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도서출판 사우
그러니까 인천에서 자전거를 배에 싣고 중국 남부(인천에서 가장 가까운)에 내려 거기서부터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을 거쳐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그것도 30대 젊은 여자 혼자서? 질투와 동경, 호기심과 걱정, 네 가지 감정이 네 박자로 솟구쳤다.
저자는 환경 관련 NGO에서 일했다. 일이 너무 많아 오직 일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 없이 살았는데,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일만 하며 달리던 일상의 기차에서 내리기로 한다. 기차에서 내려 뭣을 할까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이 바로 자전거로 유라시아 여행하기.
겨우 여기까지 읽었는데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를 푸는 나.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키득거렸는지 침까지 흘렀다. 웃다가 정신이 혼미해질 수 있으니 조심. 저자는 여행 초반,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라 오직 무사히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마저도 일상이 되어 버리니 여행을 와서도 행복하지 않았다. 스스로 여행을 떠나온 이유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기 시작한다.
이쯤 되니 나도 잠시 책장을 덮어본다. 나도 내가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리바리 낸 책이 잘 팔렸고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는 꿈 같은 인생이 되었는데, 어느덧 내게도 이것이 일상이 되고 나니, 나 또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더 높이, 더 멀리 뛰고 싶은 욕망은 나의 성취를 자꾸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난 더 작아진다.
최근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이 되지 않았다면 더 큰 슬럼프가 왔을지도 모르겠다. 당선은 내게 상금뿐 아니라 계속 쓸 동력을 만들어 주었다. 이 동력은 내게 쓰는 즐거움을 다시 가져다주었다. 그러니 나란 존재가 글을 쓰면서 행복하려면, 성과가 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하는구나. 난 골방에 박혀 글을 쓰지만, 작품을 통해 결국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구나.
저자의 이 고민은 태국 '시시아속'에서 며칠을 보내고 해결되었다. 시시아속은 공동체 마을인데 지금의 공동체가 되기 이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먹을 게 없어 바나나 한 개를 셋이 나눠 먹었단다. 그 말에 저자가 그렇게 힘들 때 어떻게 견뎠는지 묻는다.
이에 촌장은 "괜찮았어, 부자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가난해지는 게 목표였거든. 그냥 또 주고 싶어. 받지 않고 주고 싶어. 주는 것이 내게는 실천이야. 그걸로 마음의 화를 없애고 그래"라고 말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율이 왔다. 주는 것이 실천이고 그걸로 마음의 화를 없앤다니. 나는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았다. 한참 마음을 추스르는데, 아들이 들어와 묻는다. "뭐 해?" 난 밑줄 그은 문장을 보여주며 "이거 보니까 엄마가 부끄러워서" 아들은 한참 문장을 보다가 "엄마, 내 계좌로 오만 원만 보내, 그리고 마음의 화를 없애" 하마터면 실천할 뻔했다. 심신 미약일 때 보이스피싱 조심!
저자가 찾은 답은 알려주지 않겠다. 직접 읽어보시라. 여자 혼자 하는 여행이 어찌 낭만뿐이었겠는가. 들개에 쫓기고 변태남에게 쫓기고 역경의 고비마다 공포영화보다 더 식은땀이 흘렀다. 저자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사람, 날씨, 자연, 운에도 감사드리고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안에서 온갖 질문들이 아우성쳤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기차에 난 그대로 머물러도 되는지. 혹시 지금 내려야 하는지. 밑도 끝도 없는 질문들이 도깨비방망이처럼 가슴 밑바닥부터 불쑥불쑥 튀어 올랐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듯 질문들의 답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도 갔다. 이제 책 읽기 너무 좋은 가을. 나는 이 책이 당신의 가슴에 닿아 많은 질문을 만들고 그에 답하기 위해 자신을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책을 읽는 동안도 제로 웨이스트니 눈물 닦고 코 풀 때 휴지 말고 꼭 수건을!
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 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신혜정 (지은이),
사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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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이 자전거로 1년 반... "미쳤구나" 소리가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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