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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아날로그 풍선에 하늘 내준 방산강국의 민낯

방공망 뚫렸는데 그저 바라보기만... 남북 상호 보복에 수도권 천만 시민 안전 뒷전으로

등록 2024.06.10 11:40수정 2024.06.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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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한강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부터 대남 오물풍선 330여 개를 살포했고 오전까지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고 밝혔다. 2024.6.9 [합동참모본부 제공] ⓒ 연합뉴스

 
다시 한번 '안전 안내 문자'가 울렸다.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을 다시 부양하고 있음",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시고 풍선을 발견하시면 접근하지 마시고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 주시기 바람."

질문하건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존재 이유이다.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풍선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필자는 이 기사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이 수도권에 낙하하는 상황에도 대책이 없는 윤석열 정부의 안보 무능을 비판하려 한다.
  
K-방산강국 한국의 민낯 드러난 오물 풍선 자유낙하

최근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K-방산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전투기와 전차, 이지스함과 잠수함까지 육·해·공 모든 분야에서 첨단장비를 탑재한 한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방산 강국 한국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최근 며칠간 북한의 '오물 풍선'이 우리 군의 방공망을 뚫고 수도권에 대량 낙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8일 밤부터 북한은 세 번째 오물 풍선을 남으로 날려 보냈다. 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물 풍선 330여 개를 날려보냈고 우리 지역에 낙하한 풍선은 80여 개라고 밝혔다. 여기에 9일 밤에도 추가 풍선 부양이 이어졌다. 북한은 지난 5월 말에 처음으로 260여 개 풍선을, 6월 초에 720여 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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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풍선에 박살 난 자동차 앞 유리 2일 오전 10시 22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사진은 풍선이 떨어져 박살 난 승용차 앞유리창의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북한은 계속되는 오물 풍선 살포가 일부 반북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한 것으로, 만약 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이번 3차 오물 풍선 살포는 지난 6월 6일 반북 단체가 대형 풍선에 대북 전단 20만 장을 날려 보낸 데 따른 보복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지난 6월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고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매우 안일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대응 또한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풍선' 통과시킨 윤 정부의 안보 불감증


대부분의 언론이 '오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필자는 '풍선'에 더 많은 주의와 우려를 보낸다. 일부 반북단체가 북으로 날려 보낸 대형 풍선과 달리 북한이 남으로 날려 보낸 풍선은 북한 당국이 주도한 군사 작전의 일환이다. 약 6~7m 크기의 풍선은 명백한 군사적 목적의 운송 수단이다.

문제는 이 군사적 목적의 운송 수단이 될 수 있는 '풍선'에 대한 우리 군의 안일한 인식이다. 우리 군은 왜 위험물이 실려 있을지 모르는 풍선을 격추하지 않았을까? 안 한 것인가, 아니면 못 한 것인가? 


이에 대해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5월 3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풍선을 격추하면 낙하하는 힘에 의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안에 위험물이 들어있을 수 있는데 확산하게 되면 더 회수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또한, "그걸 격추하기 위해 사격을 하게 되면 우리 탄이 MDL(군사분계선) 이북으로 월북할 수 있다"며 "그러면 그것(탄 월북)이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 군이 북한의 '풍선'에 위험물이 실려 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풍선이 우리 영토 깊숙이 내려올 때까지 방치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풍선은 그렇게 서울까지 내려와 자유낙하 할 수 있었다. 이런 안보 불감증이 보수 정부에서 당연시되는 것 또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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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인천 중구 전동 인천기상대 앞에 떨어진 북한 오물 풍선 잔해를 군 장병들이 지뢰 탐지기로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번째 문제는 북한의 풍선을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 상공에서 격추하지 못한 것이 단순히 안전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격추 수단이 없었을 가능성이다. 우리 군이 사격을 통해 풍선을 격추할 때의 분쟁 확산을 우려했다는 점은 이해가 가나, 사격 이외에 다른 대응 방안이 없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사실 정부는 2022년 말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까지 침범한 이후, 이에 대응한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한 바 있다. 하지만 드론작전사령부는 무용지물이었다. 디지털로 무장했다는 한국군이 풍선이라는 아날로그 운반수단에 영공을 내준 꼴이다. 북한 탓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왜 위험물일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투발 수단(풍선)이 서울까지 유유히 날아올 수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즉·강·끝', 군사적 대응은 파국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무력도발에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으로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오물 풍선이 서울 시내에 내려앉을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정부의 '무대책', '무대포' 정신이 더 걱정스럽다.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더 가관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반북 단체들이 전단과 USB에 담긴 가요들로 북한 정권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한심하기 그지없는 대응이다. 도대체 언제 적 방식인가? 1960~70년대에나 통했을 법한 방식을 아직도 대북 심리전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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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추가 살포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새벽 대북전단 20만장을 경기도 포천에서 추가로 살포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 20만장, K팝, 드라마'겨울연가', 나훈아·임영웅 트로트 등 동영상을 저장한 USB 5000개, 1달러 지폐 2000장 등을 10개의 대형 풍선으로 북한에 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 제공] ⓒ 연합뉴스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지난 6월 9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윤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과 삐라(대북전단) 살포가 병행된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오물 풍선 사건으로 드러난 바와 같이 남북의 무책임한 상호 보복은 우리 국민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휴전선에 인접한 이상 변치 않는 군사적 위험 요소이다. 대책없이 '즉·강·끝'을 외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을 잃은 남북 당국의 보복 게임에 우리 국민의 안전만 위협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 스스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력화한 상황에서 '즉·강·끝'은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우리 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이 우리 영토에 자유낙하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윤 정부 또한 이성을 되찾고 남북의 갈등이 더 이상 증폭되지 않도록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윤석열 #북한 #오물풍선 #919군사합의 #즉강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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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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