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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 학생들이 단체관람 하는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미래긍정 :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 오는 21일까지

등록 2024.07.01 14:42수정 2024.07.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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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를 달고 열리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6월 27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가장 가깝다. 하지만 나는 이곳을 번번이 1번 출구나 12번 출구를 이용해 찾는다. 조금이라도 덕수궁길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어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빠른 길 10번 출구를 놔두고 1번 출구로 나와 미술관을 찾았다.  

오후 1시에 찾은 덕수궁길에는 차도에도 보도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차 없는 거리(평일 오전 11시~오후 2시)로 변하는 시간대여서 그런 듯했다. 시원스레 뻗은 나무와 예스러운 돌담을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거나 부지런히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에 섞여 미술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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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길 평일 11시~14시,토요일/공휴일 10시~18시, 일요일 12시~18시까지는 차 없는 거리다. ⓒ 전영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1928년에 지어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보존하는 방법 중 하나인 정면보존 방법을 적용한 덕분이다. 정면보존 방법은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새로 짓되 정면은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을 말한다.  

건축 당시 경성재판소로 쓰였던 이 건물은 해방 이후 대법원 청사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 후 지금의 모습을 갖춰 미술관으로 쓰이게 되었다.

미술관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딕풍 미술관을 배경으로 플래카드를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OO대 건축학과'라고 쓰여 있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500여 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그의 자회사 '포스터+파트너스'의 활동을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보니 아무래도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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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경 현재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 전시가 1층에서 열리고 있다(7월 21일까지). ⓒ 전영선

 
'미래긍정'으로 함축되는 이번 전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유', '현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 '공공을 위한 장소 만들기', '미래건축'이라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예술 공공 건축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고 한다.

전시장에는 건축 모형, 드로잉, 영상, 아카이브 등 무려 300여 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교하고 독특한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 모형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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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드 국립박물관(2017-2025) 모형 새의 날개 형상을 모티브 삼은 다섯 개의 타워가 상당히 독특하다. 이 타워들은 태양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아부다비에 건설 중이다. ⓒ 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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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국회의사당(1992-1999) 모형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재탄생시킨 건물이다. 유리 돔에서 시민들이 의사당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 전영선

  
전시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애플 파크'였다. 2017년 완공된 이 건물은 거대한 원형 고리 모양을 한 독특한 외형뿐만 아니라 운영되는 시스템으로도 놀라움을 자아냈다. 


부지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공원은 연간 2,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건물에는 자연통풍 시스템을 도입해 연중 9개월은 난방이나 냉방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외관부터 운영 방식까지 노먼 포스터가 추구하는 친환경 하이테크 기술을 집약해 놓은 건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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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파크(2009-2017) 모형 약 12,000명의 직원을 수용하는 애플 신사옥. 바깥의 대형 원형건물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한 지붕 아래에서 소통할 수 있기를 희망한 스티브 잡스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한다. ⓒ 전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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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파크 모형 측면 애플 파크 건물 내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모형이다. ⓒ 전영선


탄소와 자동차가 없는 도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는 마스다르 시티도 인상 깊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이 도시는 자동차 대신 무인궤도차로 이동하고, 건물 간격을 좁게 해 공기순환을 늘려 에너지 소비를 40% 줄이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203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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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르 시티 모형 마스다르 시티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친환경 도시로, 2034년 완공 예정이다. ⓒ 전영선

 
노먼 포스터가 작업한 우리나라 건물도 있었다. 바로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이다.


이 건물은 둥근 모양의 대형 돔이 눈길을 끈다. 기술과 자연의 순환관계를 상징하는 이 돔은 빗물이 돔으로 모여 건물 입구 쪽 연못으로 떨어지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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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테크노돔(2013-2016) 모형 노먼 포스터의 국내 작품으로, 대형 돔에 모인 빗물이 건물 입구 쪽 연못으로 떨어지게 설계했다. ⓒ 전영선

 
모형과 드로잉이 건물 외부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는 건물의 실제 모습과 내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건물의 내부 공간 곳곳을 비추는 영상은 외관과는 또 다른 멋이 있어서 한참을 서서 보았다.

이러한 내부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4면의 대형 스크린으로 건축물 영상을 보여주는 이머시브룸이다. 이곳에서는 13개 건축물(독일 국회의사당, 영국박물관 대중정, 바티칸 예배당 등)을 만날 수 있는데 의자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다 보면 마치 건축물 내부를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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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시브룸 4면의 대형 스크린으로 건축물 내부를 보여준다. ⓒ 전영선

 
'미래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섹션에서는 달과 화성에서 거주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날 수 있었다.

노먼 포스터는 지구 밖 행성에서의 삶을 상상하며 약 10년 전에 이미 유럽우주국(ESA),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왔다고 한다. 미래건축에서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현지에 있는 재료를 사용해 건물을 짓는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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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거주지 프로젝트 미래건축은 현지에 있는 재료를 사용해 건물을 짓는 방식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 전영선

 
1시간을 예상했던 관람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니, 3시간 30분이라고 해야 옳겠다. 관람하기 전, 로비에서 상영하는 1시간 18분짜리 노먼 포스터의 다큐멘터리를 보았으니 말이다.

193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노먼 포스터는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면서 본격적인 건축가로서의 행보를 밟았다. 특히 예일대학교에서 만난 동료 건축가 4명과 1962년에 'Team 4'를 결성하는데 이때 만나 결혼하게 되는 웬디 치즈먼과 설립한 것이 바로 지금의 '포스터+파트너스'의 전신인 '포스터 연합'이다.  

전체적으로 볼거리가 많고 흥미로운 전시였지만 전시 공간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전시대 높이와 배치가 일률적이다 보니 전시 공간 자체가 좀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시대 높낮이를 달리하고 전시대 형태도 유선형을 조금 가미했더라면 더 다채롭지 않았을까 싶었다. 게다가 안내자가 "전시대에서 좀 떨어져 관람해 달라"는 말을 목청 높여 너무 자주 되뇌어 몰입을 깨는 점도 아쉬웠다.  

이번 전시는 7월 21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관람시간은 화~금은 오전 10시~오후 8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이다. 매주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 #건축가노먼포스터 #애플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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