야?" (한때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만큼 정치적으로 예민한 주제다.)
"엄마, 우리는 영원히 이렇게 각각 다른 나라로 살게 되는 거야?" (나도 어릴 땐 곧 통일이 될 줄 알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단다)
그리하여 한국 전쟁, 남한과 북한, 이산가족 상봉,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 남북이 함께 출전한 평창동계올림픽,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미국에 사는 노쓰 코리아 사람은 없어?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을 즈음 아이들과 나는 BBC를 비롯한 해외 미디어에서 제작한 탈북자 관련 다큐멘터리를 즐겨 찾아봤다. 그들이 북한에서 탈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중국과 제3국에서 생사가 오갈 정도의 위험과 어려움, 한국 정착의 고단함, 앞으로 그들의 꿈을 들으며 우리는 북한 사람을 만났다. 한국에서도 실제로 탈북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로기완'을 만나고, 탈북자를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 신기하게도 미국 보스턴에서 탈북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보스턴 하버드 대학교 강당에서 탈북자들의 영어 스피치 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관이 있는데 보스턴에서 해당 행사를 열었고, 우연히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