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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증세반대 시위... 경찰 발포에 최소 5명 사망

시위대, 의회 진입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 대통령 "반역"

등록 2024.06.26 14:05수정 2024.06.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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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증세 반대 시위가 벌어지자 진압에 나선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사망자가 나왔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25일(현지시각) 증세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의회로 향하던 시위대는 경찰이 막아서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총을 쐈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공동 성명에서 "최소 5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라며 "30명 넘게 다쳤고, 이 가운데 최소 13명이 총에 맞았다"라고 밝혔다. 

오바마 이복누나도 시위 나왔다가 최루탄 맞아 

이날 케냐 의회는 이자 지급에만 연간 정부 수입의 37%가 들어가는 과중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27억 달러(약 3조7천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재정 법안의 3차 회독을 마치고 찬성 195표, 반대 106표, 무효 3표로 가결했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자 의원들은 법안 표결을 마친 뒤 대피했고, 케냐 정부는 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배치해 경찰을 돕도록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복누나인 아우마 오바마도 시위에 나섰다가 최루탄을 맞았다. 시위 현장에서 CNN방송과 인터뷰하던 아우마는 최루탄을 맞고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다시 인터뷰에 나선 아우마는 "케냐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시위하고 있다"라며 "이들은 케냐 국기와 팻말을 들고 있을 뿐인데 어떻게 경찰이 자국민에게 최루탄을 던질 수 있나"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 젊은이들은 우리의 미래다"라면서 "제발 정부는 젊은이들의 말을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아우마는 케냐에서 '파워풀 보이스'라는 재단을 설립해 빈민층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직에 있었던 지난 2015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이복누나인 아우마를 만나기도 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의 의회 난입을 '안보 위협', '테러', '반역' 등으로 규정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가 안보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위험한 범죄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적인 시위대인 척하는 범죄자들이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 헌법에 따라 세워진 의회에 대해 테러를 가하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의회가 가결한 재정 법안에 대해 14일 이내에 서명하든지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빵, 생리대에도 세금 매기느냐"... 폭발한 케냐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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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증세 반대 시위에 나와 CNN 방송과 인터뷰하는 아우마 오바마 ⓒ CNN

 
지난 18일 나이로비 의회 근처에서 수백 명 규모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정부가 연료 가격과 수출세 인상 등을 추진하자 급격히 확산하면서 20일에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나서 루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시위대가 과격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21세와 29세 청년 2명이 숨지기도 했다.

케냐 정부는 작년에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석유제품의 부가가치세를 8%에서 16%로 인상했다. 올해도 대대적인 증세에 나섰다가 민심이 반발하자 빵, 식용유,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철회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냐 국민은 코로나19 팬데믹, 가뭄, 통화 가치 하락 등으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루토 대통령은 빈곤을 해결하겠다며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증세를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출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 나온 한 시민은 NYT에 "어떻게 빵이나 생리대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느냐"라며 "국민은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국가 지도자들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케냐 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이번 시위는 외세가 부추긴 것"이라며 "시위대 대부분은 아이폰을 들고 우버 택시를 타고 시위 현장에 왔으며, 끝난 후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하는 특권층"이라고 깎아내렸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13개국의 케냐 주재 대사관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폭력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모든 당사자가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케냐 #루토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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