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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신기" 김성태도 검찰에 '김정은 친서' 말했다

작년 3월 수원지검에서 진술... 검찰 유독 '김정은 친서'에서 수사 멈춰

등록 2024.07.17 10:42수정 2024.07.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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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원지검 전경.

수원지검 전경. ⓒ 김종훈



최근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8년 12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남한 측에 전달했던 인사가 쌍방울 대북송금사건의 핵심 인물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었다는 증언을 연속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안부수 회장의 최측근이 한 언론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증언하고(5월), 검찰(수원지검)에서 진술한 것(2022년 9월 26일)을 근거로 한 보도였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을 중재했던 안부수 회장이 김정은 친서라는 극비문서를 남한 측에 전달했다는 것은 북한 측이 안 회장을 대남 사업의 중요한 협력자로 생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판결과 달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북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안 회장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보다 북한 쪽 인적 네트워크가 좋았던 안 회장을 믿고 대북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김성태 전 회장도 검찰에서 김정은 친서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검찰은 안 회장의 최측근 A씨를 조사할 때처럼 '김정은 친서'에 대해 자세하게 캐묻지 않았다. 검찰이 유독 김정은 친서 앞에서 멈추는 모양새다. 

김성태 전 회장 "김성혜가 '선물이 곧 하나 갈 거다'라고 했다"
 
a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언급한 수원지검 진술조서(2023년 3월 19일) 중 일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언급한 수원지검 진술조서(2023년 3월 19일) 중 일부. ⓒ 구영식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성태 전 회장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19일 수원지검에 출석해 지난 2018년 12월 29일 중국에서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실장 겸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박철 아태위 부위원장과 만난 것에 대해 진술했다. 검사가 "2018년 12월 29일에는 김성혜, 박철을 당일만 만났나?"라고 묻자 "그렇다"라며 "(12월 29일) 저녁부터 (12월 30일) 새벽 2~3시까지 만났다"라고 답변했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경기도 평화부지사)이 국정원장의 부탁이라면서 비건(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이 중국에 있으니 김성혜, 박철에게 비건을 꼭 만나보라고 전해 달라는 말까지 했다"라면서 "(이것을) 김성혜에게 전달했더니 김성혜가 웃으면서 '이미 (비건을) 만났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검사가 추가로 "그 외 다른 내용 무엇을 얘기했나?"라고 묻는 과정에서 김정은 친서 얘기가 나왔다. 
그때 남북 관계가 좀 진전이 없고 북한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막말하고 그랬을 때입니다. 그래서 제가 (김성혜 실장 등에게 '우리나라 대통령이 그쪽에 우호적인 분인데 왜 그러시냐?'라는 식으로 말했더니 김성혜가 '선물이 곧 하나 갈 거다'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그다음날(12월 30일)인가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김정은의 친서가 배달되기도 해서 매우 신기했습니다.

김성혜 실장이 김 전 회장에게 얘기한 "선물"이란 같은 해 12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가리킨다. 김정은 친서에는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내년에 서울을 방문하겠다"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성혜 실장이 "선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김 위원장이 '내년 서울 답방' 의지를 드러낸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검사는 추가 질문을 통해 김정은 친서의 전달 경로 등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바로 "스마트팜 대납 내용에 대해서는 어떤 대화를 하였나?"라는 등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나 이화영 전 부지사 등과 연결된 질문만 이어갔다.

앞서 지난 2022년 9월 26일 수원지검은 안 회장의 최측근인 A씨로부터 "안부수 회장이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북한을 방문했고, 북한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아서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진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김정은 친서에 대해 자세하게 캐묻지 않았던 검찰이 김 전 회장 조사 때에도 추가 확인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지난 12일 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배임·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화영의 요청 또는 회유에 의하여 이 사건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안부수 측근이 "안부수 회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한 이유  
a  안부수 아태협 회장 측근인 A씨의 수원지검 진술조서(2022년 10월 21일) 중 일부.

안부수 아태협 회장 측근인 A씨의 수원지검 진술조서(2022년 10월 21일) 중 일부. ⓒ 구영식

 
또한 안 회장의 최측근인 A씨는 지난 2022년 9월 26일에 이어 10월 21일에도 수원지검에 출석해 김정은 친서를 언급했다. A씨는 먼저 안부수 회장이 아태위의 초청을 받아 2018년 12월 22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을 거쳐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아태협이 12월 22일부터 26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고 적시한 국가정보원 문건('아태평화교류협회의 평양 방문 결과'>)과 일치한다.

이어 안 회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던 민아무개 아태협 홍보위원장으로부터 "평양에 가서 안부수 회장이 북한에 7만 달러를 전달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 위원장이 A씨에게 추가로 전한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원래 송명철(아태위 부실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는데 안부수 회장이 '여기까지 왔는데 7만 달러를 김영철 아바이 만나서 직접 주고 싶다'고 해서, 김영철(당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아태위 위원장)이 원래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나왔다. 그래서 김영철에게 7만 달러를 전달했다. 안부수 회장이 '김영철과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찍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민 위원장으로부터 '평양 방문 얘기'를 들었던 A씨는 "제가 깜짝 놀라고 솔직히 그때는 (안부수 회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검사에게 털어놓았다. 안 회장이 오랫동안 북한 정권의 실세였던 김영철 현 노동당 통일전선부 고문을 평양에서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안 회장을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어 검사가 "7만 달러를 김영철 부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어떻게 확신하고 있나?"라고 묻자 이것에 답하는 과정에서 A씨가 안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받아온 과정을 좀 자세하게 설명했다. A씨는 "안부수 회장이 2018년 12월 27일 귀국했는데 2018년 12월 29일 다시 중국으로 갔다가 12월 30일에 돌아왔다"라며 돌아온 안 회장에게 "무슨 일로 갑자기 또 나가셨습니까?"라고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내가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한국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북한에서 다시 들어오라고 해서 내가 (다시) 갔다. 북경까지 갔었는데 검정색 승용차가 공항으로 오더니 김성혜가 내려 김정은 위원장 친서를 줬다. 그래서 내가 그걸 받아서 한국에 들어와 청와대에 전달한 것이다.
 
A씨가 검찰 조사(2022년 9월과 10월)와 언론인 전화통화(5월) 등에서 증언한 것을 종합하면, 안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22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을 거쳐 평양을 방문했고, 귀국한 직후인 12월 29일 다시 중국으로 출국해 김성혜 실장으로부터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청와대는 12월 30일 오후 4시 30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성태 전 회장, 김정은 친서 전달될 때 중국에 있었다 
 
a 김성태 1심 집행유예 "착잡하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1심 집행유예 "착잡하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착잡하다"고 말했다. ⓒ 이정민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안 회장이 북한 측으로부터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은 시기에 김성태 전 회장도 중국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 전 회장은 수원지검에서 "12월 29일 저녁부터 30일 새벽 2~3시까지 김성혜 실장과 박철 부위원장을 만났다"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는 안 회장이 김정은 친서를 전달받은 과정을 김 전 회장이 직접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안부수 회장에 의해 김정은 친서가 전달된 이후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도 급물살을 탔다. 쌍방울그룹과 북한 측(아태위, 민경련 등)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심양과 단둥 등에서 수차례 접촉했다. 같은 기간 쌍방울그룹은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전 청와대 통일비서관), 김영수 전 현대아산 전략기획실장(전 국회 대변인), 안부수 회장 등 대북전문가들을 이사나 고문으로 영입했고, 정관의 신규사업목적에 '자원개발·광물성 제품 개발' 등을 추가했다.

특별히 김정은 친서 전달자 안부수 회장과는 업무협약, 남북교류협력사업 강화 등을 위한 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아태평화교류협회의 사무실을 쌍방울그룹 본사(서울 동대문구 신당동)에 입주시켰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이라고 주장했던 800만 달러가 북한 측에 건네진 시기도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였다. 쌍방울그룹이 적극적으로 대북사업에 나선 시기와 그대로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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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친서 #김성태 #안부수 #수원지검 #쌍방울대북송금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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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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