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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패륜보도 책임자 이진숙 지명? 장난하시냐"

[현장]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대통령실 앞 긴급회견 "이태원 음모설까지 주장, 지명 철회하라"

등록 2024.07.05 14:58수정 2024.07.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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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회장(사진 오른쪽)과 참석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지명 철회 촉구하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마침내 이 정권이 회칼을 빼 들었습니다. 109일 전 황상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MBC는 잘 들어'라면서 속내를 말로 드러냈죠. 이번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를 지명하며) 행동으로 이 정권의 언론 장악 속내를 만천하에 천명한 겁니다." - 박성호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회장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지명 철회를 강하게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92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진숙 후보자의 지명 다음날인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부적격자 이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문했다.

이 후보자를 향해선 "공영방송 언론인 출신으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 목적과 정확히 반대에 서 있던 인물"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 후보자가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 등에 대한 책임자인 점 ▲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주장하는 점 ▲ 이명박 정부 시절 MBC 사영화에 앞장서고 노조 불법사찰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점 등을 지적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제 이 후보자에 대해 '미디어 공정성과 공공성을 회복할 적임자', '경영인으로서도 능력을 갖췄다'라고 말했는데 장난하시냐"라며 운을 뗐다.


이어 "이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 유가족에 대한 온갖 패륜적 보도를 일삼았던 그해 MBC 보도 최고 책임자였다. 오죽하면 (2012년) MBC 기자회가 그를 제명까지 했겠나"라며 "더해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의 방송 장악에 저항하던 MBC 노동자들의 노트북에 스파이웨어(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동선을 감시하고 사찰하는 범죄를 저질러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가 설치던 시기는 MBC가 국민의 외면을 받고 언론 신뢰도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던 최악의 시간"이라며 "현재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언론 신뢰도 1위 언론사는 MBC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 제1목표가 공영방송 파괴임을 여실히 입증한다"고 일갈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방통위법 제1조에는 '방송의 자유', '공공성 및 공익성 증진',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 보장' 등 방통위의 설립 목적이 나온다"면서 "이 후보자는 그 목적과 정확히 반대에 서 있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제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이 정권은 방송 장악을 방송 정상화라고 생각하는 정권"이라며 "특히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MBC 민영화를 몰래 추진하려는 음모를 꾸미다 발각된 자"라면서 "어떻게 이런 자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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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지명 철회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언론노조, 민언련, 민변, 방송기자협회, 영상기자협회 등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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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지명 철회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언론노조, 민언련, 민변, 방송기자협회, 영상기자협회 등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공영방송이 사회적 흉기? 이진숙 땐 그랬다"

박성호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어제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을 '사회적 흉기'라고 지칭했던데 과거형이라면 맞고 지금은 아니"라면서 "과거 세월호 유족을 깡패로 몰고 무참하게 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10년 전 공영방송은 사회적 흉기였다. 또 저를 비롯해 공정 방송을 요구했던 이용마, 박성제, 최승호 등 기자와 PD들을 무더기로 해고하고 징계했던 12년 전 공영방송은 사회적 흉기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후보자를 지명한 지명자가 더 큰 문제다. (윤 대통령이) KBS, YTN, TBS에 이어서 MBC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속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면서 "'MBC 잘 들어'라고 겁박했던 황상무 전 수석을 국민들이 어떻게 심판했는가. 이제 '대통령실 잘 들어'라고 국민들이 준엄하게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와 KBS는 (참사 발생) 이틀 전부터 핼러윈 축제를 예고하면서 더 많은 청년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며 이른바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야당의 탄핵 절차를 앞두고 자진 사퇴한 지 이틀 만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87년 MBC 기자로 입사해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MBC 기획조정본부장, 워싱턴지사장, 보도본부장, 대전 MBC 사장 등을 지냈다.

2018년 MBC 퇴사 후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했고, 2020년 총선 출마(당내 경선 패배), 2022년 대선 윤석열 대선캠프 특보 대변인, 2022년 대구시장 출마(경선 컷오프) 등을 거치며 정치인으로서 활동해 왔다.

지난해엔 국민의힘 몫의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내정됐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임명이 무산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MBC #공영방송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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