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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당진시민, 김태흠에 "30만 돼지 축사 건립? 백지화하라"

2만명 반대서명 전달, 양돈업계도 부정적 전망...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건립 강행 의지

등록 2024.06.25 15:47수정 2024.06.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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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충남 당진시민들이 석문면 간척지 돼지축산단지 조성을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재환


충청남도(도지사 김태흠)가 당진 석문면 간척지에 추진 중인 대규모 돼지 축산단지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당진 시민들은 25일 축산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 2만1614명의 서명을 충남도에 전달했다. 이날 당진 시민들은 서명을 전달하고 김태흠 지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직후, 이들은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만 두 돼지 축사 건립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2월 6일 충청남도는 30만 두 규모의 스마트축산복합단지(돼지 축사) 조성 연구용역 보고회를 연 뒤, 당진시 석문면 간척지에 돼지 축사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곳곳에서 산재한 축사를 한 곳에 모으고, 축산분뇨로 인한 '악취 민원'을 줄이겠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당진 시민들은 간척지에 대규모 축사를 건설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당진은 이미 전국 최대 규모의 산업폐기물 처리장과 최다 송전탑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크다"면서 "당진 시민들의 동의도 없이 돼지 축사 건립 계획이 추진되는 것에 당진 시민들은 분노한다"라고 밝혔다.

중국 축산 빌딩을 모델로 삼는 충남도... "대규모 전염병 시 환경피해 우려"

충남도가 모델로 삼고 있는 건 중국의 대규모 '축산 빌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들은 "최신식 시설을 완비하더라도 방역이 100% 보장되진 않는다"라며 "가축 감염병이 발생하면 살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당진시에 분산돼 있는 소규모 돼지 축사를 한 곳에 모으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막상 양돈 업계조차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현존하는 축산 농가는 막대한 입주 비용 때문에 (단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대규모 외부기업이 들어와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양돈업계 역시 축산 단지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양돈업계 관계자는 "악취 민원을 유발하는 돼지 축사를 한 곳에 모아 공동 관리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축사의 '축산분뇨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8조(허가취소 등)는 정당한 사유 없이 3년 이상 가축을 사육하지 않은 축사의 분뇨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 취소 혹은 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축사를 단지로 이전시킨다고 하더라도 축사 허가권이 3년간 취소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양돈업자들이 기존 축사를 사들여 양돈사업을 이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또한 충남 전역에 산재한 돼지 축사를 한 곳에 모으겠다는 충남도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진숙 당진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축산분뇨 배출시설 허가가 살아 있다는 것은 축산업 허가가 살아 있다는 뜻"이라며 "기존의 축사를 그대로 놔둔 상태로, 축산단지를 추가로 조성하는 것은 민원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축사를 더 늘려 민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도가 모델 삼고 있는 축산단지는 중국 하베이성의 26층 규모의 아파트형 축사다. 환경 보호가 필요한 간척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라며 "구제역과 같은 대규모 전염병이 걸렸을 때 살처분한 돼지를 간척지에 묻을 경우, 재앙에 가까운 환경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높은 입주 비용 예상, 양돈업자들에게도 부담

양돈업자들이 기존 축사를 매각하고 축산 단지로 입주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건설 자제비 상승으로 높은 입주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태동 당진3동 통장협의회장은 "현재 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이 몇백억 원을 들여 만든 기존 축사를 처분하고 새로운 축산단지로 입주해서 영업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물 문제도 크다. 당진 시민이 17만이다. 30만 두 돼지에 먹일 식수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흠 도지사는 '당진 간척지 축산단지' 조성을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도지사의 의지가 강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2월 당시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척지를 활용한 스마트 축산 복합단지 조성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통해 "이번 사업은 대한민국 축산단지의 교과서가 될 수 있도록 완성도가 높은 결과로 다듬어 달라"며 "충남이 아직 한 번도 가질 않은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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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충남지사가 6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스마트 축산 복합단지 조성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2.6 ⓒ 충남도청 제공

#당진돼지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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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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