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오염과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라파스에서 '좋은 삶을 위한 항해'에 참여하다

등록 2024.05.27 14:29수정 2024.05.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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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멕시코를 여행 중이다. 길 위에서 조우하는 사람과 삶을 인터뷰한다. 멕시코 라파스에서 해양환경에 관한 활동에 함께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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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스만에서 수영중인 돌고래 무리. 라파스 지역의 코르테스해는 수많은 종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는 세계의 수족관으로 불리는 곳이다. ⓒ 이안수

 
4월 27일 토요일, 라파스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의 커뮤니티에서 '지구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주최한 '환경 보호 워크숍'이 열렸다.

요트를 활용해 숙박과 항해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호르헤(Jorge)씨가 자신의 배를 제공하고 해양생물학자인 마루(Maru Marcías)씨가 강의와 안내를 맡았다.

이 워크숍은 아침 9시에 배를 타고 '라파스 마리나'를 출발해 6시간 동안 코르테스 해를 항해하면서 조류 서식지 가비오타 섬(Isla Gaviota)과 바다사자들이 살고 있는 산 라파엘리토 섬(Isla San Rafaelito)을 방문하고 육로로 접근이 불가능한 엘조릴로 해변(Playa El Zorrillo) 맹그로브 숲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마리나에서 인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바로 요트에 올랐다. 호르헤 선장이 배를 소개했다.

"이 배는 지중해와 아프리카 여러 지역을 항해한 1979년에 제작된 Irwing 39ft 클래식 세일링 보트입니다. 전 주인이 돌아가신 후 15년 동안이나 정박지에 묶여 있었던 이 배와 제 스스로에게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자유를 주고 싶었습니다."

라파스만의 내해를 항해 중에 돌고래가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저들은 병코돌고래(Bottlenose dolphin)입니다. 병 모양의 주둥이 때문에 그렇게 불리죠. 이들은 연중 80~100마리가 이 만에서 활동합니다. 이들은 두 개체군이 있는데 하나는 얕은 내해에서 활동하는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에스피리투산토섬(Isla Espíritu Santo) 밖 해양에서 활동하는 그룹이죠. 이처럼 다양한 바다환경에서 서식합니다. 작은 무리(pods)를 이루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딸깍하는 소리나 휘파람, 혹은 몸짓 언어로 상호소통을 하죠."

안내를 담당한 마루씨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으로 6년 전에 해양생물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라파스로 온 해양생물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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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와 안내를 담당한 해양생물학자, 마루(Maru Marcias) 씨의 현장 안내. ⓒ 이안수

 
"제 연구는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회색고래와 고래상어가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가였습니다. 회색고래는 북극 해역의 먹이 서식지에서 내려와 1월부터 3월까지 바하칼리포르니아 석호의 번식지에 머뭅니다. 고래상어는 10월부터 4월까지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에 먹이활동을 위해 이곳으로 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북풍이 매우 일정하기 때문에 바닥에서 수면까지 그들의 먹이인 풍부한 플랑크톤이 만들어집니다."

라파스는 멕시코 본토에서 오는 멕시칸과 미국, 캐나다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오버투어리즘에 노출된 곳이다. 이미 멕시코의 가장 미국적인 곳, 카보산루카스의 관광객들이 당일치기 관광으로 이곳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그들을 라파스로 유혹하는 것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불리는 발란드라 해변(Playa Balandra)과 그 인근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고래상어때문이다.


길이가 최대 12미터, 몸무게 15t 이상에 달하는 고래상어(Whale Shark)는 고래인지 상어인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고래상어는 아가미를 통해 호흡하는 물고기이고 고래는 폐를 통해 호흡하는 포유류이다. 사람들은 현존하는 가장 큰 온순한 어류와 함께 수영해 보는 낭만 때문에 라파스는 몸살을 앓는다.

고요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멀어지는 라파스는 '평화' 그 자체의 모습이다. 그 사이에 우리는 첫 번째 목적지 가비오타섬에 도착했다. 이 섬은 주변 해안이 최대 10m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발란드라 자연 보호 지역(Balandra NPA) 내에 위치해 개발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마루씨에게 다시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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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만의 고유종인 노랑발갈매기(Yellow-footed Gull)를 비롯한 20종 이상의 조류 서식지 가비오타 섬(Isla Gaviota)과 60여 마리의 바다사자들이 살고 있는 산 라파엘리토 섬(Isla San Rafaelito). ⓒ 이안수

 
"이 섬에는 캘리포니아만의 고유종인 노랑발갈매기(Yellow-footed Gull)가 둥지를 튼 섬입니다. 가마우지, 군함새, 제비 등 20종 이상의 다른 새들의 서식지입니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유명한 푸른발부비새(Blue-footed Booby) 또한 이곳에서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육지 포식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안전한 곳이죠."

사람과 어떤 천적의 상륙도 없는 새들의 안전한 천국은 배설물로 덮여 거의 흰 섬이 되어있다. 두 번째 방문지 산 라파엘리토 섬은 10여 분의 항해로 도달 가능한 인접한 곳이다.

"등대가 있는 바다사자의 휴식처입니다. 산호초가 둘러싼 이 암초섬에 약 60마리의 바다사자가 군집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베타 메일(Beta Male : 동물행동학에서 이인자의 수컷), 암컷, 성체가 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새끼는 없습니다. 위쪽의 '에스피리투 산토 군도 해양 국립공원(Parque nacional marina del Archipiélago de Espíritu Santo)'에 600여 마리에 달하는 집단이 연중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바다사자와 함께 스노클링 하고 싶어 하는 많은 관광객들의 주요 관광지이다. 마루씨의 안내를 들으며 장난기 많은 바다사자들의 요란한 사교 활동을 관찰한 후 마지막 목적지 엘조릴로 해변의 앞바다에 닻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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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도시락으로 세비체를 만들어온 옥스나르(Oxnar). 각자가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은 환경에 대한 역할을 의기투합하는 자리가 된다. ⓒ 이안수

 
준비해온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각자 목도한 바다생물들에 관한 얘기로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해양오염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얘기로 간간이 침울했다. 옥스나르가 우리 몫까지 넉넉하게 세비체를 준비했다. 그의 요리 솜씨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더욱 빛났다.

식사 교류를 마친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미처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한 옥스나르가 내 수영복을 가로채 먼저 바다에 뛰어들었다. 쓰레기 봉투와 함께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은 멀리 맹그로브숲까지 가서, 또 다른 이들은 산호초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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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로 접근이 불가능한 엘조릴로 해변(Playa El Zorrillo) 맹그로브 숲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도 워크숍의 일부였다. ⓒ 이안수

 
수경을 쓰고 들어간 아내는 바닷속에서 본 갖은 색깔의 물고기들에 대해 말했다.

"세 마리의 가오리가 내 눈앞에서 비행하듯 스쳐갔어요. 바닷속이 아니라 마치 우주의 다른 행성에 있는 느낌은 처음이에요."

이런 바다와의 직접 경험이 오늘 워크숍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경이로운 바다생물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조우한 사람은 바다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코르테스 해에는 '해양 포유류 36종, 고래류 31종, 바다거북 7종류 중 5종, 700종 이상의 물고기, 210종의 조류, 6천 종이 넘는 무척추 동물이 살고 있으며 한 해 2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한다.

세계의 수족관이라는 이곳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해양온난화의 결과인 산호초의 백화현상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허리케인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것 또한 걱정이다.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도시의 모든 쓰레기가 바다로 휩쓸려 들어가기 때문에 그 오염이 문제다.

그래도 오염과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변과 수중청소를 전념하는 바닷속 자원봉사조직, '자유 바다(Mar Libre)'의 활동이 그것이다. 수십 명의 봉사자들이 월 1 회 정기적으로 바다밑 묵은 쓰레기들을 줍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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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테스 해를 항해하면서 바다위 현장 워크숍을 함께한 사람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을 경계하고 경험을 극대화하면서 그 발자취를 최소화할 필요를 절감했다. 특히 매일 여행자들과 접촉하고 지역을 소개하고 있는 호스트들이 여행지 자원의 보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복원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재생 관광(Regenerative Tourism)'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연대하는 기회가 되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개별적이고 다양한 낯선 자연과 문화적 경험이 개인 내면의 성찰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행지를 스쳐가는 것이아니라 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활동해본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 이안수

 
'지구의 날'은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4월 22일에 기념되는 연례 행사지만 각 지역사회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4월 중 편리한 때에 행사를 갖는다.

코르테스 해의 바다 위에서 이루어진 이 워크숍은 관광업이 주요 수입원 중의 하나인 라파스에서 그 범주 안에 있는 에어비엔비 호스트들에게 환경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위해 연대하는 기회가 되었다.

모두가 바다 전문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환경단체의 멤버가 되거나 이웃들이나 게스트들과 함께 '부엔 비비르(buen vivir 좋은 삶)'를 숙고하면서 환경에 더 윤리적인 사람이 되는 결심을 나누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코르테스해 #라파스만 #지구의날 #해양오염 #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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