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물살에 방향을 잡는 뗏목꾼.
보리출판사
- 뗏목꾼은 북한 사람인데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나요?
"지나는 뗏목꾼에 말을 걸기도, 뗏목을 고치기 위해 중국 땅에 오른 뗏목꾼에게 잽싸게 가 말을 붙이기도 했어요. 중국과 북한이 압록강을 중립지대로 정했어요. 국경선 자체는 강에 그어져 있지만 물이 아닌 땅을 밟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죠. 강을 낀 채 대화했어요.
한국 사람이라고는 굳이 언급하지 않지만, 그쪽도 제가 한국 사람인 건 느낌상 알 거예요. 한 번은 뗏목꾼이 '어디서 왔어?'라고 해 '마포'라 소리쳤어요. 웃으면서 서로 더는 묻지 않았죠. 정치적으로 엮이면 곤란하니 서로 그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일상 대화만 나눴어요."
- 뗏목이 지나는 압록강 유역이 북중 접경지대입니다. 작업이 쉽지만은 않겠어요.
"마을 주민이 탈북자로 신고해 공안에게 붙잡힌 적도 있어요. 최대한 조선족의 차림과 비슷하게 해요. 나름의 위장을 한 뒤 무작정 기다리죠. 뗏목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날이 저물든 밤이 새든 할 것 없이요."
뗏목에는 이데올로기가 없다
조 작가는 개인 작업을 하기 전 다큐멘터리 PD였다. 탈북자 취재 임무를 받고 떠난 길에서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을 맞닥뜨렸다. 식량난에 죽은 북한 여성들이 물 위에 떠다니는 걸 목격한 것이다.
탈북민, 북한 동포의 삶에 궁금함과 답답함을 느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북중 접경지대 탈북민의 삶에 깊이 들어가 묻고 들으며 다큐멘터리, 사진, 글에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았다.
- '북한'이라고 포털 창에 검색하면 각종 정치적인 이슈가 쏟아져요. 핵, 김정은, 러시아 등이요. 그런데 작가님의 책에는 숨 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정치 이데올로기 이면에 있는 진짜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해요. 압록강 너머 그들의 일상을 듣고 볼 때면, 제 어린 시절을 마주하죠. 어릴 때 시골에서 살면서 봤던 모습들이 그곳에는 여전히 남아있어요.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마구 웃고... 북한 동포들은 제가 만나본 어떤 한국 사람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럼이 없습니다.
솔직하다 보니 서로의 생활을 나누며 정이 쌓이죠. 그들의 집 마당은 사람 사는 맛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작물이 심기고 자라 오목조목 예뻐요. 제 사진을 보세요. 거기엔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없습니다. 이념이나 정치로 묻을 수 없는 나와 비슷한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작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쉽진 않죠. 혼자 하는 작업이라 가능했어요. 어느 단체에 속하면 그만의 장점도 있겠지만, 어느 한쪽의 이념에 이용당할 위험성도 있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건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라 혼자의 길을 택했어요.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죠. 거의 한 달에 보름은 중국에 있습니다."
- 보름이나 있으려면 필요한 것도 많을 텐데요?
"제가 쓰는 장비가 여럿인데 그때마다 다른 게 필요해요. 비디오가 필요한 순간 캠코더가 없으면 무릎을 치는 거죠. '이럴 줄 알았으면 가져올 걸' 하면서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최대한 모든 장비를 다 가져가요. 그러다 보니 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