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도. 검은 선이 작가가 여행한 경로. 검은 선이 유라시아를 지나 시베리아로 이어진 것은 작가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흑해에서 배를 타고 우크라이나를 지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기 때문이다.
사우
'제로 웨이스트'로 가는 길
작가는 중국을 지나 튀르키예까지, 유라시아 지역을 1년 반 동안 떠돈다. 작가가 여행 중에 돌아본 나라들은 중국,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얀마, 인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튀르키예 등이다. 이들 국가명을 대는 것만으로도 이 여행이 얼마나 험난했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산악 지역에서는 언덕 하나가 길게는 수십km에 달한다.
그럴 때,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노숙을 하지 않으려면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상황에 따라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기도 하고, 긴 언덕을 지나가야 할 때는 과감하게 트럭을 얻어 타기도 한다. 그렇게 했는데도, 여행 중에 자전거로 달린 거리만 1만 2500km에 달한다. 대장정이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여행이 아니다. <이토록 우아한 제로웨이스트 여행>는 다른 자전거여행기와는 약간 다르다.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이 여행은 여행 중에 어디를 가든 처음부터 끝까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는 여행'을 목표로 하다 보니, 여행 준비물에도 반찬통과 지퍼백, 물통 3종과 장바구니 3종, 수저, 면생리대 등이 포함된다. 작가는 이 물건들을 가지고 다니며, 여행 내내 플라스틱과 비닐 따위를 쓰레기로 만들지 않으려고 애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반찬통과 천 주머니를 들이밀며 비닐봉지를 거절하는 일을 반복한다.
작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수시로 그 지역의 쓰레기 재활용장을 찾아다닌다. 여행을 하다 말고, 길에서 만나는 지역 주민들을 붙잡고는 근처에 쓰레기 재활용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이런 외국인 여행자,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작가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작가에게 갈 길을 알려주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안내를 자청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 기간이 일 년쯤 지났을 무렵에는 작가가 소지한 텀블러가 "반쯤 허물을 벗"는 지경에 이른다. 화덕빵이나 쿠키 등을 담던 천 주머니는 음식 찌꺼기가 묻어 지저분해진다. 한 번은 그 주머니를 들고 샌드위치를 사러 갔다가 퇴짜를 맞는다. 현지 상인이 그 주머니를 보고는 "더러워서" 안 된다며, 작가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기어코 은색 포장지에 샌드위치를 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