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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국민의힘" 발언에 본회의 아수라장

[대정부질문] 김병주 의원, 여당 논평 속 '한미일 동맹' 표현 문제 삼아... 사과 요구 거부

등록 2024.07.02 18:43수정 2024.07.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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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도중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에게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는지 묻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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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 도중 국민의힘 의원 의석을 향해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고 발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발언에 장내 공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정신 나갔다"라는 말에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격분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같은 국민의힘 출신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만류해 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이에 맞대응하면서 장내는 아무런 말도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주호영 부의장은 여당 의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한편, 김병주 의원에게 과한 표현에 대해서는 사과를 요구하며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김 의원은 끝내 사과를 거부했고, 결국 주호영 부의장은 일단 정회를 선언했다. 2일 오후, 제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시작부터 여야 갈등과 기싸움으로 얼룩졌다.

국민의힘, 지난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 표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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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발단은 '한미일 동맹'이었다.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미국, 일본과의 군사적인 공조를 강화해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오랜 동맹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일본과는 동맹이 아니다. 독도 영유권부터 과거사 문제까지 산적해 있는 난제들이 많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김병주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3국 프리덤 에지, 한미일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한미일 훈련이 강화되어서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라고 질문했다.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라며 "일본과의 동맹"에 대해 물은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그거는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시는 것"이라며 "딴 분이 생각하신다면 모르겠는데, 예비역 육군 대장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건 저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질문한다는 뉘앙스였다.


이어 "그런 것을 지금 얘기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의 안보 체제도 우리 국민들의 전체적인 컨센서스(합의) 위에 바탕을 둬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아직 일본과 우리가 동맹관계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그건 현실이다"라며 "그러니까 우리가 한미 간의 동맹을 더 강화하고, 우리의 연합 체제를 강화하고, 그러나 일본과는 적절한 수준에서 협력하고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라는 답이었다.

김병주 의원은 "모처럼 총리가 아주 정확한 얘기를 했다"라며 "우리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되, 한일 관계는 개선하고 적절점을 유지해야지, 동맹을 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동의하시잖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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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한 총리가 "제가 그거 다 우리 대장님한테, 과거 대장님한테 배운 거 아닌가?"라고 화답하자, 좌중에서 약간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병주 의원이 논란의 발언을 한 것은 바로 이 시점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고 직격한 것.


그는 "국민의힘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라며 국민의힘의 지난 6월 2일 논평을 지적했다. 당시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비난하면서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낸 바 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은 논평에 어떻게 한미일, 일본과의 동맹이라는 단어를 쓰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언급한 것도 함께 지적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미 그의 발언은 쏟아지는 고성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김병주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 어떻게 일본과 동맹 맺느냐?"
 

"정신 나간 국민의힘" 발언에 본회의 아수라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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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 도중 국민의힘 의원 의석을 향해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고 발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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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 도중 국민의힘 의원 의석을 향해 “여기 웃고 계시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고 발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과하라"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가 빗발쳤으나, 김병주 의원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도리어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토적인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라며 "어떻게 일본과 동맹을 맺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정신 나갔다"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김병주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대정부질문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질문과 답변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의사 진행 중이던 주호영 부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잠깐 조용히 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부탁했고, 김 의원에게도 "용어 선택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같은 중재에도 "저는 평생을 군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서 목숨 바치겠다고 했다"라며 "영토적인 야심이 있는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한다는 단어를 썼느냐? 정신이 안 나갔느냐? 정신줄 놓지 마라"라고 맞섰다. 특히 "사과할 사람은 국민의힘"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주호영 부의장은 "의석으로 손가락질은 하지 마시기 바란다" "김병주 의원이 질의하는 시간이다. 국민의힘에서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대정부 질문이 끝나고 난 뒤에 해주시길 바란다"라며 남은 시간 동안 의사 진행을 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계속되는 사과 요청에 주 부의장은 "제가 볼 때 조금 심하신 발언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겠느냐, 사과하시겠느냐?"라며 "과하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사과하시고 진행하시라, 그게 맞다"라고 권했다. "과하신 말씀에 대해서는 정리하시는 게 맞다. 정신 나갔다는 사람 듣고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라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왜 사과를 강요하느냐'라며 민주당 쪽에서 항의가 나왔다. 그는 "강요한 게 아니라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서"라며 "회의 진행이 어려우면 정회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주호영 부의장의 요청에도 "계속 질의하겠다"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다른 건 사과해도 일본과의 동맹에 대해서는 저는 사과할 수 없다"라며 재차 "정신 나가셨으니까 그런 단어를 쓰고..."라고 외쳤다.

결국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은 채 회의 진행이 어려워지자, 주호영 부의장은 그대로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고 정회를 선포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한미일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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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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