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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집 팔현습지에서 열린 생명평화 미사

하식애 앞에서 네 번째... 뭇 생명들의 '숨은 서식처' 잘 보존해야

등록 2024.05.25 19:45수정 2024.05.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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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하식애를 병풍 삼아 진행되고 있는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25일 팔현습지 하식애 앞에서는 네 번째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이곳 팔현습지 하식애는 오랜 세월 강물이 깎아 만든 지형으로, 이 절벽에는 팔현습지의 깃대종인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 부부가 깃들어 살고 있다.

수리부엉이 집 앞에서 열린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

그 수리부엉이 부부의 집 앞에서 뭇 생명들의 평화와 안녕을 비는 미사가 봉헌된 것이다. 천주교 대구대구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임성호 신부의 주례로 열린 이날 미사에는 대구와 칠곡, 경산 등지의 천주교 신자 30여 명이 모였다.

날은 흐렸으니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서 왕버들이 주변에 호위무사처럼 둘러싸고 있고 뒤로는 팔현습지 하식애가 병풍처럼 둘러쳐친 곳에서의 이날의 현장 미사는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였다.

강론에 나선 임성호 신부는 "저기 버드나무가 있잖아요. 버드나무가 밑에 그늘이 있죠. 그늘이 있으면 이 밑에 물고기들이 쉴 수가 있어요. 그래서 버드나무와 그늘이 있어서 생물다양성이 높아서 자기 원래 살아왔던 대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아주 좋은 이런 곳이 바로 습지"라고 운에 뗀 뒤 습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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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임성호 신부가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임 신부는 "습지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마치 꼭 필요한 영양제 즉 필수 영양소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 팔현습지가 잘 보존돼야 되는데 사람들이 뭐 한번 시작하면 다 망가뜨려서 교황님께서도 걱정이 돼 가지고 '찬미 받으소서'란 회칙도 발표하셨잖아요" 하면서 팔현습지에 찾아든 위기에 대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여기는 물이 깎은 절벽이라고 해서 '하식애(河蝕崖)'라고 이름이 붙여지는 곳인데 생태적 용어로는 '숨은 서식처'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절벽인데 여기에는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생명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그 생명들이 수만 년 수십만 년 수백만 년 동안 이곳에서 이 터의 주인으로서 지키고 있는 저 앞에 다리를 놓고 사람 가서 '야호' 해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새들이나 뭐나 그냥 다 날아가버려요. 생태적 단절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을 이렇게 했는데 어린이들의 가장 핵심은 뭡니까? 돌봐야 되는 우리의 미래잖아요. 그 어린이들 돌보면 우리 자신을 돌보는 것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두 가지는 우리는 이 자리에 마치 우리가 병자성사를 청하는 발걸음으로 왔다는 것과 이 자리에서 마치 어린이들을 예수님께서 끌어안으시듯 이 소중한 팔현습지를 잘 끌어안고 자주 방문해서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이곳에서 창조질서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기도하면 좋겠다"는 것으로 강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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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행심 생태 공간이자 수리부엉이 집인 하식애 바로 앞에서 봉헌된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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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숲속의 생명평화미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임 신부의 강론을 이어 신자들의 기도 시간에는 재속 프란치스코회에서 온 한 신자가 "하느님, 당신께서 만들어주신 이 세상에서 당신의 창조질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고 저희 인간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지혜를 저희에게 허락하소서" 하며 기도했다.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 망치는 보도교 공사 끝까지 막을 것"

이날 임 신부가 강론에서 밝혔듯 이곳 팔현습지 하식애 앞으로는 1.5㎞에 이르는 교량형 탐방로가 계획돼 있다. 제방이 끝나는 무제부 산지 앞으로 그 산지를 따라서 길게 탐방로를 내는 사업으로 환경단체들은 "산과 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팔현습지의 가장 핵심적 생태공간인 곳에서 생태적 단절이 일어나 이곳 일대에서 목격되고 있는 17종의 법정보호종들이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무제부(제방을 대신하는) 산지와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이런 곳을 생태학자들은 생태적인 용어로 '숨은 서식처'(Cyptic habitat)라 부르고 수리부엉이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인간의 개발 등을 피해 마지막으로 머무를 수 있는 생태 공간이라 설명한다.

이런 숨은 서식처가 사라지게 되면 마치 공룡이 멸종한 것처럼 멸종위기종들이 멸종에 이를 수 있다.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인 생태학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이런 곳에 탐방로는 건설하려는 환경부를 크게 우려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 같은 '숨은 서식처'를 국가가 나서서 서둘러 파악하고 철저히 보전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이런 중요한 생태적 공간이 다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숨은 서식처인 팔현습지 무제부 산지 앞으로 환경부가 탐방로 공사를 그대로 강행하게 된다면 전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먹고 이런 숨은 서식처들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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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보도교 공사와 함께 진행되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의 하나로 기존 5미터 폭 제방을 7미터의 수펴제방으로 만드는 공사를 진행중인 낙동강유역환경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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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하식애 앞에서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문제의 교량형 보도교 형식의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시행하는 토건공사로, 현재 일부 설계 변경을 해서 다시 설계를 하고 있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착공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공사를 반대해오고 있는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는 공사가 강행되게 되면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부터 시작해서 현장 농성 등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와 같은 종교행사가 열리고, 팔현습지로의 평화 순례인 팔현습지 생태 탐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팔현습지의 평화를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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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마을사람들 회원들이 자녀들과 함께 팔현습지 순례에 나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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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들의 집 금호강 팔현습지를 지켜주세요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도 미사에 앞서 금호강이 바로 지척인 동구 안심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심마을사람들' 회원들의 자녀들 10여 명과 그 가족들이 팔현습지 탐방을 왔다. 이들은 팔현습지 하천숲과 하식애 그리고 왕버들군락지 등을 둘러보고 이곳이 17종의 멸종위기종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공간으로 그들의 집이란 설명에 공감하고 함께 외쳤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야생동물들의 집 금호강을 지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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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치고 모두 함께 "지키자 팔현습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
#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낙동강유역환경청 #생명평화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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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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