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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6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한화오션 법무팀 구승모 변호사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밀 유출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한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거제신문DB ⓒ 거제신문
8조 원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건조사업이 거제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방사청이 KDDX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거제가 들끓고 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경남 거제)은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특혜 논란 KDDX 수의계약 시도 즉각 중단하고 방사청은 법과 원칙 따르라'고 촉구하며 KDDX 경쟁입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KDDX 사업 부조리의 핵심인 2019년 방첩사령부와 방사청의 부조리한 처사에 대한 경찰수사가 이달 말쯤 결론 날 전망이고 결과에 따라 현재까지 진행된 KDDX 사업의 옳고 그름이 판가름 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시점에서 굳이 계약 방식을 속전속결로 결정할 이유는 전혀 없는데도 계약방식 결정을 강행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약방식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결정하게 된다면 가뜩이나 온갖 의혹을 받는 KDDX 사업의 사업자 선정방식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입찰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모든 계약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국가계약법상 대원칙"이라며 "7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KDDX 사업을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며 계약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결정한다면 방사청은 '꼼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지역위원회도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군사기밀 탈취, 유출로 방위산업 근간을 흔든 HD현대중공업에 수의계약을 몰아주는 것이 현 정권의 공정과 상식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공정한 경쟁입찰을 촉구했다.
KDDX 사업, HD현대중공업에 모두 빼앗길 위기
KDDX는 차기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수주 금액만 8조 원 규모다. 현재 기본설계를 끝내고 방위사업청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책임질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았으니 상세설계 등도 수의계약으로 HD현중이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쟁사인 한화오션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경쟁입찰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경우 거제에 사업장을 둔 한화오션이 경쟁에서 아예 배제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거제도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잘못하면 지역 먹거리와도 연결되는 8조 원 규모의 수주를 모두 HD현대중공업에 내주고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거제지역 정치권과 상공계는 연일 성명과 입장문을 내고 수의계약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과 상식에 맞게 경쟁입찰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지난 6월 13일 성명을 내고 KDDX 사업과 관련해 공정한 경쟁입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HD현중이 한화오션의 '군사기밀'을 불법 유출한 범죄 사실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은 현중의 '입찰 자격 유지'를 사실상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성명 발표 이유를 밝혔다.
거제시의회도 같은 6월 27일 제246회 거제시의회 제1차 정례회 본회의장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의 공정한 경쟁입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여야 의원 16명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HD현대중공업에 수의계약 될 경우 거제시민의 크나큰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했다.
앞서 한화오션 특수선 사업부 생산직 거제 노동자들도 지난 4월 3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과 관련한 군사기밀 유출에 대해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찰청장에게 서한문도 전달했다.
거제상공회의소(회장 김점수)는 HD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군사기밀 불법취득에 대해 신속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방사청, HD현대중공업에 입찰참가자격 유지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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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 구축함 조감도. @거제신문DB ⓒ 거제신문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방사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6000톤급 KDDX 6척을 발주한다. 총사업비는 7조8000억 원 상당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1단계 개념설계, 2단계 기본설계, 3단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4단계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1단계인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2단계인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고 현재 남은 건 3~4단계다. 수의계약을 할 경우 HD현중에 갈 공산이 크다. 하지만 HD현중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 혐의가 유죄판결을 받아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대우조선이 설계한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몰래 촬영해 이를 회사 내부망에 내용을 공유한 혐의로 HD현중 직원 9명이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방사청은 지난 2월 HD현중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유지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불법 개입이 있어야 입찰제한 처분 등을 할 수 있는데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에 한화오션은 HD현중 직원들의 불법 행위 당시 임원의 개입 정황이 있다며 이를 경찰에 고발했고,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중에 유리하도록 평가항목 중 일부 점수를 수정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경찰수사 결과 등에 따라 사업이 휘둘릴 수밖에 없어 방사청 입장에선 수의계약이 부담스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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