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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25만 원' 비판한 윤 대통령, 해외 사례 엉뚱하게 설명

미국·유럽 사례 거론하며 '보편 지원' 겨냥...대통령 주장과 달리 정부 정책 유럽형에 가까워

등록 2024.07.03 17:20수정 2024.07.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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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3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코로나 19 당시 미국과 유럽의 재정지원 정책을 비교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비판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이 유럽형에, 전 국민 지원금이 미국형에 더 가깝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국가는 지속가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현 정부는 코로나 19로 침체된 상태의 경제를 물려받았다면서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 미국과 유럽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법이 어떻게 달랐는지를 비교했다.

윤 대통령은 "EU와 미국이 지금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은 코로나 시기에 어차피 영업이 안 되니까 가게를 계속 할 수 있는 그런 자금지원은 안 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생계지원을 중점적으로 했다. 유럽은 영업이 안 돼도 계속 가게를 할 수 있게 영업을 할 수 있게 자금지원을 했다"며 "근데 이게 코로나가 딱 끝나고 미국은 이제 (자영업자가) 새로운 분야로 자기 직업을 바꿔가면서 자기 영업을 바꿔가면서 성장을 하게 되고 유럽은 지지부진한 겁니다. (유럽은) 돈만 실컷 썼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 정부가 적용한 헬스클럽 등에 대한 야간 영업 제한이 비합리적이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그렇게 해놓고 대출을 또 해주니까 (그 대출 잔액이) 지금까지 계속 남아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국채라는 거를 정말 개념 없이 막 방만한, 이 재정이라는 게 뭐 '대차대조표의 대변·차변이 일치되는 거라 문제 없다'는 식으로 막 얘기를 했다"며 "아니 그럴 것 같으면 왜 25만 원만 줍니까? 국민 1인당 한 10억씩, 한 100억씩 줘도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때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공약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을 겨냥한 말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일단 물가가 상상을 초월하게 오를 뿐 아니라 대외신인도가 완전히 추락을 해서 이 대한민국 정부나 대한민국 기업들이 이게 밖에서 활동을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우리가 뭐 우리 자원을 가지고 지하자원이라든지 부존자원을 가지고 우리가 자급자족하는 나라가 절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실제와 차이가 있다. 

"유럽 재정지원은 미국의 절반 정도"... "유럽은 선별적 현금지원 방식"


코로나19 당시 미국은 국민 대부분에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 중심이었고,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는 기업에 대한 직접 자금지원, 세금 감면, 대출 등 기업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4분기부터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 격차가 크게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다음은 한국은행이 올해 2월 1일 펴낸 <BOK 이슈노트>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가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의 단기적 요인을 설명한 일부다.
 
"먼저 미국의 경우 팬데믹에 대응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소비증가세로 이어지면서 양호한 회복세를 견인하였다. 미 재정정책은 그 규모도 컸던 데다 재정지원의 상당 부분이 가계에 직접 지원되어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함으로써 초과저축의 축적을 통해 향후 소비에 기여하였다. 반면 유로지역에서는 가계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가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이후 경기회복 지속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재정적자가 유지되면서 미국이 유로지역에 비해 소비를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는 데 기여하였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2023년에도 GDP 대비 6% 수준으로 유로지역(3.3%)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팬데믹 기간 동안 큰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세 차례에 걸쳐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급했고, 실업수당도 크게 확대했다. 2010년대에 재정위기를 겪었던 유럽 국가들은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지 못했고, 이것이 팬데믹 이후의 경제회복 속도에 차이를 낸 요인이라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1년 10월 26일 펴낸 '주요국의 재난지원금 지급사례와 분석'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미국은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세계적 신용을 가진 유일무이한 국가로 소위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를 정책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효과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유로 지역의 국가들은 금융위기 당시의 재정위기의 기억과 중앙집권화된 재정정책을 할 수 있는 존재의 부재, 그리고 재정정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으로 인해 무차별적 현금지원이 아닌 선별적인 현금지원 방식을 사용하여 가장 피해를 받는 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정책과 경기회복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구조변화에 대응할 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면, 현재 한국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재정을 충분히 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은 그같은 여파를 줄여보려는 '미국식 지원'에 가깝다.

코로나19 기간을 돌아보면, 정부가 전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때마다 이는 포퓰리즘이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고 반대해 온 것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이었다. 윤 대통령 역시 임기 내내 재정건전성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강조하면서 가계에 대한 보편적 직접 지원보다는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고집해왔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비교하는 것이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비난하기 위해 들 수 있는 사례는 아닌 것이다.

물론 한국은 미국처럼 달러를 찍어내지 않으니 재정 여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면 "왜 25만 원만 줍니까? 국민 1인당 한 10억씩, 한 100억씩 줘도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비난하기 전에, 미국과 유럽의 사례에서 나타난 국가재정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하경방 #코로나19 #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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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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