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ESG 법률 포럼’을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ESG 관련 소송이 증가하며 국내 기업 역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변호사협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소송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 역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중구 상의회관에서 'ESG 법률 포럼'을 열고 국내외 ESG 법제화 동향과 기업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포럼은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개최됐습니다. 현장에는 17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박일종 대한상의 부회장은 "유엔환경계획(UNEP)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세계 기후소송이 2180건이었다"며 "5년 사이 2.5배 증가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한국도 ESG 공시 도입을 앞둔 만큼, 국내 기업들의 관련 소송 건수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박 부회장은 강조했습니다.
한국 ESG 공시 초안은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지난 4월 공개했습니다. 현재는 회계기준원이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의견 수렴 기간은 오는 8월 말까지입니다. 금융위원회는 KSSB 공개초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ESG 공시기준과 시기를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날 현장에서는 ESG 법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기업의 대응책 고심과 정부 지원 마련에 대한 제언이 나왔습니다.
ESG 공시 우려점은? "소송 빌미 가능, 신중 기해야"
먼저 조선희 법무법인 디엘지(DLG) 변호사는 주요국의 ESG 공시와 공급망 실사 의무화 동향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각국에서 ESG 관련 규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세분화되는 상황을 짚었습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의 ▲ 핵심원자재법(CRMA) ▲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보호무역장벽이 여러 갈래로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최근에는 삼림벌채금지법(EUDR) 등 생물다양성 관련 규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조 변호사는 덧붙였습니다.
이재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ESG 공시 의무화로 인해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공시 내용에 문제가 있을 경우 꼬투리를 잡는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는 주식을 구매한 한 투자자를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기업이 ESG 공시를 못 지켜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에서 법률적 검토의 선행과 신중하고 충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 변호사는 현재 국내 ESG 소송 관련 판례나 법리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사법정책연구원에서도 ESG를 직접 다루는 연구는 계획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사법 현안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대법원 산하 기관입니다.
ESG 관련 공급망 소송 증가, 밸류체인 전반 '주의' 필요
박준엽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다국적 기업의 실제 소송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프랑스는 시민단체에 원고 적격을 인정한 후 소송이 급증했고, 독일은 공급망실사법 시행으로 추후 많은 분쟁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최근에는 공급망 실사 분야에서 소송이 증가해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2010년대 이미 국가별로 공급망 실사와 관련해 법제화가 이뤄진 것과 관련됩니다. 2015년 영국 '현대판 노예법', 2017년 프랑스 '실사의무화법'이 대표적입니다.
그중에서도 박 변호사는 주목하는 소송 사례로 2021년 영국 유조선 중개회사 마란의 손해배상 소송 건을 소개했습니다. 폐유조선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해체 거래를 중개한 기업이 고소를 당한 사건입니다. 사망자 유가족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측은 마란이 노동환경이 열악한 기업을 연결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소송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박 변호사는 "이 사안은 공급망을 넘어 밸류체인(가치사슬)까지 공급망 실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