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의 기적, 공영사학의 새로운 장을 열다

9일 충암중고 급식실 체육관 완공 기념 행사

등록 2024.07.10 16:17수정 2024.07.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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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체육관 준공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고은)

체육관 준공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고은) ⓒ 은평시민신문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말하는 것! 배운다는 것은 성실을 가슴에 새기는 것."

학교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동안 잊고 있던 학교와 교육의 역할을 다시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펼쳐졌다. 바로 충암중·고의 급식실과 체육관 준공을 축하 자리다. 보통 학교에서는 급식실과 체육관을 지은 일이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곳 충암에서는 새로운 공영사학의 한 장면을 새로 써내려가는 축제의 장이었다. 

충암중·고는 급식실과 체육관 완공을 기념하는 초대장을 정성스레 써내려갔다. "소중한 결실을 기념하고 그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기 위해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충암을 위해 애쓴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a  은평주민들로 구성된 꿈꾸는 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고은)

은평주민들로 구성된 꿈꾸는 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고은) ⓒ 은평시민신문


은평 주민들로 이루어진 '꿈꾸단 합창단'의 '그날이 오면' 노래가 체육관에 울려퍼졌다. 절대로 올 거 같지 않았던, 하지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충암을 축하했다.  
비리사학에서 모범사학으로 거듭나기까지 

과거 충암은 낡은 건물은 물론이고 위험한 전깃줄, 창틀은 기본이었다. 충암재단은 중학교 현관을 틀어막고 그 자리에 법인 사무실을 두었다. 학생들은 중앙현관은 써보지도 못하고 건물 옆 철제 난간을 이용했다. 건물의 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제대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a  2008년 집회 참석자들이 준비한 요강을 들고 열악한 학교시설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박은미)

2008년 집회 참석자들이 준비한 요강을 들고 열악한 학교시설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2008년 참다못한 충암교사와 학생, 지역주민들이 "학생 인권 존중하고 교육환경 개선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준비한 요강을 들고 "학생 700명에 화장실은 단 한 곳"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충암의 교육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충암학원을 찾아가고 시교육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a  2015년 충암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 (사진 : 박은미)

2015년 충암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a  2015년 충암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 (사진 : 박은미)

2015년 충암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그러던 중 충암고 교감의 급식 막말 사건이 터지면서 충암의 민낯이 하나씩 외부로 공개되기 시작했다. 당시 교감은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마"라며 학생들을 가로 막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사태 파악에 즉각 나서며 학교 법인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결과 급식 인원을 부풀리고 쌀과 식용유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4억1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하고 충암고 교장과 행정실장 파면을 요구했지만 충암학원은 이를 묵살했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충암학원에 임시이사를 전격 파견하며 학교 정상화에 나섰다. 시급한 건 학교시설 개선이었다. 학생들은 전쟁이 나면 충암이 제일 안전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미 폭격을 맞은 학교로 보일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만큼 충암은 열악했다. 

하지만 학교건물이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맞으면서 신축이 아닌 시설개선과 증축이 진행되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만 같았던 학교시설 개선사업은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암초에 부딪혔다. 어디에 증축을 할 것인가를 두고 학내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일었고 증축 위치를 변경하면서 예산은 계속 늘어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공사비는 폭등했다. 

우선 급한대로 급식실 신축부터 마무리짓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2023년 2월 드디어 급식실은 완공되고 학생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도 급식실 개관 기념행사를 진행했지만 체육관 공사는 멈춘 상태였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이 추가 금액을 교부하면서 체육관 공사가 마무리되고 지난 1월 완공되어 2월에 졸업식을 진행했다. 
 
a  충암중고등학교 급식실 체육관 완공 기념식 (사진 : 고은)

충암중고등학교 급식실 체육관 완공 기념식 (사진 : 고은) ⓒ 은평시민신문


전체 공사기간 4년, 연면적 2,632㎡로 총 7층(지하 1층 기계실 및 옥탑 포함)으로 지어진 건물에는 1층 조리실, 2층 학생식당(233석)과 교직원 식당(68석), 3층 학생 식당(318석), 4층 필로티(주차장), 5층 체육관이 들어섰다. 


교육 주체와 지역이 함께 만들어 낸 충암의 기적 
 
a  이윤찬 충암고 교장이 그간의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 박은미)

이윤찬 충암고 교장이 그간의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이날 충암학원 정상화 경과보고에 나선 이윤찬 충암고 교장은 "2015년 급식 막말 사건 이후 9년 만에 열악한 급식문제가 해결되었다"며 "서울시교육청의 협조와 지원, 지역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도움, 그리고 새로운 이사진의 정상화를 위한 헌신적인 노력, 학교 구성원들의 희망과 간절함, 지역의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에 힘입었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은 "비리사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넘어서기 위한 서울시교육청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건전사학으로 정상화된 충암학원의 현재를 널리 알리고 그 의의를 공유하는데 오늘의 의미가 있다"라고 기념사를 남겼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역사회의 많은 분들과 교육청이 힘을 합치면 학교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자리다. 앞으로 충암이 공영형 사학의 모범을 되고 선도적인 미래 사학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a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명화 충암재단 이사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주민 국회의원, 김유원 충암고 학생회장, 성흠제 서울시의원, 김미경 은평구청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명화 충암재단 이사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주민 국회의원, 김유원 충암고 학생회장, 성흠제 서울시의원, 김미경 은평구청장 ⓒ 은평시민신문


박주민 국회의원은 "이 자리가 있기까지 애써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충암학원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은 명필름 대표는 "충암의 아름다운 변화가 더 발전해서 우리 사회와 교육에 진정한 나비효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이 공간에서 앞으로 정말 훌륭한 일들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졸업생을 대표해 인사했다. 

정대화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김미경 은평구청장, 성흠제 서울시의원, 최순옥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도 축사를 보냈다. 김유원 충암고 학생회장은 답사를 통해 "이번 완공은 단순한 시설 완공을 넘어 충암에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다"라며 "체육관은 학생들이 건강한 땀과 웃음으로 넘치며 단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학생 식당은 건강한 급식을 즐기며 함께 웃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나눔의 장소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저희 모두가 학창 시절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쌓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a  충암학원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 온 홍기복 충암중 교장 (사진 : 박은미)

충암학원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 온 홍기복 충암중 교장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한편 충암학원 정상화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홍기복 충암중 교장은 "많은 분들이 충암학원 정상화를 위해 나섰고 저는 잠깐 씨를 뿌리는 정도의 역할을 했다. 항상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다"며 "8월 말에 퇴직을 하지만 굉장히 보람있고 즐겁게 학교를 떠날 수 있게 됐고 전국 최강의 이사진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이 있기에 앞으로 충암은 더 발전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시는 걸 보니 감동이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선물같다"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박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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