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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사상 첫 극우 정당 압승 전망... 마크롱 '참패'

1차 투표 출구조사서 국민연합 1위... 총리 배출 유력

등록 2024.07.01 14:35수정 2024.07.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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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합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가 지난 14일 총선 첫 유세 일정으로 프랑스 몽타르지 인근의 한 농장을 방문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총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BFM TV가 30일(현지시각) 발표한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RN은 33%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260∼3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은 28.5%를 득표해 115∼14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은 22%의 득표에 그쳐 의석수가 90∼120석으로 참패가 예상된다. 

투표 결과로 확인된 프랑스 '극우 돌풍'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돌풍을 일으킨 RN은 국내 총선에서도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프랑스의 주류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다만 프랑스의 복잡한 선거 방식 때문에 2차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회견에서 "유권자들이 7년 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마크롱 정권을 끝내려는 열망을 투표로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 승리한 것이 아니다. 2차 투표가 결정적"이라며 "폭력적인 극좌 정당의 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총선의 1차 투표율 잠정치는 67%로 집계됐다. 2022년 총선 당시 1차 투표율의 47.5%보다 19.5%포인트나 높다. 그만큼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르펜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58%의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재선을 확정했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2차 투표는 1차 투표에서 등록 유권자 수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진출하고,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이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른다. 2차 투표는 다른 조건 없이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조기 총선' 승부수 던졌으나... 추락하는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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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BFM TV ⓒ BFM TV

 
만약 최종 선거 결과 RN이나 NFP가 1당을 차지하면 프랑스는 여소야대 정국을 의미하는 '동거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앞서 동거정부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자크 시라크 총리(1986∼1988), 미테랑 대통령-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1993∼1995), 시라크 대통령-리오넬 조스팽 총리(1997∼2002) 등 3차례에 불과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패하더라도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동거정부가 들어서면 국정 장악력을 상실하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는 오랫동안 금기시하던 민족주의적이고 반이민 정치 세력이 처음으로 집권할 수 있는 문턱에 왔다"라며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점령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에 극우 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며 갑작스럽게 조기 총선을 결단했지만, 큰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프랑스는 극우 세력에게 국가의 열쇠를 내줄 수 없다"라면서 "그들의 정책, 가치, 역사의 모든 것은 우리가 싸워야 할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NFP에 속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이번 선거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배를 안겼다"라며 "2차 투표에서 RN에 맞설 유일한 대안은 NFP"라고 밝혔다. 또한 RN의 승리를 막기 위해 범여권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29세 최연소 극우 총리 탄생 임박... "타협 없다"

출구조사 결과대로 RN이 1당이 되면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직에 오른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다수당이나 다수 연정의 지지를 받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것이 관례다. 

올해 29세인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에 임명될 경우 가브리엘 아탈(35) 현 총리의 최연소 총리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서민층에서 자란 베르델라 대표는 깔끔하고 세련된 외모와 옷차림, 온화한 언변, 소셜미디어와 방송을 활용한 적극적인 소통으로 극우의 이미지 변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RN을 이끄는 르펜이 사실상 '수렴청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롱 정권의 아탈 총리는 이날 "프랑스의 운명을 구하고 싶다면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의무"라며 "프랑스의 국익은 분명하다. RN이 1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바르델라 대표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탈 총리가 곧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것"이라며 "나는 총리가 되더라도 프랑스 헌법과 대통령을 존중하지만, 우리의 정책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치학자 진 가리게스는 AP통신에 "동거정부가 들어서면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아닌 총리의 정책으로 국가가 돌아간다"라며 "대통령은 정부 조례나 법령에 서명하지 않을 권한이 있어 총리의 프로젝트를 막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는 있지만, 총리는 이를 국회 표결에 부쳐 뒤집을 권한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국민연합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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