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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시장, 해먹서 낮잠... 자전거 여행 즐거운 이곳

[한국의 강둑길 여행-2] 영산강 제일의 강둑길, 천연 무더위 쉼터인 전남 담양 관방천

등록 2024.06.28 09:14수정 2024.06.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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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을 지나는 영산강 상류 물줄기 관방천. ⓒ 김종성


한강, 낙동강, 금강과 함께 한국의 4대강 가운데 하나인 긴 물줄기 영산강. 전남 담양은 영산강 상류가 지나가는 대나무(죽녹원) 풍성한 마을이다. 이 동네엔 영산강 제일의 강둑길이 나있다. 조선 인조 때(1648년) 제방용으로 처음 지어졌으니 최고(最古)의 강둑길이기도 하다. 

강둑길을 품고 흐르는 영산강 상류 물줄기를 담양 주민들은 '관방천'이라고 부른다. 크고 긴 강이 그렇듯 영산강 또한 지역마다 부르는 강물 이름이 많았다. 광주시 광산구에 있는 강변 간이역 극락강역 일대에서는 극락강, 무안군 몽탄역 부근에선 몽탄강으로 불렀다니 궁금증을 부르는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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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천변 자전거길 ⓒ 김종성


지난 16일 다녀온 관방천. 관방천이 흐르는 영산강변에는 담양댐이 낳은 담양호까지 자전거길이 나있어 여행하기 좋다. 편도 10km로 부담이 없으며 영산강 상류의 맑고 풋풋한 풍경과 숲, 시골마을, 큰 호수가 된 영산강을 만날 수 있다. 


인조 때 조성한 강둑길 숲... 무료로 자전거 빌려주기도

담양군에서 남쪽 광주시 방향인 영산강변에도 자전거길이 나있어, 여러 강변 누정(누각+정자)과 습지, 지천인 증암천 등을 거닐 수 있다. 이렇게 자전거 타기 좋은 길목에 동네가 있다 보니 담양군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다.

담양읍사무소(평일)와 담양군청 당직실(주말휴일)가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관방천변 관방제림 정문 옆 주차장에 무인 전기 자전거 대여소(유료)도 있다. 자전거에 표시돼 있는 QR코드를 통해 휴대폰에 어플 설치 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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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무더위 쉼터 관방제림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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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관방제림 ⓒ 김종성


담양군 주민들이 동네를 지나는 영산강 상류 물길을 관방천이라 부르는 건, 강둑 위에 길게 나있는 숲길 '관방제림'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장마철 홍수가 날 때마다 하천이 범람해 천변에 있는 집들을 덮쳤다고 한다. 관방제림은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인공림이다.

강둑길 위 수킬로에 걸쳐 이어진 노목들은 구불구불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서있어 감탄하게 된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겪으며 구부러지고 휜 모습이 흡사 담양의 어르신들이 나와 있는 듯하다. 세월이 흐르고 늙어갈수록 아름다워지는 존재는 나무가 아닐까 싶기까지 한 둑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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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움이 느껴지는 관방제림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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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제림 정문 옆에 있는 무인자전거대여소 ⓒ 김종성


관방제림은 오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강둑 숲길로는 드물게 산림청이 주최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상을 받을 만한 곳이다. 나무마다 푸조나무, 팽나무 등 남부지방에 사는 나무들의 이름표가 붙어있어 수형을 유심히 보게 된다.

이곳에 맨 처음 심은 1번목 나무는 음나무다.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음나무는 조상들이 좋아하는 나무로 악귀를 쫓는다 하여 대문 위에 걸어놓기도 했단다. 키가 14m나 되는 풍치목이었으나 2013년 폭우과 강풍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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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모습의 나무가 많은 관방제림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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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제림길과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숲길 ⓒ 김종성


'관방제림(官防堤林)'은 관에서 조성한 제방과 숲이라는 의미다. 이후 정조, 철종 때 보수사업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풍경을 갖추게 되었다. 담양군에서 심은 후계림까지 수백여 그루의 나무숲이 이어져 거닐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오래전 선조들이 공들여 만든 둑길이 후손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었다.


묵직한 노목들이 여름날 빽빽한 그늘을 드리워주어 천연 무더위 쉼터가 된다. 나무 아래 놓인 평상이 더없이 편안하고 아늑하게 보여 쉬어가게 된다. 동네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평상에 너나없이 모여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정답기만 하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사는 풍경이 참 아름답고 왠지 모를 감동을 전해준다. 강둑길을 계속 가다보면 담양의 또 다른 명소 숲길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여행자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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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위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담양오일장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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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시장 대나무 제품 가게 ⓒ 김종성


담양오일장, 국수거리 펼쳐지는 관방천 강둑길 

관방천 둑길이 더욱 흥미로운 건 관방제림에 이어 맛집 명소가 된 국수거리가 이어지는가 하면, 5일마다 담양장터가 펼쳐져서다.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바로 아래 관방천이 흐르고 둑길가에 푸른 녹음이 우거진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주어 거닐만하다.  


흔히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부근에 열리는 여느 오일장터와 달리 담양오일장은 관방천 강둑길 위에 펼쳐진다. 주말 휴일, 매달 2일과 7일이 들어간 오일장날이 오면 강둑길이 사람들로 분주해진다. 강변 둑길 위 오일장 풍경은 무척 이채롭고 나의 소울 푸드(Soul Food) 투성이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걸 볼 수 있는 투박한 수제 꽈배기와 초록색 떡, 큰 가마솥에 튀겨내는 통닭,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삶은 옥수수, 토끼와 닭 오리를 파는 가축장까지... 요즘 보기 드문 시골 오일장 풍경에 쉬이 발길을 떼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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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가에 새로 생겨난 3층 담양시장 건물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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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천 국수거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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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천 국수 ⓒ 김종성


장터엔 담양장에서 가장 유명했다는 지금은 사라진 죽물(竹物)시장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나무 제품을 파는 가게, 죽순 먹거리를 파는 노점도 있다. 올해 새로 지은 희고 멀끔한 3층 담양시장 건물이 오일장터 둑길가에 전망대처럼 서있다. 상설시장으로 국밥, 팥죽 등 맛집과 베이커리 카페도 갖췄다. 담양주민들이 다 몰려온듯, 널찍한 담양시장 건물이 시끌벅적하다. 

예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던 담양오일장터에서 상인과 주민들에게 싸고 편한 먹거리는 국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관방천 국수거리는 50여년이나 되었단다. 관방천이 내려다보이는 둑길가에 있는 테이블과 평상에서 먹는 국수맛이 별미다. 열무비빔국수, 멸치국물국수, 죽순닭국수, 대나무국수 등 다양한 국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갓 구운 파전이나 떡갈비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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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천 자전거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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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먹에서 꿀잠을 즐기는 자전거 여행자 ⓒ 김종성


영산강 상류 물줄기 관방천은 영산강 자전거 종주길이 지나가는 곳이다. 시종점인 담양호까지 자전거도로가 잘 나있다. 담양군청이 관광객들을 위해 자전거 무료 대여까지 해줄 정도로 영산강 상류 자전거 코스 풍경은 아름답고 정답다.

자전거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강변 풍경외에 재미있거나 기발한 여행자를 만나는 것이다. 강변 나무에 해먹을 걸어놓고 낮잠을 즐기는 자전거 여행자가 있었는데 짐받이 가방에 해먹을 넣고 다닌단다. 강변에 모여 나들이를 즐기는 외국인 청춘남녀들이 보기 좋아 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들었더니, 같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었다.

이날 나는 무더운 여름날 자전거를 타는 여행자에게 최고의 선물인 탄산 음료수까지 얻어 마셨다. 상류의 맑은 물줄기와 대나무숲, 플라타너스 나무숲 등 그늘 풍성한 나무숲에서 쉬면서 달리다보면 눈이 탁 트이는 너른 담양호가 수고했다는 듯 여행자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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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자를 반겨주는 외국인 나들이객 ⓒ 김종성

 
#영산강자전거여행 #관방천 #관방제림 #담양오일장 #국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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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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