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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원한 것이 대통령의 김치찌개 레시피였을까

정치 현안 언급 없이 기자들에게 김치찌개 대접만... 레시피도 엉성

등록 2024.05.27 12:05수정 2024.05.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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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김치찌개를 배식하고 있다. 냄비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김치찌개 레시피'가 적혀 있는 팻말이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대통령의 저녁 초대'라는 만찬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을 위한 만찬이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직접 계란말이를 하고,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나눠줬습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취임하면서부터 여러분한테 TV 예능 프로그램 때 선보인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못 했었다"라면서 "양이 많아 제가 직접 (요리는) 못했고, 운영관한테 레시피를 적어줘 하라고 했으니 음식을 맛있게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윤 대통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정치적인 사안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이 자리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도 저출생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소아 필수의료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어야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겠냐"라고 말했지, 구체적인 전문의 파업과 의료 대란에 대해서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이 아쉽게 마무리됐는데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워낙 언론과 자주 소통하는 분위기 속에서 평생 공직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언론을 배척하거나 불편해한 적은 없다. 앞으로 기자들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과 기자의 소통 방식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을 모아서 계란말이를 하고 김치찌개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과연 국민들이 원했던 소통인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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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공개한 김치찌개 레시피. ⓒ 대통령실제공

 

소통 내용도 문제지만 소소하게는 레시피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윤 대통령의 레시피대로 요리한 김치찌개를 강조하듯 커다란 냄비 앞에 '윤석열 대통령의 김치찌개 레시피'라며 조리법이 적혀 있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리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레시피가 얼마나 이상한지 금방 눈치챘을 겁니다. 


요리를 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이 재료와 양념의 양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입니다. 그래서 레시피에는 재료의 양이 정확히 기재됩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는 300g, 김치는 1포기, 설탕 1스푼, 국간장 2스푼, 물 종이컵 8개 등으로 표기를 합니다.  여기에 강불로 10분 후 약불로 5분 등의 조리 시간도 꼭 알려줍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레시피'에는 재료의 양과 조리시간이 없습니다. 삼겹살을 재워둘 때 고기의 양은 얼마이고, 국간장은 몇 스푼이 들어가는지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적어 놓은 "부족한 간은 국간장과 소금을 이용하여 최종적으로 맞춘다"는 레시피를 보면 요리 초보는 아예 조리할 엄두조차 나질 않을 지경입니다.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면 대통령의 레시피로는 윤 대통령이 TV 예능프로그램에 선보인 맛을 재연할 수가 없습니다. 누리꾼들은 "저 레시피로 김치찌개를 끓여낸 운영관이 더 대단하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윤석열 #출입기자 #대통령레시피 #김치찌개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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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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