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강원택, 2020, 21세기북스
도서출판 21세기북스
2. 보수주의와 보수당
강원택 서울대학교 교수가 저술한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는 19세기부터 시작된 영국 보수정치와 보수당의 역사를 선거와 현대사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본서는 영국 보수당의 성공과 장기 생존의 요인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영국 보수당의 참패의 원인 역시 이 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저자는 보수주의란 무엇이며, 영국 보수당이 언제부터 시작 되었는지를 제시한다. 보수정당 탄생 연원에 대해 1640년 시민혁명에서 국왕이었던 찰스 1세를 지지했던 왕당파를 시작으로 보는 견해, 크롬웰 통치 이후 왕정복고 당시 가톨릭 신자인 제임스의 왕위 계승에 반대하지 않았던 토리파로 보는 견해가 존재한다. 저자는 후자의 관점을 채택한다.
당시 토리파는 국교인 성공회보다 가톨릭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왕위 계승에 간섭하는 시도는 헌정에 위배되는 일이며 이는 크롬웰의 공포정치와 다를 바가 없기에 제임스의 직위에 반대하지 않은 것이다. 토리파는 개혁과 변화를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왕권을 존중했던 것이다. 즉, 영국 보수당과 보수정치의 연원이 되는 토리파는 현존 질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변화를 만드는 세력으로 시작했음을 저자는 제시한다.
이러한 토리 정파의 후신으로 볼 수 있는 영국 보수당은 300년을 존속했다고 볼 수 있다. 제도적 정당정치가 확고하게 이루어진 1830년대를 기준으로 해도 영국 보수당은 200년을 이어져 온 정당이다.
"보수주의는 변화가 몰고 올 불확실성, 즉 어떻게 될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신과 거부감을 담고 있으며, 반대로 현재 편하고 익숙한 것에 대해 애정을 느낀다. 보수주의자들이 전통과 기존 제도를 중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19쪽)
3. 영국 보수당 성공의 핵심 동력 '변화'
다만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보수주의 그 자체의 이념보다는, 영국 보수당의 생존 기술이다. 실제로 영국 보수당의 역사가 이념적 순수성에 매몰되기 보다는, 실용성과 유연성을 통해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생존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보수주의가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이 지켜온 제도와 문화를 존중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보수당이 변화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이 영국 보수당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음을 주장한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톺아 보면, 영국 보수당이 거부한 건 급진적, 전면적 변화였지 변화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다. 실제로 영구 보수당은 변화의 요구가 거세어졌을 때 보수당이 지키고자 하는 이익과 가치를 보호하는 데 변화가 필요하다면 다른 정당 보다도 빨리 가장 먼저 개혁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영국 보수당은 당시 자신들의 입지에 위협이 될 수 있으나 시대적 요구가 높아져 가던 가톨릭 신자에게 시민권을 회복시켜주는 법을 관철시키기도 했으며, 영국 보수당의 리더였던 로버트 필은 탐워스 강령(1832)을 발표하며 보수당은 개혁법을 존중하며 유기적이며 점진적인 변화를 본인들이 지지한다는 것을 천명했다. 이외에도 디즈레일리는 선거권을 확대하고, 도시에 더 많은 선거구를 배정하는 개혁법을 이끌며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변화를 선도하기까지 했다.
영국 보수당은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왕정에 대한 존중, 영국 국교인 성공회의 우위를 인정하며, 극단적 사회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급진주의를 경계했다. 즉, 사회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급진적 변화를 막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안전한 변화를 만들어 온 것이 영국 보수당의 시작이었으며, 이는 국가라는 유기체를 상처없이 생존시키면서 영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핵심 가치가 되었다.
물론 이후에도 아일랜드 문제, 세계대전 문제, 식민지 문제, 경제 문제에 있어서 영국은 다양한 위기를 마주했다. 그리고 영국 자유당과 노동당의 부상, 스코틀랜드 국민당과 같이 영국 보수당을 위협하는 정치 세력 역시 상존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영국 보수당은 사회의 기반이 되는 정신은 지키며 안정적인 변화를 주도해 성공을 이어갔다.
4. 지금의 보수당. 한국의 보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