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군인권 누더기 만든 김용원, 인권위원장 꿈 깨시라"

[현장] 군사망유족·군인권센터, 군인권보호관 출범 2년 기자회견... "군인권보호 아닌 국방부보호"

등록 2024.07.01 15:07수정 2024.07.01 15:11
1
원고료로 응원
a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 고 황인하 하사의 아버지 황오익씨, 고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인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건을 해결하는 일도, 제도를 바꾸는 일도 다 우리에게 하도록 할 거면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뭐 하러 만들었습니까?" - 박미숙(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김용원씨가 국가인권위원장을 하고 싶어 한다지요? 꿈 깨시라고 전하겠습니다. 우리 아들, 딸들 생각하며 반드시 막을 겁니다." - 김기철(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군 사망사건 유족과 군인권센터가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출범 2년째를 맞이한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국방부보호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군인권보호관 출범 2주년,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김 보호관으로 인해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차기 국가인권위원장 자리를 탐내는 김 보호관은 즉각 사퇴하고 (해병대 고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수사와 재판에 임하라"고 밝혔다.

"어느 피해자가 김용원 같은 군인권보호관 믿을까"
 

군인권센터 “부적격자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사퇴하라” ⓒ 유성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황인하 하사(2013년 공군 내 가혹행위로 사망)의 아버지 황오익씨는 "제 아들은 11년 전 중대장의 갑질과 질책, 모욕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 처벌부터 순직 인정, 보훈 심사, 군인 유족연금 신청 등 깜깜한 길을 모두 혼자 헤쳐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군 사망 유족들이 국가와 10년을 싸워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얻어냈고, '이제 다른 군 사망 유족은 나처럼 깜깜한 길을 지나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얼마 전) 김 보호관이 (오히려 군 사망 유족들을) 고발했다"라며 "어느 피해자가 그런 군인권보호관을 믿고, 진정을 넣고,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이제라도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라고 했다.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2014년 발생한 고 윤승주 일병 사건(육군 28사단 집단 구타·가혹행위 사망 사건), 2021년 발생한 고 이예람 중사 사건(공군 20전투비행단 성폭력 및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인권위의 군 문제 전담을 위해 2022년 7월 1일 출범했다.


그런데 김용원 보호관은 지난해 11월 군 사망 유족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을 되레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인권위원장 면담 요청을 위해 인권위 건물에 들어간 것을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후 경찰은 군 사망 유족 10명과 군인권센터 활동가 4명에게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윤 일병의 가족이 (지난해 10월)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기각에 대해 항의하자 김 보호관은 윤 일병 유족에게 앙심을 품으며 윤 일병 사인 은폐 조작 사건을 돌연 각하시켰다"라며 "이에 윤 일병 유족 등 군 사망 유족이 (인권위 건물을 찾아)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면담을 요청하자 현장에도 없던 김 보호관은 뜬금없이 자기가 감금, 협박을 당했다며 허위로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다"라고 꼬집었다. 


고 홍정기 일병(2016년 군에서 급성 백혈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의 어머니 박미숙씨도 "군인권보호관이라는 자리는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자식을 나라가 책임져 주지 않아서, 군 사망 유족의 편이 되어줄 힘 있는 사람 한 명은 필요해서 군 사망 유족의 노력으로 만든 자리"라며 "우리 자식들의 피맺힌 설움으로 만든 자리에 자격 없는 사람이 앉았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고 채상병 사망사건을 조사하다 되레 항명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박정훈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의 긴급구제 신청을 김 보호관이 기각한 점도 지적했다. 박씨는 "고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과도 연루되어 있다는 김 보호관은 수사나 철저하게 받고 어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라고 말했다.

고 김상현 이병(2022년 선임병들의 괴롭힘으로 사망)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제 아들은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생긴 뒤 세상을 떠났지만 그동안 제가 해당 제도에 대해 들은 소식이라고는 누군가를 고발하고, 고발당하고, 사건을 기각했다는 소식들뿐"이라며 "저 역시 김 보호관에게 수사의뢰를 당한 유족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군인권보호관 이어 인권위까지 무너뜨릴 생각?"
 
a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 고 황인하 하사의 아버지 황오익씨, 고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인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인권보호관제도 출범부터 현재까지의 2년을 언급하며 "국방부보호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보호관이 최근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무죄추정의 원칙, 수사 중 사건 개입의 부당성을 운운하며 직권조사가 아닌 방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며 "군 내 사망 사건 발생 시 (군인권보호관이) 군으로부터 이를 통보 받고 초동 수사에 입회할 수 있는 권한은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군이 사망 사건 초기 유족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사실을 축소, 조작, 은폐하는 고질적 병폐를 고치기 위해 (군인권보호관에게) 감시자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김 보호관은 자기 권한을 스스로 형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보호관은 지난해 8월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 신청 당시에도 안건 처리를 보름이나 미루고 시간이 지나서야 '구제의 실익이 없다'며 안건을 기각했다"면서 "그동안 박 대령은 구속 위기에 놓였고 기각 결정은 특검법 반대의 논리로 차용되기까지 했다"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보호관이 사퇴는커녕 차기 인권위원장을 탐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군인권보호관을 망가뜨리더니 이젠 인권위까지 무너뜨릴 생각을 하는 듯하다"며 "양심이 있다면 김 보호관이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a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군인권센터 #군사망유족 #인권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판도라의 상자' 만지작거리는 교육부... 감당 가능한가
  5. 5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