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지난 2020년 8월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트,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느린 키오스크) 4개소를 마련했다고 알렸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도 실시중이다.
성동구청 블로그
'0차 문화'? 웨이팅 앱을 즐겨 사용하는 20~30대가 모바일 줄 서기를 한 후 활용하는 시간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보통 유명 매장이나 '맛집' 식당이 한산하다는 것만 확인하고 입장하려 하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이미 수십 명이 '웨이팅 앱'을 통해 유명 맛집 입장 대기를 디지털 기기로 걸어둔 뒤, 다른 장소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냥 무심코 있다가,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식당에 왜 들어갈 수 없냐며 볼멘소리를 해도 소용없는 일이 된다. 되돌아오는 것은 시대에 쳐진 디지털역량 약자로서 초라해진 모습을 확인하는 일일 뿐이다.
사실 우리 앞에 놓인 키오스크(무인정보 단발기) 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이다. 느리다고 눈치를 주거나, 서툴다고 짜증을 내는 직원이나 주변 손님들의 자세가 약자들을 더 움츠리게 만든다.
'기계'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으니 사람이 '배려'라는 이름으로 채워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저 상품을 주문하거나 구입하려 했을 뿐인데, 여기서 막히면 당사자는 망신을 당하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매장 문을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정에서 우리 딸이 아빠에게 친절하게 안내해준 것과 같은 친절함, 사회 전체로부터 그걸 바라는 건 무리일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문화의 정도가 선진국임을 구별하는 척도 중 하나라면 디지털 약자인 우리 세대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빠름'을 지향하는 기계이지만, '배려와 존중'이 담긴 '느림'을 챙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다행히 '느린 키오스크'라는 말이 생겨났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낯선 노인들을 돕는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여기저기서 불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 서울 중 잘 사는 지역들에서 먼저 출발했다는 것이 내겐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하지만, 아무튼 반가운 소식이다.
돈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빈부의 차이를 떠나 디지털 약자의 사정을 고려한다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좋은 모습임이 틀림없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경제력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느린 키오스크'가 캠페인처럼 번져가기를 바란다.
빠름과 편리가 미덕인 사회 속에서 느림과 불편도 주눅 들지 않고 고개 들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우리 세대 또한 용기 내어 새롭게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배워, 시대를 놓치지 않는 자세는 기본으로 품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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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국어 교사, 다음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가족여행, 반려견, 학교 이야기 짓기를 좋아합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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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자전거 알려준 아빠, 이젠 딸한테 배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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