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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인권위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일들

[두 인권위원이 쓴 인권위 '잔혹사'③] 반인권 말하면서 다양성으로 호도

등록 2024.07.01 15:31수정 2024.07.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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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시끄럽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이충상, 김용원 상임위원이 인권단체와 언론들을 상대로 막말을 일삼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인권위 전현직 직원들이 두 상임위원에 대해 보고 들은 내용을 익명으로 보내와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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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 남소연


인권은 쉬운 말이다. 누구나 인권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면서 '동성애에 반대한다, 흉악범을 사형해야 한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 외국인보다 자국민이 우선이다',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백번 양보해, 보통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상임 인권위원인 김용원씨는 최근 인권위의 주요 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김정은도, 시진핑도, 푸틴도, IS집단조차도 인권에 관한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원 위원의 의견도 인권에 관한 의견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 같다. 인권위의 일부 위원들도 이러한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 같다.

뭐, 당연히 누구나 인권에 관한 생각이 있을 수 있다. 인권의 보편성은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인권의 가치가 점차 확산되어 왔다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한국사회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해 온 삶만 놓고 보더라도, 인권에 대한 생각과 사회의 모습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학교에서는 이제 학생들을 체벌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하급 직원에게 함부로 반말을 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여성직원에게 술을 따르라고 하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현저히 줄었다. 분명 예전에는 별문제 없었던 행동들인데 지금은 문제가 된다.

아동의 보호권과 발달권, 인격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들, 비흡연자의 건강권, 정보사회가 확대되면서 정보인권이라는 명제가 생겼듯이, 셀 수 없이 많은 인권의 이름이 새롭게 생겨났다. 인권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인식되고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20년 인권위의 역사를 거스르려는 이들

김용원 상임위원은 '인권적 관점은 10년 전, 20년 전하고 지금 하고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라면서, '사람도 변하고 인권적 시각도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 인권위가 어떻게 했든지 간에, '인권위원이 바뀌면 (인권위의 입장도) 바뀌는 것'이라고, 틈만 나면 열심히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이 인권의 영역을 좀 더 넓혀보자는 것이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 반대다.


그는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군형법 제92조의6 동성간 성행위 처벌 규정의 폐지에도 반대했다. 이 사안들은 인권위가 20여 년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입장을 확고히 한 것인데, 해당 상임위원은 이러한 인권위 입장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김용원 위원은 인권에 대한 생각이 다양하다는 미명 하에, 이미 인권의 영역에 있던 많은 이슈들을 인권 영역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권은 필연적으로 기득권으로부터의 억압에 저항하면서 얻어낸 성과이다. 인권의 성과는 곧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의 확산인데, 이렇게 획득된 인권을 뒤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인권은 불가역성을 지닌다. 이미 인권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진 것들을, 그렇지 않다고 번복할 수 없는 것이다.


김용원 위원을 포함하여, 이충상, 한석훈 위원 등 인권위의 일부 위원들이 인권위 내부 규정에 따른 형식적인 절차를 밟아, 다수의 찬성표를 얻어 낸다면,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를 했던 과거의 인권위 입장을 변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던 기존 인권위 입장을 변경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취소 결정'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권은 인류의 존엄을 위한 이어달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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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국가인권위 책자 '발언 인용' 관련 비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22년 4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를 겨냥해 "아무 데나 혐오 발언 딱지를 붙여 성역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다수의 횡포로 기존의 인권위 입장을 번복하는 결정을 한다고 해도, 그 결정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확산에 기여하는지, 오히려 축소하는 것인지, 우리는 명백히 알 수 있다. 이러한 번복 결정이 있다면 그것은 인권의 불가역성에 반하게 된다. 사형제를 존치하기를 원하고, 국가보안법을 지지하는 것이,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차별을 옹호하는 그들의 주장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보장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김용원 위원과 그에 동조하는 이충상, 한석훈 등 일부 인권위원들은 수없이 많은 막말과 반인권과 차별의 언행으로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했음을 너무나 많이 보여줬다. 인권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다는 말로 그들의 반인권이 가려질 수는 없다. 고성과 막말을 넘어 더 심각한 수준의 인권후퇴가 벌어지고 있다.

인권위의 의결정족수 논쟁도 마찬가지다(4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과반 정족수로 안건을 처리하자는 주장). 이충상 위원은 의결정족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22년 동안의 해석을 뒤집는, 천동설과 지동설 주장처럼 뭐 대단히 획기적인 발견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아무리 들여다 봐도, 그 주장이 인권의 확대 발전을 위한 고심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해석의 협소함으로 진정인의 이익은 후퇴될 것이 뻔하다. 최근 인권위를 찾는 진정건수는 예년에 비해 400~500건이 줄어들어있다. 국민들은 아는 것이다.

인권위에 2~3년 머물면서, 인권위의 발전을 가로막는 위원들에게 충고한다. 반인권을 말하면서 다양성으로 호도하지 말라. 가까스로 일궈낸 우리 사회 인권의, 인권위의 역사에 당신들에게 내어줄 자리는 손톱 만큼도 없다. 반인권과 다양성을 구별하지도 못하면서, 인권의 불가역성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지 말길 바란다. 인권은 인류의 존엄을 위한 이어달리기 였다. 단절과 고립을 넘는 확장과 발견, 발전의 역사다.
#인권위원회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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