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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했던 '최저임금 당사자'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활동을 돌아보며… 이번 결정의 한계와 남은 과제

등록 2024.07.16 14:01수정 2024.07.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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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최저임금, 차별반대" 머리띠를 썼던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전지현입니다. 2025년 최저임금 논의는, 지난 3월 한국은행 백브리핑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며 요란하게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이슈보고서에서 "돌봄서비스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활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으로 가사와 돌봄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돌봄노동자인 저를 비롯한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분노를 솟구치게 했습니다. 현재도 임금이 너무 낮아 요양보호사들이 일터를 많이 떠나고 있어 인력 부족 현상이 심해 현장의 돌봄노동자들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지는 못할망정, 인력 부족 해소방안이 '임금을 더 낮추자'라는 게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낮은 노동생산성, 인력난으로 해외인력 도입하자'라는 말들로 현재 돌봄의 가치를, 돌봄노동의 가치를 정부가 폄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시작 전부터 뜨거웠습니다. 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용 이슈뿐만 아니라, 친정부 성향으로 공익위원 교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업종별 차별 적용과 최저임금 동결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저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별 적용'은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로 최저임금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최저임금 당사자들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노동조합 조직률도 낮습니다. 또한 하루 근무를 안 하고 집회나 행사에 참여해도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수당 자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동행동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의지 표현은 다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돌봄노동자 교육, 인증샷 등을 통해 우리의 뜻을 모아 회의 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노동자 임금 때문이라고?
 
a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이 지난 5월 21일 1차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 적용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이 지난 5월 21일 1차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 적용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서비스연맹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회의에 참여하는 위원들 중에 실제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는 저 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용자위원들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주변 지인들의 사연들로 얘기할 때, 저는 최저임금 당사자인 저의 얘기와 요양보호사, 마트노동자, 콜센터노동자 등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받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진행할수록 답답함이 커졌습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고용된 노동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만 호소했습니다. 최저임금은 모든 국민의 임금 기준이며,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가 소상공인에 한정된 게 아닌데, 소상공인들을 위한 임금협상 같은 느낌이 컸습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과연 최저임금 때문일까요? 아니라는 게 여러 연구 조사 결과에도 분명히 나와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워졌던 경기가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값 상승, 원유값 상승, 각종 공공요금 인상, 월세 인상 등으로 어려워졌고, 특히 큰 어려움은 코로나 기간 소상공인 대출 지원으로 버텨오던 자영업자들이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 상환 시기가 시작된 올해 최악의 경기를 맞게 됐습니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노동자의 임금 때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별 적용도 미숙련 노동자 특히 막 사회에 나온 청년들, 주부들, 노인들의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논리적이지도 않은데 차별 적용만 주장하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는 공익위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노동자, 사용자측이 자기 주장으로 공방을 벌이다가 표결에 부치면, 결국 공익위원들이 표의 향방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최저임금 업종 차별 적용 '부결'은 여론의 흐름에 따른 판단이었고, 2025년 최저임금 수준은 정부 측이 설계한 대로 1만 원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는 판단하에,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결정하게 됐다고 봅니다. 이렇게 결정할 것이라면, 노동자와 정부가 직접 협상을 해야 않을까 하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처음부터 최저임금 '동결' 또는 '낮은 인상'을 목적으로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여론으로 크게 띄웠나?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노동자 간의 갈등을 계속 보여주는 구조, 을과 을끼리의 싸움으로 부추겨서 정부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 것인가? 라는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서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차별 적용반대,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당사자로서 투쟁을 힘있게 전개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고용지청 항의방문에서 경찰에 연행됐던 3명의 조합원은 난생 처음 경찰들에 이끌려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습니다. 최저임금으로만 살아온 십수 년의 억울함을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가족의 든든한 지지도 있었습니다. 24살의 대학생 아들이 학교동아리 친구들과 최저임금문화제에 와서 노래공연도 하고, 대학생 '알바'로 생활비를 버는 청년들 얘기도 들려줬습니다. 저 역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아들과 친구들의 얘기를 전하며, 생계를 꾸리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차별이 아니라 응원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투쟁과 지지 속에서 저는 최저임금 논의 기간 동안 정부와 직접 임금협상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더욱 다지게 됐습니다.

10,030원. 이 임금으로 안정된 생활을 꾸려갈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 논의가 최저임금법에 맞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했으니, 제대로 된 적용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업종별 차별 적용 논의는 다시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서 을들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법의 취지에 맞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만들어가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업종별차등적용 #2025년최저임금 #생활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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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 갑니다. 돌봄노동자, 유통 판매직, 모빌리티 플랫폼 노동자, 학교비정규직, 택배 물류 노동자, 생활가전 설치점검 노동자, 관광레저산업 노동자 등 서비스업종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노동조합 연맹입니다. 서비스노동자의 권리 시장 및 처우개선에 힘쓰고, 민주노조 운동에 복무하며, 노동자 직접정치시대를 열고자 앞장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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