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4시간 내내 덥다. 아침에 일어나니 땀과 기름으로 얼굴이 번들번들하다. 냉수 한 잔 쭉 들이키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숨이 막힌다. 얼른 볼일 보고 찬물 샤워를 이 악물고 5분간 버텨낸다.
거울을 보니 잠을 설친 탓에 눈 밑은 퀭하고 냉찜질 샤워 직후라서 입술은 퍼랗다. 수건으로 닦고 나오니 언제 추웠냐는 듯 바로 땀이 나고 다시 끈적인다. 바디 로션은 이제 바르지 말아야겠다. 식구들 하나둘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땀으로 끈적한 몸을 씻어내는 일이다.
역대급 더위를 기록하는 요즘, 우리 집은 에어컨을 가족이 다 모여 있을 때 주로 가동한다. 혼자나 둘이 있을 때 켜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에는 에어컨을 거의 가동하지 않았던 거 같은 데 이번 여름에는 8월 1일부터 틀기로 했지만, 백기를 들고 7월 말부터 켰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식비나 다른 지출은 줄이더라도 전기요금을 많이 낼 각오를 하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a
▲ 수건을 물에 적셔 짜서 냉동실에서 얼린 후 어깨에 두름 ⓒ 고성희
내가 만약 아끼려고 에어컨을 안 트는 게 아니라 정말 돈이 없어서 선풍기조차 돌리지 못한다면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분명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는 전기요금을 낼 형편이 안 되어서 또는 지하 단칸방에서 더위와 싸우거나 항복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연히 EBS지식채널 e에서도 <계층을 나누는 새로운 기준이 실내온도- 폭염이 만드는 불평등> 이란 제목의 영상을 봤다.
미국의 부유층 거주지는 녹지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빈민층이 사는 곳보다 평균 15도가 낮았다(2021년, 극한의 더위가 덮치며 기온이 45.5도까지 치솟은 미국 포틀랜드. 147년 만에 기온 관측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그날 빈민가 '렌츠'의 기온은 무려 51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콘크리트 동네였기 때문이다.-EBS지식채널 e).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는 에어컨을 틀고 추워서 가디건을 걸치고 있겠고 어떤 이들은 무더위에 지쳐 쓰러져 가고 있을 것이다. 찬물로 씻어도 씻어도 그때뿐이다.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있으니 안 그래도 만성 비염인 나는 콧물과 재채기가 더 심해졌다. 딸아이의 아토피는 더 극성이고 이번 여름에만 연고를 몇 개째 다 비워내고 있다.
a
▲ 아이스팩을 얼려 안고 자면 시원하다 ⓒ 최은경
그래서 방안을 마련했다.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 집에서 하는 지침은 아래와 같다.
첫째, 100개에 2만 원도 안 되는 마스크 팩을 사서 냉동실에 얼려둔 다음 얼굴에 올린다. 자글자글한 주름이 펴질 듯한 한기가 잠시뿐이라도 좋다.
둘째, 수건을 빨아 짠 다음 냉동실에 얼렸다가 등에 두르고 있다. 굽은 어깨가 일순간에 쫙 펴진다.
마지막은 택배와 같이 온 얼음팩을 버리지 않고 얼렸다가 껴안고 지내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꼭 껴안고 있게 된다. 모두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이 여름을 잘 버텨내길 바랍니다.
a
▲ 택배로 같이 온 얼음팩을 버리지 않고 냉동실에 얼렸다가 냉찜질로 사용 ⓒ 고성희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